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학교’ 엄지원 “나만의 목소리, 이번만큼은 마음껏 활용”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6-18 13:36:19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배우 엄지원이 한 캐릭터만으로 극과 극의 감정을 그려냈다.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감독 이해영 이하 ‘경성학교’)는 1938년 고립된 기숙학교에서 소녀들이 사라지는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그 속의 유일한 목격자 주란(박보영 분)이 겪는 미스터리를 그렸다.

엄지원은 극 중 교장 역을 맡아 우수한 학생들을 도쿄로 보내는 것만이 목적인 차갑고 잔인한 여성의 모습을 그렸다. 이처럼 전작 ‘불량남녀’, ‘페스티발’,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등을 통해 친근하고 명랑했던 이미지였던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악역을 애써 찾은 것은 아니에요. 정말 감독님한테 농담반 진담반으로 ‘소녀하고 싶은데 소녀 안 시켜줄 거니까 교장 하겠다’고 했었는데 진짜 교장 역을 맡았죠. 한 번도 안 해봤던 캐릭터라 재밌게 풀어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비중 생각없이 감독님과의 신뢰감으로 선택했고, 재밌게 풀어볼 수 있는 코드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이 작품은 다수의 어린 소녀가 등장한다. 그 속의 중심이 돼 촬영 현장과 극을 이끌어간 엄지원은 배우들에게 ‘분위기 메이커’라고 칭송받으며 선배로서의 면모를 발휘했다.

“애들이 정말 예뻐요. 주로 교실에 앉아있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앵글이었거든요. 귀여운 마음이 들었죠. 연기적으로는 같이 소통한 부분이 적어서 촬영할 때는 외롭기도 했죠. 고독했어요. 그 고독이 교장이 갖고 있는 고독과도 맞물려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낀 것 같아요. 보영이는 정말 좋았어요. 요즘 친구같지 않고 진득해요. 굉장히 뿌리가 있고 뚝심이 있는 친구에요.”

극 중 엄지원은 한국을 벗어나기 위해 극도로 강박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친절하지 않다. 배우로서 이러한 점이 아쉽지 않았을까.

“비중 상 제게 친절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물에 대해 더 집중했죠. 따지고 보면 시대를 잘못 태어난 사람이에요. 비상하리만큼 똑똑한 여자지만 잘못된 열망을 갖게 됐죠. 그때 당시 여자가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시대인데 그는 직업을 가졌고, 일본어와 날검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해요."

“저는 교장을 과학자라고 생각했어요. 조선 땅에서 허용되지 않는 자아실현을 일본에 가서 발휘하고 싶은거죠. 자신을 억압하는 나약한 조국에서 자신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땅으로 가고 싶어 한 여자에요.”

엄지원은 특유의 보이스를 가졌다. 살짝 하이톤의 낭랑한 목소리는 그가 그려냈던 명랑하고 밝은 캐릭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처럼 기존의 그가 보여줬던 이미지에만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던 엄지원의 보이스는 이번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며 빛을 발했다.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작품하면서 그런 적이 거의 없거든요. 너무 센 목소리라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하죠. 배우분들중에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분들이 많아요. 늘 들어도 질리지 않는 목소리요. 사실 제 톤을 유지하면서 모든 작품을 해도 무리가 없지만 어느 정도 제한도 있어요. 관객분들이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해가 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마음껏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했죠.”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경성 학교’의 교장은 처음과 마지막이 매우 다르다. 상냥하고 여성적인 모습이 강했던 초반과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폭발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나의 캐릭터 안에 이토록 극과 극의 감정을 불어넣는 일이 쉽지는 않았으리라.

“설계도를 촘촘히 그렸어요. 의상도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어두운 무채색으로 바뀌어요. 입술 색도 점점 짙어지고요. 약간 히스테리한 면도 보여주고 싶어서 의상도 제안을 했고, 여성성과 센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감정적인 면도 그렇고 혼자 그림을 그리며 설계를 했어요. 그 과정들이 굉장히 재밌었죠. 제가 마음대로 설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많이 만나보지 못했어요. 또 폭발하는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힘들기보다는 재밌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