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아름다운 곳] 비우면 ‘낙원의 섬’이 되어주는 선유도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7-08-03 16:28:59

예전 같으면 군산에서 서해 뱃길로 수 십km, 망망대해에 두둥실 떠 있었을 섬 선유도가 육지라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섬은 섬이되, 육지와 연결된 섬…자동차로 들어가니 육지이기도 합니다.

새만금방조제 중간 지점에서 만나는 섬 신시도를 통해 고군산대교를 건너면 ‘바닷물결에 여인이 춤을 추는 듯해 보인다’는 무녀도(巫女島). 옆의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 관리도, 야미도…섬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해서 군도(群島), 그래서 이곳 섬 모두를 옛 군산의 군도라는 의미로 고군산군도라 부릅니다. 총 63개의 섬(유인도 16개)이 있어 군도를 이룹니다.

자연이 빚고 인간이 향유하는 천혜의 해상낙원.

아직은 도로공사가 한창이라 자동차는 무녀도 초입에서 멈춰야 합니다. 대신 전동스쿠터나 자전거로 신비로운 섬을 여행할 수 있습니다. 무더운 7월이라 자전거는 힘겨우니 전동의 힘으로 섬 유람을 떠나봅니다. 다른 말로 신선유람입니다.

살짝 속력을 높이니 강한 바닷바람이 땀에 젖은 온몸을 식혀줍니다. 바닷내음 마저도 감미롭습니다. 곳곳에 도로공사와 관광지 개발로 어수선하긴 하지만. 그래서 스쿠터도 능숙자가 아니면 위험한 길입니다. 난개발도 걱정됩니다.

무녀도 끝에서 빨간 아치형의 선유대교를 건너면 마침내 ‘신선이 노닐던 섬’ 선유도(仙遊島)입니다. 멀리서 바라보이던 망주봉.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두 개의 둥근 석산이 이젠 클로즈업됩니다.

스쿠터 여행객과 망주봉

그런데 어느 나랏님이 이 망망대해 천하절경 섬에 머물다 갔는지 망주봉 아래에서 행궁터가 발견됐으니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고려시대 송나라 사신이 다녀간 후 기록으로도 남긴 송산행궁. 당시 국가 차원에서 사신을 영접하던 요충지였지만 행궁터가 있었다면 왕이나 그에 준하는 신분의 누군가가 머물렀다는 추측을 가능케 합니다. 하여간, 어쩌면 정녕 이 이상향에 머물던 신선의 별장이거나 용왕님이 지상에 세운 휴양지일 것이라고 은근히 믿고 싶어지는 것은 어떤 이유에선지 저도 모릅니다.

‘유배 온 어느 신하가 임금을 그리워하며 절을 올렸다’ 하여 불린다는 ‘망주봉(望主峰)’. 그 아래 펼쳐진 명사십리 해변은 이곳이 파라다이스임을 몸소 보여줍니다. 동쪽의 물결과 서쪽의 물결이 서로 밀어 쌓아 올린 모래톱 명사십리 덕분에 두 개로 나뉘어질 뻔 했던 선유도가 한 몸이 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태초에 따로 태어나 어느 순간 한 몸이 된 부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욕심을 버리면 이곳이 낙원임을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 멀리 시카고에서 온 미국인 벗이 은퇴 후 당장 이곳에 와 살면서 스쿠터부터 사고 싶다고 목청 높입니다. 마치 불로초를 찾아 이 이상향에 머물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는 듯 합니다. 내려 놓고 떠나오면 누구에게나 천국이 되어주는 섬, 망망대해 속 선유도는 그런 사람을 포근히 품어줍니다.

명사십리 해변
명사십리 해변
무녀도의 꽃
군산 일본풍 사찰 동국사와 평화의 소녀상. 외국인에게 우리 근대사, 수탈의 역사도 설명해봅니다.

 

옆에 신장개업한 이성당. 이 매장에선 신제품만 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