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강한나 “한 여자가 아닌 가희로서 연기”(인터뷰)

배우 강한나가 영화 ‘순수의 시대’를 통해 여배우로서 제대로 발돋움했다.

강한나는 분노와 슬픔을 숨긴채 복수에 나선 기녀 가희 역을 열연했다. 특히 그는 복잡한 감정신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노련한 연기력을 펼쳤다.

강한나가 느낀 가희는 어떤 인물일까. 자신의 목적을 위해 핏빛 전쟁을 일으킨 악한 인물일까, 태어나 처음 느낀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진 선한 인물일까. 그러나 그는 가희를 둘 중 하나로 정의내리지 못했다.

“가희란 사람을 처음 만나고 하기로 결심 했을 때 노트에 제 생각을 적었어요.‘너는 악하거나 선하거나 둘로 정의해 낼 수 없이 그저 너의 슬픔이 가장 큰 것 같다, 내가 그 슬픔을 알고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편지를 썼죠. 전 가희를 악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희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도 있었고 또 너무 연약한 나머지 흔들린거에요. 속은 한없이 여리지만 강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더 슬프게 느껴졌죠.”

‘순수의 시대’는 단연 강한나와 신하균의 애틋한 사랑이 돋보이는 드라마틱한 사극이다. 둘의 애절한 순애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이렇듯 둘의 감정을 묘사하기 위해 다수의 베드신과 노출신은 불가피했다. 배우를 떠나 한 여자로서 매우 큰 도전이었으리라.

“노출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인물의 감정신이고 관계가 변화하는 장면이죠. 감독님과 제작진 모두 한마음으로 감정신에 맞게 그려내기 위해 노력했죠. 카메라 무빙부터 시작해 몸에 있는 분장까지 관객들이 받아들이게끔 그렸어요. 전 여자로서 그 상황을 접한 것이 아니라 가희로서 있었던거죠. 우리의 감정을 보여주기 위한 신이니까 최대한 ‘어떻게 연기해야 잘 보여질까’하는 고민밖에 없었어요.”

강한나는 자신의 생각과 연기에 대한 신념을 명확하게 전했다. 단아한 외모와 달리 강인한 눈망울을 가진 그는 순수한 사랑을 위해 몸을 내던진 가희의 모습이 아직까지 담겨있는 듯했다. 이렇듯 그가 가희에게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신하균의 도움이 큰 몫을 차지했다.

“신하균 선배님이 젊은 감각을 가지고 계셔서 나이가 많다고 느끼지 못했어요. 오히려 선배님의 내공과 연륜을 많이 느꼈죠. 같이 호흡을 맞추는 것 자체가 저에겐 큰 영광이었고 정말 많이 배웠어요. 제가 귀찮게 느끼실 정도로 많이 물어보기도 했는데 잘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특히 선배님이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은 다 관객을 위한거야, 그걸 잊어서는 안돼’라는 조언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순수의 시대’는 순수한 욕망 앞에 약해지는 인간과 사랑을 그려냈다. 하지만 예고편이 공개된 후 다소 선정적인 베드신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에 첫 주연을 맡은 영화의 대한 시선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진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을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순수의 시대’는 성인들을 위한 사극이에요. 액션신도 화려하고 멋있기보다는 살생을 다뤘기 때문에 잔인한 편이죠. ‘과거 우리가 실제로는 그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중점이죠.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 그런 부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에요. 그래서 베드신이 과하거나 이상하게 다가오지도 않을거고요. 또 민재(신하균 분)와 가희가 얼룩진 삶을 살다가 서로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는 감정이기 때문에 보시면 모두 이해가 될 이야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