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임헌일, 일곱 번의 ‘독백’ 그렇게 또 한 뼘 자라난다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2-11 21:23:40

은은한 조명과 함께 제프 버클리의 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오는 공연장은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이기 충분했다. 무대에 놓인 기타, 베이스, 건반, 드럼 베이스는 뮤지션의 작업실을 옮겨 놓은 것 같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임헌일의 소극장 공연 ‘독백’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벨로주에서 지난 2월 6일 개최됐다. 이 공연은 임헌일의 소극장 장기 공연으로 오는 14일까지 총 7회에 거쳐 이어간다. 임헌일은 약 1년 2개월 만에 무대에 올라 그동안 전하지 못한 이야기, 음악, 연주 등으로 120분 동안 채우며 관객과의 소통에 나섰다.

◆ ‘독백’ 속 ‘여백’, 그 모든 것이 음악으로 발현된 순간

이날 임헌일은 무대에 올라 지난 11월 발매한 메이트 미니앨범 ‘엔드 오브 더 월드(END OF THE WORLD)'에 수록된 연주곡 ’더 엔드(THE END)'로 포문을 열었다. 건반, 드럼 베이스와 기타를 동시에 연주하며 공연 타이틀 ‘독백’에 걸맞게 홀로 소리를 쌓아가며 공연장을 채워갔다.

모든 악기를 홀로 연주하며 총 15곡을 선보인 그는 타임테이블에 구속 받지 않고, 자유롭게 연주하고 노래하며 뮤지션 본연의 자리에 섰다. 그는 음과 음 사이, 악기와 악기 사이를 여백으로 남겨두며 ‘독백’의 모든 순간을 음악으로 발현시켰다.

그동안 브레멘, 정원영 밴드, 메이트 등을 통해 짜임새 있고 합을 이루는 밴드 사운드를 구현했다면, 이날 임헌일은 솔로 플레이어로 나서며 악기가 낼 수 있는 소리의 다양성, 곡에 따라 달라지는 음의 진공 등 보다 섬세하고 디테일한 연주로 변화무쌍한 무대를 펼쳤다.

◆ 임헌일의, 임헌일에 의한, 임헌일을 위한 '1人4役 임헌일 쇼’

임헌일은 ‘내게 사랑을 말하지 말았어야 해요’, ‘리얼(REAL)’에 이어 깁슨 SG 스탠다드를 어쿠스틱 기타로 바꾼 후 ‘널 사랑해’, ‘그대 때문이죠’, ‘너를 떠나’를 선곡했다. 특히 ‘너를 떠나’는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해 블루지한 연주로 달콤하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건반 앞으로 무대를 옮긴 임헌일은 ‘설명하려 하지 않겠어’와 ‘하루’를 처음으로 선보이며, 원곡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콜드플레이의 ‘매직(MAGIC)’을 커버곡으로 선곡한 임헌일은 루프 스테이션을 통해 베이스, 드럼 비트를 만들어 냈고, 이펙터를 통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소리는 차곡차곡 쌓였고,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소리 위에 기타 아르페지오와 보컬로 공연장을 마법에 걸린 듯 몽환적이면서 신비롭게 만들었다.

이날 임헌일은 무려 네 가지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싱어송라이터와 연주자의 경계에서 다양한 매력을 발산했다.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자신만의 ‘독백’을 완성시킨 이날 무대는 아티스트의 음악적 고집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듯 했다.

◆ 음악에 임하는 아티스트 본연의 자세, ‘그렇게 또 한 뼘 자라났다’

임헌일은 총 7회의 공연에서 ‘늦은 여름 밤’, ‘지난 화요일’, ‘곁에’등 미공개 곡을 처음 선보이며,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선물 같은 무대를 선사했다. 음악을 만들게 된 배경과 메시지를 전하며 “많은 사람들이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보다, 자신의 음악을 깊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다음 앨범을 준비하겠다”며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공연 말미 임헌일은 “공연을 준비하며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지 생각하며 보냈다. 음악을 하며 잘 할 수 있는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한계를 시험하게 된 공연이었다. 조금 더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고, 음악 하는 의미를 찾아가는 것 같다”며 공연장을 채워준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임헌일은 2시간 여 동안의 독백을 통해 오로지 음악만으로 관객과 교감하며,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1년 2개월 만에 무대에 오른 임헌일은 더 견고하고, 단단한 아티스트로 성장한 모습이었다. 그는 일곱 번의 ‘독백’을 통해 또 한 뼘 자라났다. 매 무대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임헌일의 내일이 궁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진심이 담긴 음악이 오래도록 존재하기를, 들어주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기를 바라본다.

한편 임헌일의 ‘독백’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벨로주에서 2월 12일부터 15일까지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