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장수상회’의 운전자 폭행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4-13 09:45:36
우리가 살아가면서 잊고 지내도, 아니 치매 등으로 모든 기억이 지워진다고 하더라도 다시 같은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가족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장수상회’(감독 강제규)는 치매로 기억이 지워졌음에도 같은 사람을 사랑하는 황혼의 로맨스와 가족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Lovely, Still’(2008)을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작품 속에서, 까칠한 김성칠(박근형 분)이 임금님(윤여정 분)과 데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버스 기사(백일섭 분)와 말다툼을 합니다. 말다툼이 몸싸움까지 번지는데 이처럼 성칠이가 버스 기사인 운전자를 폭행한 것이 이른바 ‘운전자 폭행’에 해당해 가중처벌 되지는 않을까요?

이른바 ‘운전자 폭행’은 형법이 아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범죄로서,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에 성립하고,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해 사람을 상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성립합니다.

‘운전자 폭행’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형법상의 폭행, 협박, 상해보다 가중처벌 됩니다. 이는 운전자나 승객 또는 보행자 등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엄중하게 처벌함으로써 교통질서의 확립 및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취지입니다.

형량을 비교해 보면, 형법상의 폭행은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이고 형법상 협박은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인데 반해, ‘운전자 폭행, 협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하고 있습니다.

형법상의 상해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 중상해의 경우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인데 반해, ‘운전자 폭행’으로 사람에게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하고 있습니다.

‘운전자 폭행’은 자동차를 실제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 할 때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가중 처벌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운행 중이 아닌 승차나 신호대기 등을 위해 정차 중일 때는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하더라도 형법상의 폭행으로 처벌될 수는 있어도 ‘운전자 폭행’으로 가중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현재, 정차 중인 운전자를 폭행하는 경우에도 ‘운전자 폭행’으로 가중 처벌할 수 있게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작품 속에서, 까칠한 성칠이가 버스 안에서 운전기사와 몸싸움을 하면서 운전자를 폭행했다 하더라도 형법상 폭행죄로 처벌될 수는 있어도 ‘운전자 폭행’으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버스가 실제 운행 중이 아니라 승차를 위해서 정차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황혼의 로맨스는 젊은이들의 사랑처럼 풋풋한 생기발랄함은 없지만 묵직하게 다가와 진한 여운을 주는 것 같습니다. ‘장수상회’는 출연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예상하기 어렵게 잘 짜인 반전도 좋았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절제하면서 작품을 이끌어 가는 자연스러운 담백함으로 더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