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착하지 않은 여자들’ 도지원 “어떤 꽃을 피울지는 연기자의 몫”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5-22 10:50:47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덕분이었을까. 김인영 작가는 지문이나 주석이 달리지 않은 다소 친절하지 않은 대본을 제공했으며, 유현기 감독 역시 전적으로 배우들을 믿고 맡겼다. 덕분에 배우들은 대본의 행간 의미를 파악하기에 힘썼고, 배우들이 직접 배역을 만들어나갔다.

“대본을 받고 놀랐어요. 다른 드라마에서는 디테일하게 행동까지 알려주는 작가들도 있거든요. 김인영 작가는 ‘묘한 산’을 줘요. 대사를 보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어내는데, ‘이런 깊이까지 생각하시면서 쓰셨을까’ 생각할 정도로 깊이 연구해요. 이렇게 갈 수도 있고 저렇게 갈 수도 있거든요. 배우는 대본을 마음으로 파악해서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줘야 해요. 뿌리를 내리고 나무를 심은 후 어떤 꽃을 피울지는 연기자의 몫이죠. 모든 연기자들이 다 같이 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상한 가지를 뻗기도 하지만 결국은 호흡이 맞게 되고 예쁜 산이 만들어지더라고요.”

이런 맥락으로 도지원은 오랜만에 경빈이 됐다. 지난 2001년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도지원은 ‘뭬야’라는 대사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도지원은 질부가 될 서이숙을 혼내면서 ‘뭬야’를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그동안 ‘여인천하’의 경빈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해 노력했던 도지원이었지만 오히려 다시 한 번 경빈이 됨으로서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뭬야’는 애드리브였어요. 대본에는 없었지만 그 부분은 경빈의 느낌이었거든요. 이전 회에서도 장미희의 ‘아름다운 밤이에요’, 김혜자 선배님의 ‘바로 이 맛이야’처럼 배우들의 유행어가 대본에 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작가님이 저에게 이런 분위기를 주는 이유가 뭘까 계속 생각했어요. ‘뭬야’ 대사를 넣으려다가 차마 못하셨나 생각하면서 전날에 연습해 갔어요. 리허설 때까지도 못하다가 결국 하게 됐죠. 컷 했을 때는 모든 걸 내려놓은 느낌이었어요. 현장에서도, 방송 후에도 반응이 좋은 것을 보고 경빈에 대한 무게는 나 혼자만의 무게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여인천하’ 출연 후 계속 경빈에 대한 이미지가 따라다녀서 나라는 사람이 없어졌었어요. 저를 처음 보는 사람들도 경빈 같은 성격이 아니냐고 묻기도 했었고,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갖게 됐죠. ‘웃어라 동해야’ 이후 다양한 역할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지만, 이번에 또 한 번 보여줬던 것 같아요.”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제목과 달리 악인이 없다. 착하지 않다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인공들은 엉망진창인 삶을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화도 실컷 낸다. 하지만 선과 악을 무 자르듯 나눌 수 없듯이,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용서와 화해를 그리면서 그 안에 있는 따뜻함을 드러냈다.

“모든 인간이 착함과 착하지 않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을 대할 때는 착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착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상대적이죠. 드라마 속 여자들이 기본적으로 나쁜 사람들은 아니에요. 처해있는 주변 환경에 따라 까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거든요. 이것을 통해서 이들에게 착한 면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도지원은 25년 간 수많은 역할을 맡아 연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그가 오랫동안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겸손함 때문이 아닐까. 여전히 한 작품 한 작품 쌓아가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그가 다음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되는 바다.

“한 작품이 끝나면, 분명히 배우는 것이 있어요. 어떤 역할을 선택했다면 그 이유가 있거든요. 뭔가 하나는 얻어 가는거죠. 이것 때문에 연기를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간다면 이 다음에 또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