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아름다운 곳] 다시 간 군산-불면증도 잠 재우는 ‘히노키잠 게스트하우스’, 그 가족들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7-08-25 16:33:18

7월의 찜통 더위 속 다녀온 군산, 11월 찬바람 타고 다시 내려갑니다.

군산이 뭐가 그리 좋아서 자주 가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아마도 도시가 마음에 들고 더더욱 그곳 사람들의 온정에 이끌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에 다시 내려간 배경은 이렇습니다.

지난 7월 하룻밤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멋쟁이 박성근 사장님께서 9월말 축제에 꼭 놀러 오라고 하셨는데 저도 가기로 했지만 가질 못했습니다.

오라는 말씀이 진심으로 들린 건 사실이었고 저 역시 좋은 분 만날 겸 다시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이래저래 바쁜 핑계로 그냥 지나치게 됐습니다.

그런데, 10월 초 박성근 사장님의 문자 한 통이 날아옵니다. 왜 안 왔냐고, 말입니다.

아차, 정말 빈 말씀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해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많이 기다렸다는 것입니다. 정말 정이 많으신 분이십니다. 깊이 사과 드리는 답장을 보냈더니 이번엔 11월 철새축제에 다시 꼭 오라고 하십니다.

이건 하늘이 무너져도 가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스케줄 조정을 합니다. 딱 한 번 뵌 분이었지만 마치 10년, 20년 된 지인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4개월 만에 저는 박성근 사장님을 만나러 군산으로 달려갑니다. 저를 다시 군산으로 부른 ‘미끼’는 금강철새축제였습니다.

철새조망대
철새 그림 그리기

그런데 철새는 무슨 철샙니까? 그냥 보고 싶어서 내려오라고 한 것이었음을 저는 가면서 금방 알아챘습니다. 철새는 겨우 내내 금강하구 주변을 오가지만 축제는 18~20일 사흘간인데 축제에 맞춰 간다고 철새떼가 저를 기다려 주질 않습니다. 마침 날씨마저 짙은 안개로 자욱했는데 어떻게 철새를 보겠습니까?

어쨌든 저는 고속도로 출구 가까운 곳에 위치한 철새조망대로 갔지만 철새는 간데 없고 축제장 행사 인원만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입니다.

사실 한편으로는 회오리 치는 철새군무의 장관을 꼭 보고 사진 찍고 싶은 기대감도 은근히 갖고 있었지만 그건 정말 운이 좋아야 마주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오후 4시쯤 철새조망대를 벗어나 월명동 히노키잠 게스트하우스로 향합니다. 날씨도 어설프고 철새도 보지 못하고, 차라리 얼른 박성근 사장님이나 뵙자는 마음으로 달려갑니다.

이윽고 넉 달 만에 게스트하우스에서 반갑게 만났습니다. 계속 저를 기다리고 계신 박 사장님은 저에게 묻습니다. “철새 있어요? 봤나요?”

히노키잠 게스트하우스

철새를 보지 못했을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 넌지시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우린 함께 호탕하게 웃으며 찻잔을 마주합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이번 여행에서 박성근 사장님과 가족 이야기 속에 묻혀 1박2일을 보냈는데 어느 여행보다도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어업에도 관여했던 박 사장님은 지금 월명동주민센터 앞뒤에 적산가옥으로 된 히노키잠 게스트하우스 2채를 운영하십니다. 집을 정말 깨끗하게 리모델링한데다 최고급 편백나무와 한지로 마감을 해 건강한 잠을 선사합니다.

작고 아늑한 방마다 하룻밤 거쳐가는 사람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합니다. 알람을 맞추지 않으면 하루 종일 잠들어 있을 것 같은 방,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바로 잠재워버리는 방입니다.

창문까지 닫아놓으면 하루 종일 밤뿐인 1층 안쪽 방, 전망 좋은 2층 바깥쪽 방, 저마다 특색을 갖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넘칩니다.

천장의 서까래를 그대로 살린 분위기 좋은 게스트 하우스

놀라운 것은 게스트하우스 2채 청소를 모두 두 분이 직접 하신다는 겁니다. 이젠 편하게 살아도 되는데 직원을 쓰면 대충대충 하는 청소가 손님에게 불쾌감을 주기 때문에 아예 팔 걷어 부치고 직접 청소를 하십니다.

퇴실하는 손님들에게는 일일이 커피 한 잔씩 권하는 두 분, 쾌적한 잠자리만큼 정감 있는 주인 덕에 단골손님이 많습니다.

정말 미인이신 사모님은 김장철에만도 김장김치를 1000포기 홀로 직접 담그는 분이십니다. 하지만 그걸 먹을 사람들이 많아 금방 다시 담그는데 1년에 도대체 몇 포기를 담그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두 분은 모든 걸 몸소 하시는 분들이셨는데 저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끔 한 인생 선배님이십니다. 박 사장님은 저에게 친형님 같은 분이 되셨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저를 또 한번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아드님입니다. 나이 밝히는 게 실례이지만…(죄송)…30대 중반인 아드님은 공무원입니다. 정말 핸섬남입니다.

 

그 외모를 또 뺨칠 정도로 올곧은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주말에 친구들의 놀자는 전화도 뿌리치고 가족들과 저에게 시간을 투자합니다. 아버지와 대화하는 저에게 직접 차도 내어오는데 저는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요즘 이런 모습 어디서 보겠습니까? 저와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정말 요즘 찾아보기 어려운 청년이었습니다. 만약 저에게 서른쯤 된 딸이 있다면 정말 욕심 내고 싶은 사윗감입니다. 사장님과 사모님은 아들따님이 빨리 결혼하기만을 바라십니다.

박성근 사장님은 사실 이곳 월명동 테마거리 상인회 회장을 맡고 계십니다. 구도심이다 보니 군산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주민협의체 회장 일을 맡아 주민들과 함께 활기 넘치는 도심 재건에 앞장 서고 계십니다. 오래된 마을이 ‘낡음’이 아니라 ‘문화의 거리’로 재탄생시키는 뜻 깊은 일을 하십니다.

저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 주신 박성근 회장님과 마을투어도 함께 했습니다. 사람들이 떠나간 달동네부터 중심거리 상가들까지 두루 데리고 다니며 설명해 주시는데 저는 정말 복 받은 사람입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세트장 초원사진관에서 도보로 2~3분 거리인 히노키잠 게스트하우스. 바로 이웃에는 음식점 ‘누들목’ ‘배낭여행’과 같이 이름만 들어도 여행자를 설레게 하는 식당이 있어 여행하기에 아주 편리합니다. 음식도 아주 깔끔하고 좋습니다.

가까운 곳의 ‘미다원’에서는 최고 수준의 대추차를 맛볼 수 있습니다.

군산 여행에서 해가 저물어도, 저는 이제 밤이 두렵지 않습니다.

 

노란 눈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장 초원사진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돌아오는 길에 만난 소규모 철새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