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위플래쉬(Whiplash)’의 모욕죄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3-16 15:51:12
‘위플래쉬(Whiplash)’는 최고의 드러머를 갈망하는 학생과 광기어린 폭군 교수의 대립이 멋진 재즈 음악으로 격렬한 상승 기류를 타며 박진감을 선사하는 영화입니다. 채찍질을 의미하는 ‘위플래쉬’는 교수가 학생을 채찍질하듯 몰아붙이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재즈곡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음악 전문학교의 재즈 오케스트라 드러머였던 이 영화의 감독 다미엔 차렐레(Damien Chazelle)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각본을 쓴 영화라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이 17일 만에 제작됐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늘이 내린 드러머라는 버디 리치(Buddy Rich)를 꿈꾸는 신입생 앤드류(Miles Teller 분)는 음악학교에서 폭군같은 플렛처(J.K. Simmons 분)교수에게 영화의 제목처럼 채찍질과 같은 훈련을 받습니다. 플렛처가 앤드류를 교육시키면서 재즈 오케스트라 단원들 앞에서 여러 번 비하하는 발언을 합니다. 이처럼 앤드류에게 욕설하는 플렛처의 행위는 모욕죄에 해당할까요?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공연히’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 또는 유포될 개연성이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불특정인이면 다수인, 소수인을 불문하고, 다수인이면 특정, 불특정인을 불문합니다.

모욕이란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인격을 경멸하는 추상적 가치판단을 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여 인격을 경멸하는 표현을 하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합니다. 즉 모욕죄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없다는 점에서 명예훼손죄와 구별됩니다.

예를 들면, 상대방에게 욕설을 하였더라도 상대방만 있거나 상대방의 가족들만 있는 방안에서 하였다면 이와 같은 모욕은 공연성이 없어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가에서 상대방에게 욕설을 하였다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 모욕죄가 성립합니다.

모욕죄는 피해자 기타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입니다. 친고죄로 규정된 범죄는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의 의사와 명예를 존중할 필요가 있거나, 그 죄질이 경미한 경우입니다. 친고죄에 대한 고소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합니다. 친고죄에서 고소가 취소된 경우, 공소 제기 전이면 검찰은 불기소 처분하고, 공소 제기 후이면 법원은 공소 기각합니다.

플렛처 교수가 교육의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재즈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있는 공간에서 앤드류에게 욕설을 한 것은 공연성이 인정되어 모욕죄가 성립합니다. 모욕죄는 친고죄이므로 앤드류가 플렛처 교수를 고소하지 않거나 고소하더라도 고소를 취소하면 플렛처 교수는 처벌받지 않습니다.

‘위플래쉬’는 재즈를 즐기지 않는 분들에게도 충분히 짜릿한 흥분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넘치는 영화입니다. 재즈에 문외한인 저에게 시각으로 승부하는 어지간한 액션 영화보다도 더 박진감 넘치는 드럼 연주로 몰입도를 높여 심장이 반응하게 하는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