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인터뷰]박근형 “역할에 대한 욕심, 대한민국에서 내가 제일”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4-06 12:10:17
“주책없이 젊은 사람들의 역할에 탐을 내기도 하네요. 아마 역할에 대한 욕심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할 겁니다.”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악독한 회장님으로 안방극장을 휘어잡았던 배우 박근형이 이번에는 틈만 나면 버럭 하고 융통성이라곤 전혀 없는 까칠한 노신사 성칠로 분했다. 영화 ‘장수상회’를 통해서다.

‘장수상회’는 ‘쉬리’, ‘은행나무 침대’, ‘태극기 휘날리며’ 등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강제규 감독의 작품이다. 특히 70살 연애초보 성칠(박근형 분)과 그의 마음을 뒤흔든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 분)의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담으며, 기존의 젊은 배우들을 앞세운 작품들과 궤를 달리했다. 박근형 또한 ‘노년층의 로맨스’라는 새로운 소재에 끌려 ‘장수상회’를 선택하게 됐다.

“외국에서는 70대 주연 배우가 얼마든지 있어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죠. 고맙게 생각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있죠. 저에겐 하나의 행운이기도 하죠. ‘장수상회’를 통해 이제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된 것 같아요. 좋은 자원을 쌓아 이걸 바탕으로 젊은 사람들이 한 차원 더 높은 걸 만들어냈으면 하는 소망이에요.”

영화계와 배우계의 두 거장이 만났다. ‘존중’과 ‘소통’이 있었기에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영화 ‘장수상회’가 탄생할 수 있었다.

“강제규 감독의 ‘쉬리’와 ‘은행나무 침대’를 보고 거장이라는 걸 알았어요. 이렇게 섬세한 영화를 할지 몰랐죠. ‘장수상회’로 나를 택해준 것도 고마운데 첫 미팅 때 배우를 존중하고 생각을 높이 사는 것을 보고 ‘달리 거장이 아니구나’라고 느꼈죠. 감독들은 자기 생각이 맞는 걸로 밀고 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양반은 남을 생각할 줄 알더라고요.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서로 이해를 시키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가지고 있는 배우의 모습을 빼내더군요. 그 다음부터는 감독을 대하는 게 편해지고 이야기를 많이 하고 지냈어요. 현장에서 항상 웃고 느슨했죠. 그만큼 자신이 있었던 거죠.”

박근형은 ‘장수상회’를 통해 다시 연극학도 시절로 돌아갔다. 앞서 그는 드라마 ‘추적자’에서 이러한 연극적인 시도에 성공한 바 있다.

“연극적인 것을 하면 반드시 느끼고 이해, 행동해야하죠. 드라마의 경우에는 순발력을 요해서 그것을 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장수상회’는 시나리오를 받고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연결되는 부분까지 계산했었어요. 계획을 세운 거죠. ‘추적자’에서 이러한 연극적인 시도를 해봤는데 되더라고요. 나이를 먹고 이제 보이는지, 지금까지 잊어먹고 있었죠. ‘내가 그동안 왜 도외시 했을까’ 싶어요. 연기가 잘 안되고 어려울 때는 ‘연극으로 돌아가라’고 해주고 싶네요. 노력과 소양만 있다면 문제는 아주 간단하거든요.”

철저하게 ‘준비’하고 ‘계산’된 연기를 말하는 박근형은 애드리브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애드리브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생각해요. 애드리브를 하려면 감독에게 말하고 배우에게 반응을 미리 알아 달라 이야기 해야죠. 극 언어와 현실 언어가 확연히 다른데 그걸 가져다 쓰더군요. 소위 ‘간지’라며 클라이맥스를 떨어뜨리고 있죠. 극은 완전한 허구이기 때문에 우리가 정해놓은 이야기를 관객들이 믿게끔 해야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허구 속에서는 계산이 돼야 하죠. 그런 점에 있어서 애드리브는 적당량 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기에 대한 강의 아닌 강의를 이어가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박근형에게 있어 진짜 연기 생활은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는 내 몸을 빌어서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상상의 창조 활동입니다. ‘1+1=2’라는 공식이 없어요. 모든 연기의 모태는 무대연기라 생각해요. 무대 연기를 통해 근본적인 기초를 튼튼히 해놓으면 어떤 미디어가 와도 흔들림 없이 표현해낼 수 있을 겁니다. 무대는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것이니, 자기가 할 수 있는 이론을 알아야 하고 실체를 알아야 하죠. 이것은 반복된 훈련에 의한 것이기도 하죠.”

박근형은 ‘장수상회’가 가지고 있는 반전 때문에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연기에 대한 열의로 그 갈증을 어느 정도 달랜 그는 끝으로 영화에 대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했다.

“‘장수상회’가 잘 되면 직업군 안에서 새로운 바람이 일어날 수 있으니 저한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죠. 10대부터 30대, 그리고 노년의 사랑까지 각 층이 가지고 있는 모습을 모두 담았기에 전 연령층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작품을 보면 저절로 느낄 수 있다 자신합니다.”

인생 가장 빛나는 순간 시작된 러브스토리, 그 마지막 사랑의 비밀은 오는 4월 9일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