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무뢰한’ 전도연 “‘왜 저래?’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이해해주길..”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5-27 11:18:04
전도연. 우리는 그를 부를 때 ‘칸의 여왕’이라 부른다. 지난 2007년 ‘밀양’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 2010년 ‘하녀’로 경쟁 부문, 지난해에는 심사위원으로 칸을 찾았던 그가 이번에는 하드보일드 멜로 ‘무뢰한’(감독 오승욱)으로 칸을 찾았다.

특히 ‘무뢰한’이 비경쟁 부문 초청작임에도 위원장이 직접 나와 맞아준 에피소드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전도연 또한 나중에서야 이 사실을 알고 놀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에게 칸 영화제는 언제나 ‘신선한 자극제’다.

“한국과 달리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이라는 배우는 ‘밀양’으로 상을 받았고, 앞으로 저 배우가 어떤 연기를 보일지 관심과 기대를 가져줘요. 국내에서 팬들이 전도연에게 ‘믿음’을 보내준다면, 칸은 기대나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돼요. 영화제를 다녀오면 앞으로 해야 할 것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뭔가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는 설렘에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요.”

매번 작품을 끝날 때마다 얻는 것은 작품, 즉 필모그래피(filmography, 영화 목록)라 말하던 전도연은 ‘무뢰한’ 또한 최고의 작품, 좋은 작품이자 다음 작품을 찍기 위한 에너지라 전했다.

“‘무뢰한’ 시나리오는 최근에 읽은 시나리오 중 가장 뛰어났어요. 감독님 글이 되게 좋았어요. 당시 연속되는 촬영 때문에 ‘무뢰한’을 선택하기에는 무리한 시기였거든요. 무뢰한들이 서로 상처 주는 게 폭력이 아닌 감정이고, 그 감정이 사랑이기에 매력을 느꼈어요. 흔히 느와르 장르에서 여성은 대상화되기 마련인데, ‘무뢰한’ 속 김혜경은 달랐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에 말에 끌렸죠. 믿고 맡겨주고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내려주는 감독님의 격려를 받으면서 촬영했죠.”

전도연은 극 중 살인자 박준길(박성웅 분)의 여자이자, 정재곤(김남길 분)이라는 인물 때문에 예고 없이 찾아온 감정을 느끼고 흔들리는 인물인 김혜경 역을 맡았다. 닳고 닳은 노련함 뒤편으로 보이는 김혜경의 순수함은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처음에는 김혜경을 보며 다른 무뢰한들보다 더 강한 여자라 느꼈어요. ‘김혜경이 그들에게 무뢰한 아니에요?’라고 할 정도였죠. 인간적인 모습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김혜경이 살아야 무뢰한들도 산다고 생각했거든요. 촬영을 하면서 김혜경을 알아가는 데 굉장히 처절했어요. 김혜경은 여자로서 매력을 어필하는 게 아니면서도 힘든 상황을 버텨내기에 더욱 그랬죠. 꿈도 희망도 없다 생각했는데, 정재곤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그런 것들을 찾은 게 아닌가 싶어요.”

그에게 아직도 카메라 앞은 편하지 않은 자리다. 때문에 아직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집중할 수 있기도 하다.

“카메라 앞에서 긴장감을 느끼는 자체가 좋아요. 일을 할 때는 항상 긴장하고 집중하려 해요. 연기라는 것이 ‘1이 정답이니까 이렇게 연기해야 됩니다’가 아니잖아요. 지금 이 감정이 맞는지 감독과 배우가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누군가에게 물어보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가 자신 없어 뭔가를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 여운이 남아 궁금해지는 작품을 좋아한다던 전도연은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일명 ‘칸 신생아’ 김남길에게도 이와 비슷한 소감을 남겼다.

“김남길이라는 친구는 만나기 전에는 궁금하기보다는 단순한 관심이었는데, 겪고 나니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에요. 과할 정도로 밝고 유쾌해서 저 사람이 어떻게 상처받은 짐승 같으면서도 마초인 정재곤을 연기할까 싶었죠. 오히려 김남길이 정재곤을 연기하면서 캐릭터가 다양해졌어요.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소년 같으면서도 거친 남자의 모습도 보였거든요. 이제까지 내가 김남길이라는 친구를 정확히 보고 있는지, 그게 다인지 생각이 들었어요. 시시각각 다른 배우라 얼마나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파악하기 힘들어요. 배우로서도 내재돼 있는 에너지가 굉장히 큰 친구라 궁금해져요.”

전도연은 끝으로 긴장과 설렘을 가득 담아 ‘무뢰한’을 보게 될 관객들에게도 당부의 인사를 남겼다.

“‘무뢰한’은 여자를 모르는 남자, 남자를 모르는 여자가 아니라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우리는 보통 소통이라 하면 언어를 익숙하게 생각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사랑하는 방식이 그들만의 생존방식과 닮아 있어요. ‘왜 저래?’가 아니라 그들을 같이 느껴주고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들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보면 ‘무뢰한’이 편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진심을 숨긴 형사와 거짓이라도 믿고 싶은 살인자의 여자, 두 남녀의 피할 수 없는 감정을 그려낸 작품인 ‘무뢰한’은 현재 극장가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