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엠, 신곡 음원 차트 1·2위 석권...라포엠 표 이지 리스닝 음악도 通했다!
2024-04-25

겨울과 봄의 계절의 경계선이 뚜렷해진 3월 어느 날 서울 마포구 서강대 근처의 한 카페에서 싱어송라이터 최문석을 만났다.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만을 노래 담았다던 그는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렘, 이별 후에 느껴지는 상실감 등 최문석은 자신의 일기장을 꺼내 놓은 듯 진솔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제가 완벽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겨우’라는 곡의 편곡을 미국 유명 편곡자에게 맡겼는데, 제 마음에 안 들었던 거죠. 음악적으로 훌륭했는데, 현악기만 내가 해야지 하고, 그럼 관악기도 해볼까? 하다 오케스트라 편곡을 제가 다 하게 된 거예요. 악기 편집도 제가 다 했고요. 노래도 2014년 초에 녹음을 다 마쳤는데 마음에 안 들어서 집에 녹음 부스를 설치하고 다시 했죠. 2년이나 걸린 이유가 있었어요. 주변에서 앨범 언제나오냐고 물어보실 때마다 얼마나 들려드리고 싶었는데요.”
이런 집요하고 치열한 뮤지션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최문석은 자신의 첫 앨범에 온 마음과 정신을 집중했다. 2년 만에 탄생한 최문석 1집 ‘그대여’는 뿌연 먼지가 내려앉은 최문석의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 것 같다. 기교 없는 담백한 보컬과 귀를 즐겁게 하는 연주는 듣는 이들의 감성을 풍요롭게 한다. 그는 ‘그대여’를 통해 연주자 최문석의 음악성과 싱어송라이터의 포문을 열며 많은 이들을 기대케 했다.
“현재 음악 시장에는 정말 수많은 뮤지션들이 활동하고 계세요. 상품화 된 음악도 많지만, 저는 조금 더 친숙한 발라드를 하고 싶었어요. 故유재하 선배님과 토이, 김동률, 이적 선배님의 음악을 듣고 자랐기 때문에 그때 느낀 감성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때 느낀 감성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때 부르고 듣던 발라드를 하는 가수가 남아있다는 것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래서일까. 최문석의 ‘그대여’수록곡을 듣다 보면 유난히 가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의 두근거림, 고백하기 전 망설임, 이별 후 느끼는 허탈함 등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법한 감정들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이번 앨범 수록곡은 100% 제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때그때 상황과 순간들을 적어 놓은 아이디어 스케치가 있어요. 그대 그 감정들을 담아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붙이죠. ‘그리움의 무게’는 탱고 팀으로 공연하러 갔는데 헤어진 여자 친구와 닮은 옆모습을 본 거예요. 실제로 제 공연을 보러 온 건지 닮은 사람인 건지 아직도 모르겠는데, 그때 공연에 집중 못 할 정도로 심장이 뚝 떨어지는 느낌을 담았어요. ‘비에 젖은 밤’은 군 복무 중휴가 나왔을 때 한 커플이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데, 여자 분이 자꾸 자신 쪽으로 우산을 기우는 남자친구에게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헤어진 여자친구도 그렇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쓴 곡이었어요.”

1번 트랙 ‘충분해’에 이어 ‘좋은걸’, ‘겨우’를 들으면 하나의 대상에 대한 화자의 마음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충분해’에서 간결한 피아노 연주가 주를 이뤘다면 ‘좋은걸’에서는 드럼과 베이스 사운드로 확장된다. 마음에서만 머물던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게 되는 ‘겨우’에서는 화자의 다짐처럼 사운드 또한 오케스트라로 확장된다.
“어렸을 때부터 내 앨범을 구상한다면 사랑 고백부터 시작까지 쭉 담아보고 싶었어요. 의도적으로 그런 곡들을 앨범 앞쪽에 배열하게 됐어요. 음악적으로도 고려해야 된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사운드 적인 면에서도 점점 확장되어가는 소리를 담아냈죠.”
“‘겨우’에서는 ‘모으고 모으고 모아서’같이 반복되는 가사가 나오는데, 원래는 한 번만 쓰려고 했는데 코드 진행이랑 반복되는 멜로디가 나왔어요. 실제로도 남자들은 고백할 때 여러 말들을 모아서 가거든요. 멜로디랑 가사가 겹쳐지는 느낌을 살리고 싶어 가사를 반복했어요.”
앞에 세 곡이 최문석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후반부에 수록된 ‘비에 젖은밤’, ‘끝의 시작’, ‘계절의 경계선’, ‘그리움의 무게’는 연주자 최문석의 음악적 역량이 발휘되는 트랙이다. 이는 연주자 최문석과 싱어송라이터 최문석의 경계이기도 하다. 특히 연주곡 ‘끝의 시작’과 같은 인트로로 시작하는 ‘계절의 경계선’은 사랑했던 우리가 너와 나가 되는 우리의 경계가 된다.
“‘계절의 경계선’을 쓰고 보니, 경계선은 시작과 끝의 중간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곡이 경계선에 올라탄 곡이라면 경계선으로 올라가는 무언가가 있어야겠다고 느꼈죠. 그래서 연주곡을 쓰게 됐어요, ‘끝의 시작’은 ‘계절의 경계선’과 똑같은 인트로의 곡이에요. 같은 인트로로 시작해 노래로 이어가게 하고 싶었어요.”
“‘그리움의 무게’는 예전부터 마지막 트랙으로 넣고 싶었어요. 탱고에서 쓰는 리듬을 꼭 담아보고 싶었거든요. 상지 누나는 이런 곡을 싫어했는데, 앨범 마지막에 쓸쓸한 감정과 여운을 담고 싶었어요. 이 곡을 녹음할 때 제가 조금 늦었는데 상지 누나가 이미 3가지 버전으로 녹음을 해놓으셨더라고요. 정말 좋아서 따로 추가 녹음없이 그대로 담았어요.”
타이틀곡 ‘그대여’는 앨범 수록곡 중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정통 발라드의 기반이 담겨있다. 어린시절 발라드를 즐겨 들었다던 최문석의 감성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은 예전에 여자친구에게 직접 쓴 편지를 가사로 만든 곡이에요. 갖고 있는 건 없지만 한 사람만은 웃게 하고 싶다는 마음을 노래로 담고 싶었어요. 가사가 조금 진부하지만, 90년대 발라드는 솔직하고 진솔한 가사가 주를 이루잖아요. 지금 생각해도 ‘그대여’는 촌스러운 가사와 리듬이에요. 특히 ‘그대여’부분은 다른 멜로디로도 바꿨는데,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전하고 싶었어요. 편곡도 현악기가 많이 들어가게 하려 했어요. 일부러 현장감을 주기 위해 녹음도 한 번에 갔어요. 오케스트라 실제 녹음 인원은 7~8명이 했는데, 더블 연주를 많이 해주셔서 50인조의 연주가 담긴 듯한 느낌을 내려 했어요.”
최문석은 오는 27일 폼텍 웍스홀에서 첫 단독 공연을 개최한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100석의 객석이 매진됐다. 오랫동안 그의 음악과 공연을 기다린 팬들의 마음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최문석은 얼떨떨하면서도 첫 단독 공연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40명 정도 오실 거라 예상했어요. 티켓 오픈 전에 사진 공지를 해야되는 지도 잘 몰랐어요. 가격도 비싼 것 같아 누가 오겟냐고 말했지만 공연을 담당해주신 이용진 대표님께서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얼마 전에 첫 합주를 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목 관리도 열심히 하고, 첫 공연인 만큼 관객 분들과 이야기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이제 막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첫 발을 뗀 최문석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었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피아노가 자신의 운명이 되었고, 우연히 만든 한 곡의 노래로 인해 싱어송라이터가 됐다. 그의 집요함과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이뤄낸 첫 결실이자 그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시킨 ‘그대여’. 이 세상 모든 그대들의 삶에 최문석의 음악이 한 장의 페이지로 남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