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엠, 신곡 음원 차트 1·2위 석권...라포엠 표 이지 리스닝 음악도 通했다!
2024-04-25

지난 2월 27일 발매된 미니앨범 ‘파란그림’은 앞으로 나아갈 크랜필드의 음악적 방향성과 확장돼 가는 이들만의 소리를 보다 명확하게 구현했다. 싸이키델릭 장르의 몽환적 사운드와 간결하면서 시적인 가사 등 크랜필드는 정규 1집 보다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통해 인디 팝에서 팝으로 가는 길목을 열었다.
◆ 크랜필드로 다시 만난 이성혁, 지수현, 정광수 그리고 박인
크랜필드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하며 프로듀싱까지 도맡은 이성혁과 드러머 지수현, 베이시스트 정광수는 경성대학교 디자인과 동기다. 첫 만남부터 이상하게 통했던 이성혁과 정광수는 영상에 필요한 음악이 필요해 다른 밴드 동아리 촬영 중 밴드의 매력에 빠졌다. 그렇게 미술학도였던 이들은 기타를 잡고, 베이스를 치고 드럼을 연주하게 됐다. 특히 지수현은 두 사람 옆에서 탬버린을 치다 연습용 드럼을 구해 기초 리듬부터 배워가며 실력을 쌓아갔다.
“음악을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광수랑 수현이도 합주 연습을 해 6개월 정도 커버 밴드를 했다. 자작곡이 아니고 좋아하는 밴드 위주로 하다 사이가 안 좋아졌다. 좋은 친구였는데 밴드도 노는 거라 생각했는 아니었다. 사이가 틀어진 상황에서 해체했고, 나는 음악을 제대로 해야지 생각하고 작곡을 시작했다.”(이성혁)
2010년 이성혁은 무작정 서울에 올라와 본격적인 음악 작업을 시작했다. 막상 떨어지니 그제서야 함께 했던 친구들의 소중함을 느꼈다. 이성혁은 지수현과 정광수를 찾아가 그동안 작업한 곡을 들려줬다. 두 사람도 음악을 제대로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었고, 때마침 듣게 된 이성혁의 곡에 그동안의 서운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렇게 다시 뭉친 세 사람은 크랜필드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아주 단순하게는 곡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부수적인 것들도 많았다. 할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마음에서 동요가 컸다. 누구한테 부끄럽지 않고 즐겁게 살고 싶었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겠다 다짐했다.”(지수현)
크랜필드로 다시 뭉친 이들은 2년 동안 클럽 공연을 하며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몇 곡 없는 상태로 공연을 이어가기엔 준비가 부족했다. 제대로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만큼 세 사람은 공연을 중단하고 정규 앨범 작업에 돌입한다.
이후 정규 1집 앨범 발매와 함께 본격적인 크랜필드의 정주행이 시작됐다. '214올해의 헬로루키’대상을 수상했고, '2014K-루키즈’에 선정되며 탄력받기 시작했다. 이성혁은 새 앨범 작업에 한창이었고, 새 멤버 물색에 나섰다. 때마침 박인이라는 기타리스트가 눈에 띄었고, 크랜필드 합류를 제안했다.
“저도 크랜필드의 음악을 듣고 있었던 찰나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공연을 말아먹은 날이었는데, 그날 광수, 성혁이 형이 오더니 앨범을 주셨다. 기존 팀과의 색깔도 무시 못했고, 다른 밴드에게도 제안을 받은 상태여서 고민을 했다. 중국집에서 다시 만났는데, 그때 ‘코발트’와 ‘코발트2’를 들으며 이 팀이 나갈 방향이 무궁무진하겠다 확신이 들어 모험을 하기로 결정했다.”(박인)

음악을 구분 지었다. 미니앨범 ‘파란 그림’은 보다 다양한 장르를 한 앨범 속에 융합시켜 크랜필드만의 장르를 탄생시켰다.
“‘파랗네’가 먼저 만들어지며, 파란색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색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찾아봤고, 곡선이 많은 설득력이 있는 유토피아적인 그림을 그려나갔다. 바닷물이 깊어지면 검은색이 된다. 깊지도 않고 얕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감을 파란색이라고 한다. 저희 음악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어 ‘파란그림’을 타이틀로 정했다,”(이성혁)
"1집에 비해 우울하진 않았는데, 지나고 나니 우울이 서려 있더라. 의식적으로 밝아지려고 노력했다. 우울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파란색이지만 에너지틱한 파란색, 긍정적이고 힘을 주는 파란색을 생각했다. 사운드도 그렇게 되니 활기를 띄는 파란색이 되더라.”(이성혁)
1번 트랙 ‘파이로’는 만화영화 ‘포켓몬스터’ 파이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불을 밝게 만들어보자는 가상의 ‘파이로’가 앨범 첫 곡으로 가장 어울린다 생각했다. 파란색에 대한 표현이 나오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이전 앨범에 수록된 ‘밤의 악대’에서도 불을 피우는 이미지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파이로’의 화자는 불분명하다. 유년시절의 이야기였던 ‘밤의 악대’에서 탈피해 현재의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탄생시켰다.
‘파랗네’에서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았고 ‘코발트’에서는 열심히 해보자는 시작의 느낌을 표현했다. 앞의 세 곡에 들뜬 기분이 드러난다면 ‘포류기’에서는 포류하는 상황이 그려지며 우울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하지만 이어진 ‘파랑새’에서 배에 타고 있는 화자가 날아오르는 이야기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준다. 특히 곡 말미 노래가 다시 시작되는 부분은 다음 앨범에 대한 여지를 남기며 앞으로 나아갈 크랜필드의 음악적 방향을 제시한다.
“수록곡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5곡 창법이 전부 다르다. 보컬도 가창력으로 승부하지 않기 때문에, 창법이랑 정서를 생각한다. 곡이 나오게 되면 곡에 맞춰 최대한 낼 수 있는 음역대를 찾아서 연출을 한다. 엄밀히 따지면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연출을 한다고 생각한다. 음을 실어서 가수처럼 한다는 느낌보다 사운드에 한 부분이기 때문에 연출한다는 느낌으로 부른다.”(이성혁)
크랜필드의 가사는 대체적으로 간결하면서 시적이다. 기승전결이 분명한 이야기 보다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이성혁은 크랜필드의 노래를 통해 보이는 음악 보다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군대에서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한 선임을 만나며 나 또한 변했다. 프랑스 낭만주의 시, 소설을 많이 읽었다. 좋아하는 가수들의 가수를 봤을 때 아무 생각없이 쓴 가사 같지 않았다. 모든 부분에서 좋은 글을 읽어야 겠다 생각했고, 의식적으로 생활 습관처럼 읽었다. 그런 부분이 가사를 쓰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이성혁)
이성혁은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감상하기 어렵지 않은 가사를 쓰는데 의식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음악은 무형이기에 흘러서 사라지고, 형태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이성혁은 색을 통해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게 표현해냈다. 크랜필드의 음악을 듣는 이들이 가사를 보지 않고도 음악만으로 다양한 그림을 그리게 했다.

지난 2013년 11월 정규 1집 ‘밤의 악대’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지 약 1년 6개월이 지난 크랜필드는 하얀 도화지 위에 ‘파란 그림’을 그렸다. 이들은 앞으로 어떤 음악을 그려나가고 싶을까.
“누구나 음악만 듣고 저희 음악인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지나가다 가게에서 들려오는 노래가 크랜필드의 노래였음 좋겠다. 플레이리스트에 우리 노래 하나는 들어가있으면 좋겠다.”(지수현)
“‘파란 그림’이 크랜필드의 새로운 길을 열어줬고, 확장되고 많은걸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크고 멋진 공연을 많이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박인)
“음악적으로 지금은 새롭다는 느낌이 있다. 처음 크랜필드를 통해 느낀 새로움 보다, 우리의 음악이 한 형식이 되었으면 싶다. 명반 순위에 들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나. 명반이나 높은 대우를 받는 음악은 그 양식이 온전히 대중에게 소화가 된 상태다. 음악에 대한 정서가 있는 거다. 사전에 등록되는 것처럼 이 자체로 양식이 되는 것이 크랜필드의 목표다.”(이성혁)
“단기적으로 생각하면, 인이가 본 가능성처럼 2집에 대한 간단한 구상들을 하게 됐다. 2집을 위한 곡들을 쓰고, 편곡이나 연주적으로 같이 상의하며 작업할 예정이다. 2집 곡들을 올해 채우는 것이 목표다. 작년 한 해 동안 팬 분들이 많아 졌다. 그분들을 다양한 곳에서 만나보고 싶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음악을 들려드릴 것이다.”
이제 막 미니앨범을 발매한 크랜필드는 이미 2집에 대한 간단한 구상을 마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쇼케이스에 이어 다양한 페스티벌과 공연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자신들을 좋아해주는 팬들을(이들은 팬들을 좋아하고, 존경스럽다고 표현했다) 최대한 많이 만나고,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