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②] 빌리어코스티 ‘미세매력주의보’ 지침서 ‘호흡곤란 주의요망’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6-08 11:25:49
싱어송라이터 빌리어코스티(본명 홍준섭)가 새 앨범 ‘미세매력주의보’로 돌아왔다. 1집 ‘소란했던 시절’에로 빌리어코스티만의 음악을 ‘감성’을 스케치 했다면, 이번 앨범으로는 ‘음악’을 색칠하며 보다 명확하고 뚜렷해진 빌리어코스티의 음악적 방향을 제시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빌리어코스티를 만나 새 앨범 ‘미세매력주의보’에 대한 이야기를 ‘미세하게’나눴다. 무한 매력으로 꽉 찬 빌리어코스티가 이번 앨범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지난 4일 ‘미세 매력 주의보’를 발령시킨 빌리어코스티의 ‘나노’인터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1 '괜찮아 아직은‘ : 여행의 시작, 설렘을 담다

1번 트랙 ‘괜찮아 아직은’은 CD를 찍기 전까지 고민한 곡으로 빌리어코스티만의 설렘과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여서 첫 트랙으로 제격이라 생각했다. 사실 ‘기차 여행’이라고 정했다가 주변의 만류로 바꿨다.

‘괜찮아 아직은’은 기차 여행을 떠난 순간 내 어깨에 기대 잠든 여자친구에게 노래를 시작한다. 잠깐 깬 여자친구에게 아직 여정이 많이 남았으니 괜찮다고 말한다. 창가를 바라보고, 더 아름다운 여자친구를 보고 있는 그림을 담았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미스터 빅을 좋아했는데, 그런 뮤지션들의 선 굵은 락킹한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멜로디는 팝적인 곡으로 만들어 보려 했다. ‘미세매력주의보’를 소개하는 트랙이라고나 할까.

#2 ‘미세매력주의보’ : 은은하게 스며드는 매력을 가진 그녀

‘미세매력주의보’는 이번 EP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한 번 스쳐지나간 사람이 자꾸만 떠오르는 여자를 향한 노래다.

공연을 하면서 팬 분들을 만나고, SNS에서도 헤프게 친구 요청을 다 받기 때문에 평소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고 있다.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독특한 시선과 취향과 그만큼의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러니 나 같은 애를 좋아하겠지. (웃음)

소소한 매력에 촘촘히 이야기 하고 싶었다. 처음부터 ‘미세매력주의보’는 아니었다. 제목만을 남겨두고 인터넷을 봤는데, 미세 먼지가 바람 물질을 품고 있다는 내용을 보고 잠들었다. 눈을 떴는데 미세라는 말 자체가 충격적인 걸 표현하진 않지만 온 세상을 감싸고 소리 없이 무섭게 느껴졌다. 치명적인 매력도 있지만, 은은하게 스며드는 매력을 미세 매력이라고 표현하게 됐다.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는 미세 먼지처럼, 자신의 음악이 누군가의 공간을 채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미세매력주의보’라고 붙이게 됐다.

#3 ‘너로 가득한 순간’: 약속 없는 기다림 끝에 만난 그녀

짝사랑을 하는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기다림의 순간이다. 그 중 가장 힘든 기다림은 약속 없는 기다림이다. 누군가를 원하는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너로 가득한 순간을 담았다.

‘이만큼의 시간들과 너 없는 날의 외로움 약속도 없는 기다림으로 널 만나게 되면’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정말 마음에 들게 잘 나온 것 같다. 기다림 이후 만나는 순간이 청량하고 붐 바람이 부는 느낌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 시간을 통해 누굴 만난다는 것 자체가 그 순간들을 더 빛나게 해줄 것 같았다.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본다던지, 무신경한 듯 서로의 마음을 숨기고 있는 상태를 담으려 했다. 첫 소절 이후 전주가 흐르는 것 또한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순간 또한 감동적인 순간이라 생각했다. 그런 느낌을 담고 싶었다.

#4 안되겠다 말해주면 안되나요 : 사랑이 시작됐음을 깨닫는 순간

호감을 느끼고 있던 여자에게 급하게 접근하는 나쁜 남자가 생겼다. (경험담은 아니다.) 처음부터 사랑을 말하고 운명이라고 확신하는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또 다른 남자가 접근하기 시작했을 때, 빼앗기는 느낌이 드는 순간부터 사랑이라고 깨닫는 것 같다.

‘안되겠다 말해주면 안되나요’는 어법상 잘 안 쓰는 말인데 당황스러움과 조급함이 드러난다. 소심함에서 나오는 화법과 이야기를 담아봤다. 조급해지고 마음 먹먹해지는 가사인데, 그 부분을 해학적으로 어반하고 도시적이면서 차분하게 표현했다. 보컬 창법도 조금 더 능글맞으면서 알앤비스럽게 불러봤다.

#5 호흡곤란 : 어설픈 힐링 보다 공감의 메시지

이번 앨범에서 가장 큰 시도를 한 곡이자 가장 빠른 곡이다. 지금 꿈 없이 살기 딱 좋을 시기에 강요에 의해 성장하고 있는 느낌을 나 나름의 반항적인 말투로 이야기 하고 있다. 어설픈 힐링 보다 나을 것 같았다. 정말 꿈을 위해서 성취감 있게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어느 정도 되면 안주하는 모습을 보며,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반항심 섞인 말투로 이야기 하고 있다.

지금도 내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가끔은 누굴 위한 앨범 활동인가 하며 우울해질 때도 있다. 또 가끔은 곡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세상 누구도 하지 못한 생각을 가사로 쓰고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멜로디를 만들어서 발표한 일이 보람차고 아름답고 값진 일이라 생각할 때도 있다. 이런 감정들이 계속 반복된다. 무기력한 감정에는 ‘호흡곤란’같은 노래가 나온다.

‘미안하게도 나완 닮아 있지 않아/ 결국 난 여기까지라고 결국 넌 거기까지라고’도 나에게 하는 이야기다. 보통 자신에게 ‘미안하게도’라는 말은 잘 안 쓰지만, 과거의 나에게 지금의 나와 닮아 있지 않다고 말하며 시점의 변화를 줬다.

계속 이야기를 토로 하는데 숨 쉬기도 벅찬데 어떻게 꿈을 꿀 여유가 있겠는가. 멜로디가 많아졌고, 가사도 많아지다 보니까 숨 쉴 타이밍이 없었다. 그래서 ‘호흡곤란’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녹음할 때도 가사가 많아 숨이 가빴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곡 느낌을 살리기 위해 그냥 내버려뒀다.

그동안 재즈 풍의 곡이나 전형적인 팝 적인 분위기도 했는데 ‘빌리어코스티다운 잔잔한 곡이네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호흡곤란’을 듣고 반항적이라고 느껴야 할 텐데, ‘새로운 시도 하셨어요? 우쭈쭈’하면 어쩌지? 일단 라이브로 듣고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