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간신’ 김강우, 이성보다 감성이 앞선 순간 탄생한 연산군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5-22 11:02:32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배우 김강우가 ‘간신’을 통해 배우로서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줬다.

연산군 11년, 1만 미녀를 바쳐 조선 최고의 폭군 연산군을 마음대로 휘두르던 희대의 간신 임숭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간신’에서 연산군을 연기한 배우 김강우가 미친 듯한 캐릭터 소화력을 선보이며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을 압도했다.

그가 연기한 연산군은 예술과 쾌락에 빠져 국안을 살피지 않은 역대 최악의 왕으로 손꼽힌다. 이처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연산군은 기존의 여러 작품을 통해 어느 정도 이미지가 잡혀져 있었다. 이에 김강우가 느꼈을 부담감도 적지 않았으리라 짐작됐다.

“외로우려고 했어요. 혼자 좀 왕따 당하려는 느낌으로 했죠. 그래야 될 것 같았거든요. 사실은 이야기 할 에너지도 없었어요. 슛 들어가면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내거든요. 이미지 자체가 드라마틱하고 표현할 거리가 많아요. 실존인물이라는 부담감 보다는 연산군에 대한 양쪽 시선에 대해 선을 잘 타야한다는 걱정이 있었죠. 너무 오버해서도 안되고 허구 같지도 않은 느낌이요.”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극 중 연산군은 임숭재의 존재감을 억누를 만큼 강력한 캐릭터임이 분명했다. ‘간신’의 초점은 임숭재에게 맞춰 있었기에 그에 따른 강약 조절에 대한 고충도 있었을 것이다.

“연기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동선이나 감정의 라인을 계산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순간이 있어요. 마음속으로 이성이든 감성이든 캐릭터를 계산하는 순간 내가 지는 것이거든요. 진부한 이야기지만 현장에 나갈 때부터 버려야 해요. 초 몰입으로 갔다가 어느 순간 놔줘야하죠. 제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니까 카메라 감독님한테도 동선적인 부분을 미리 부탁해놨죠.”

작품 속 관객들의 몰입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던 장면은 단희를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임숭재에게 자신의 광기를 표출했던 연산군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두 배우의 호흡은 탁월했다.

“머릿속에 있던 대사가 연기를 할 때 진짜 와 닿는 순간이 있어요. 그 신이 실제 연산이 했던 대사였거든요. 그 순간 정말 몸이 간지러운 것 같아서 옷도 다 찢고, 벗어재끼고 숭재한테 다가가서 울었어요. 숭재도 원래 우는 게 아닌 게 갑자기 울었죠. 이런 타이밍이 오는 것 같아요.”

‘간신’ 속 연산군은 비주얼부터 남달랐다. 얼굴에 크게 나있는 붉은 점부터 풍채까지, 완벽한 연산군이었다. 특히 스크린 가득 채웠던 연산군의 얼굴, 그 가운데 붉은 점은 그의 분위기를 한층 더 두렵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없었어요. 촬영 들어가기 몇 일 전에 확정됐죠. 연산군에 대해서 고민을 계속했어요. 연산군은 결핍이 상당해요. 그렇지 않고서는 욕망을 향해 질주해 나가고 미치진 않죠. 태생적으로 뭔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간신’은 연산군의 이야기가 아니라 간신의 이야기죠. 그래서 연산군의 스토리를 길게 보여 줄 수는 없었고요.”

“연산군은 자기를 쳐다보는 것에 대해 극도로 예민해하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얼굴에 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왕이기 때문에 상처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죠. 그러다 붉은 점이 떠올랐어요. 얼굴에 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있잖아요?. 그게 어떻게 보면 콤플렉스로 다가올 수 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새벽에 감독님께 문자랑 사진을 보내면서 제안했죠. 처음엔 쉽지가 않았어요. 티도 많이 났었고, 분장 팀이 많이 고생했죠. 막내는 테스트 하느라 늘 얼굴이 붉었을 정도였어요.”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의 머릿속에 연산군의 잔상이 진하게 남을 것이다. 그만큼 ‘간신’ 속 김강우는 역대급의 연기력을 보여줬다. 이토록 강렬한 캐릭터를 그는 왜 이제야 만났을까.

“사실 이 쪽 일을 오래 하게 되면 선수가 되죠. 제가 벌써 14년차 배우인데 어떤 역할을 하면 주목을 받는 다는 것을 아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에요. 하지만 굳이 그 '역할을 찾아서 하는 것이 정답일까'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물 흐르듯이 자연스레 찾아오는 것이라 생각했죠. 지금에서야 이 캐릭터가 맞는 것이지, 예전에 이 역할을 했어도 잘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평생 이런 캐릭터나 장르를 두 번은 못하거든요. 그래서 ‘못하면 어떡하나’라는 두려움은 있었어요. 그런 조급함이 있었지만 감췄죠. 그렇기 때문에 더 파고들 수밖에 없었어요. 조금 더 다르게 폭발적으로 변화무쌍하게 하려고 노력했고요. 시시각각 남녀노소의 성향에 따라 영화의 평가들이 달라지고 있는 시대에요. 이번에도 제 연기를 진부하게 느끼거나 독특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