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에서 흘러나온 이재수의 ‘컴배콤’, 방송 금지곡 아닌가요?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3-13 16:24:55
지난 11일 KBS 라디오 ‘이금희 사랑하기 좋은날’에서는 한 청취자가 보낸 음치와 관련된 사연과 함께 음치 가수 이재수의 ‘컴배콤’이 흘러나왔다. 해당 음원은 2001년 가수 서태지의 가처분 신청을 통해 재판부로부터 판매 및 방송금지 처분을 받은 곡이다. 음원사이트에서 이재수를 검색하면 무려 40여곡의 음악이 게재되지만, 그중 제작진이 선택한 곡은 ‘컴배콤’이었다. 이들은 왜 판매 및 방송 금지된 이재수의 ‘컴배콤’을 선곡했을까.

“‘컴배콤’을 부른 이재수씨도 엽기 음치 패러디 가수로 소개됐지만, 여러분께 웃음을 들려 드렸잖아요?”-KBS Cool FM ‘이금희 사랑하기 좋은날 ’3월 11일 방송 中

퇴근길 버스 안에서 우연히 이재수의 ‘컴배콤’을 듣게 됐다. ‘이렇게 노래를 못 부르는 가수가 있었네’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이재수가 서태지의 ‘컴백홈’을 패러디했다가 판매 및 방송 금지 처분을 받은 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위에서는 피식거리며 웃음을 터트리는 시민도 있었다.

2015년 3월, 이 노래가 누군가의 웃음을 자아냈다면, 15년을 거슬러 올라가, 2001년 7월에는 서태지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가 12년 동안 이어진 저작권 관련 법정공방의 시발점이 된 곡이기도 하다.

2001년 11월 2일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는 이재수의 ‘컴배콤’에 대해 “원곡 ‘컴백홈’의 가사와 곡을 임의로 변형, 서 씨의 저작권을 침해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 씨가 원곡 ‘컴백홈’을 패러디했다는 주장 역시 단지 원곡의 음악적 특성을 흉내 내 희화화 한 것에 그친 것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음반과 뮤직비디오의 판매 및 방송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이재수와 서태지의 싸움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로 번진다. 2002년 협회 측이 이재수의 ‘컴배콤’을 승인했고, 서태지는 이에 반발하며 음저협을 탈퇴했다. 이후 2003년 4월 법원에서 협회의 신탁관리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내 협회도 2006년 9월 서태지에게 신탁관리계약 해지 의사를 통보했다. 음저협과 서태지의 분쟁은 12년간 이어졌고, 이 긴 싸움은 12년간 계속 됐다.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서태지와 음저협 간의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에서 화해권고결정을 내리며 마무리 됐다.

하지만 지난 3월 11일 이재수의 ‘컴배콤’을 다시 듣게 됐다. 청취자로서는 음치 가수의 음정, 박자 무시하는 노래에 웃음을 자아냈지만,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판매 및 방송금지 된 노래가 라디오를 통해 전파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KBS 측은 "2001년 당시 법원에서 가처분 결정이 있었지만, 결과가 반영 안 된 것으로 추정된다. 심의실에서 방송 부적격 곡에 대해 결정이 내려지는데, 반영 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앞으로 이재수의 ‘컴배콤’은 부적격 곡으로 방침 해 방송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판매 및 방송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곡이 방송된 것에 대해 방송심의위원회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방송심의위원회 측은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방송 내용의 심의 규정에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위원님들이 심의를 해 결정하는 부분이다. 해당 사안에 대해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민원을 기반으로 자료 조사 후 판단할 것”이라며 “이번 달 안으로 결정될 것으로 본다. 방송사 자율적으로 심의를 거쳐 방송 불가 유무를 선택하기 때문에 심의위원회에서 판단 후 사안에 따라 행정지도 및 법적 규제가 나가게 된다”고 전했다.

서태지 컴퍼니 측은 이재수 ‘컴배콤’음원이 방송된 것에 대해 말을 아꼈다. 서태지 컴퍼니 측은 “방송 및 판매 금지곡이 라디오에 나왔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아직 해당 사안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 상황 파악하고 문제가 된다면 조취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한 음치 청취자의 사연으로부터 시작된 이재수 ‘컴배콤’ 선곡 사건은 KBS 측의 실수로 벌어진 해프닝으로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15년 전 재판부의 결정을 반영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변명한 공영방송 KBS 측의 도의적 책임은 없을까. 이는 비단 서태지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에 아직 정확히 인식되지 않은 저작물의 저작권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창작자의 유일한 권리인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서 공영방송 KBS는 방송 제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