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있는 명소-힐링투어] 청산도 풍습①--“장례문화 ‘초분’을 아시나요?”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7-04-18 17:06:15

남쪽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그 섬 사람들은 예로부터 부모의 육신을 땅에 그대로 묻을 수 없었습니다. 그건 불효였고 부정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격리된 사회 그들의 섬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유교문화와는 또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장례문화를 만들어 간직해 왔습니다. 돌아가신 부모의 육신은 목관에 넣은 후 양지바른 산비탈에 안치한 다음 풀로 덮어 새끼줄로 꽁꽁 묶어둡니다. 풀로 덮어 이른바 ‘초분(草墳)’이라 부릅니다. 그러기를 2~3년, 육신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앙상한 뼈만 남습니다.


↑ 환상의 섬 청산도.

↑ 초분. 청산도에서도 마지막 남은 초분.

자손은 그제서야 뼈를 추스려 정식 매장을 합니다. 결국 장례를 두 번 치르는 복장제(復葬制)이자 뼈만 추려서 매장하는 세골장(洗骨葬) 문화입니다. 육신을 바로 땅에 매장하지 않는 것은 부모의 몸(육신)을 땅 속에 묻는다는 거부감과 육신이 땅 속에서 썩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들이 복합적으로 내재된 것입니다. 이러한 장례문화는 과거 비교적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은 이 마저 거의 사라진 풍습이 돼 갑니다.
 
청산도에도 최근까지 3기의 초분이 남아 있었으나 지금은 딱 1기만 남았습니다. 장례문화가 바뀌었기 때문인데 이 마지막 초분도 곧 정식 매장을 하게 되면 이제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나마 아직은 섬의 고유역사와 풍습이 남아있는 셈인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청산도에 남아있는 독특한 장례문화를 보고 옛 사람들이 인생을 졸업한 시신에 대해 어떤 관념을 가졌고 그 시신을 어떻게 ‘예우’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겠습니다.

청산도에는 고인돌도 있어 매장문화와 관련 여러 형태의 무덤을 관찰할 수 있겠습니다.


↑ 고인돌

↑ 고인돌

남도의 푸른 바다, 복잡한 다도해를 살짝 벗어난 곳에 신선이 살았다는 섬, 신선이 살았다는 전설 만으로도 이미 신비로움과 호기심이 넘치는 청산도(靑山島)가 있습니다.

전라남도 완도에서 19.7km, 여객선으로 50분 거리의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입니다. 신선이 살다 간 섬, 그리고 청산도란 어감이 주는 느낌은 가장 먼저 ‘시간이 멎은 섬’으로 다가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1993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로 많이 알려졌을테고, 이후 드라마 ‘봄의 왈츠’와 ‘여인의 향기’로도 청산도의 풍경을 접했을 것입니다. 오정해가 ‘소리’하던 그 때의 그 길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노란 유채꽃, 청보리가 넘실거리는 저 너머에 청산도항과 도락리포구가 아름드리 펼쳐진 섬, 이 그림은 지금 봐도 환상의 섬입니다.


↑ 유채꽃이 아름다운 청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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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로 유명세를 타긴 했지만 청산도에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 것은 ‘느림의 미학, 슬로시티’가 되고 나서입니다. 청산도에서의 ‘빠름’은 ‘반칙’입니다. 느려야 청산도의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있고 느려야 ‘슬로시티’로서의 자격이 있습니다. 국제인증 슬로시티 아시아 제1호로서의 명성을 간직하고 있는 청산도입니다.
 
그런데 이 섬의 ‘호흡’이 가빠지고 있습니다. 2010년을 전후해 그 이전과 그 이후가 청산도의 옷을 갈아입히고 있는 것입니다. 2500명의 주민 수 보다 많은 외지인들이 몰려오는 관광지가 되다 보니 ‘느림의 미학’은 거추장스러운 일이 되고 ‘돈’을 타고 ‘빠름과 편리함’이 왔다 갑니다.
 
‘느림’을 보러 온 여행자도 ‘빠름과 편리함’을 찾고 ‘돈의 가치’를 알게된 주민들도 ‘느리게 살면 손해’라는 의식이 배어가고 있습니다. 느리게 본연의 생활을 하던 주민들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산나물 하나라도 더 팔기에 바쁜 생활로 변해갑니다. 그래서 더 바쁜 청산도입니다.
 
청산도의 가빠진 호흡은 이제 제어할 수 없는 것일까요.


↑ 바닷가 소나무도 느리게 자라는 모습이 역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