[샤카의 스타일 뒷방맹이] K-패션 정착의 시작은 창작물을 향한 존중부터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07-12 11:20:34
백융희 기자 ent@ 아시아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K-뷰티(화장품)와 더불어 K-패션에서도 반가운 소식들이 많이 들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후원한 ‘베리코리안(VeryKorean!)’ 행사가 중국 베이징 BIFT PARK에서 개최됐다.

세계 4대 패션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파리 패션위크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당당히 선보일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다수의 패션업계 종사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베이징에서 열린 베리코리언 행사는 K-패션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색이 보이지 않았다.

동양 패션은 오리엔탈리즘을 비롯한 아름다운 색채와 자수 패턴의 높은 퀄리티, 여러 가지 팜므파탈한 스타일 등 동양미를 뽐낼 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베리코리언 행사에서 선보인 의상들은 프랑스 감성만 품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무리 요즘 패션이 프렌치시크 감성을 안고 간다지만 한국 의상만의 고유한 개성을 표현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부분에서 K-패션이 지닌 치명적 단점이 드러난다. 우리가 유럽 감성의 스타일을 기반으로 디자인한 점은 단지 창작을 위한 초석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선을 넘어 무단으로 남의 창작물을 베끼는 것이고, 이는 범죄 행위에 가깝다. 우리 패션계의 단점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 ‘누구나 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이는 비단 다른 나라의 스타일을 베끼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국내 디자이너들의 고통이 담긴 창작물까지도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 윤춘호 디자이너의 의상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맹비난을 받은 윤은혜의 경우가 그렇다.

공식석상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윤은혜의 사과 속에는 구체적인 주어와 목적어가 없는 상태다. 표절을 인정하는 의미의 사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례한 사과라는 오명을 아직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표절에 의한 문제들은 다른 이의 디자인을 향한 존중까지도 소멸시킨다. 창작에 따른 고통은 뒤로 한 채, 판매를 위해 많은 물량을 빼야 한다는 생각이 ‘디자인 카피는 당연하다’라는 위험한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카피 불감증으로 인해 최초 창작에 몰두 중인 많은 디자이너들과 일러스트 작가들은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

물론 이를 오로지 패션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런 관행은 전반적으로 한국 사회가 가진 고질적인 폐단이다. 과거 소프트웨어를 베끼고, 잡지 또는 소설을 표절하는 행위는 일상처럼 일어났고, 지금도 계속해서 발생 중이다. 근본적인 교육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외국에서 실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외국의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칭찬보다 격려 받는 게 더 익숙한 반면 한국의 아이들은 정반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항상 안고 자란다. 혹여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도전의식은 저하되고, 결과물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한다.

무조건 잘해야 하고,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창작물 도전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보니 이미 성공한 다른 이들의 창작물을 카피하는 일종의 ‘안정장치’ 행위만 지속됐다. 이와 함께 ‘나만 그러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는 자기 마취가 범죄 행위를 정당화했을 것이다.

물론 K팝으로 대변되는 여러 한류 콘텐츠도 모방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고 창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겪으며 지금은 어느 정도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K-패션도 도전해야 하고, 깨져야 하며, 아파야 하고, 실패하면서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 이런 심각한 관행들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한국 패션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K-패션 본질의 모습을 두고 무조건 파리나 밀라노의 영향을 받아 창작하기보다는 우리나라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움에서 모티프를 얻기를 바란다.

돌담 아래 핀 작은 민들레, 그리고 낡은 기왓장에 어린 빗방울, 처마 밑에 달린 아련한 고드름, 맑고 투명한 계곡물 속 돌멩이 하나까지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관심 가져 본적 있는지 묻고 싶다.


[메인뉴스 백융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