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소수의견’의 다수결의 원리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7-06 09:12:24
영화 ‘소수의견’은 ‘이 영화는 실화가 아니며 실존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합니다. 이 자막이 연상되는 실화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모티프를 준 실화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2009년 용산 참사를 실화로 한 영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 제목인 소수의견은 다수의견의 상대적인 말로써, 민주주의 원리 중 하나인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채택되지 못하는 의견이기도 합니다. 다수결의 원리는 민주적 질서가 다양한 부분의사의 병존·대립에 직면할 때, 하나의 구속력 있는 의사를 형성하는 방법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보편적 원리입니다.

다수결 원리의 정당성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인 자유와 평등이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수결이 항상 다수가 옳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다수결의 원리가 소수에 의해서도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1)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평등하고, (2) 다수관계의 교체가능성이 있으며, (3) 다양한 형태의 의사 결정가능성이 있고, (4) 타협과 절충에 의해서 조정되고 극복될 수 있는 상대적인 대립관계가 존재하며, (5) 소수자의 이해와 설득 과정이 전제돼야 합니다.

다수결의 원리도 절대적인 의사결정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소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우리나라 헌법에도 규정돼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수자의 기회균등을 위한 정당 설립의 자유와 복수 정당제, 국회에서 다수가 의결한 법률에 의해 소수의 자유와 평등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헌법률심판제, 집회의 자유 등이 있습니다.

다수결의 원리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라고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본질, 전 국민의 생존에 연관되는 사항, 또는 확인 가능한 객관적 진리 등은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영화 ‘소수의견’은 현실의 재판과정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것이 극적인 전개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을 유지한 잘 만든 법정 드라마입니다. 이 작품은 객관적인 실체적 진실보다는 증거로만 사실을 인정하며 형식적 진실만을 추구하는 법조계의 현실을 뒤돌아보게 합니다.

소수가 여론을 호도해 다수라는 옷을 입고 다수결의 원리를 내세워 실질의 다수를 지배하는 왜곡된 현실을 생각하게 합니다. 힘 있는 극소수가 다수의견이라는 이름으로 그와 다른 의견을 소수의견이라고 몰아 부치며 무력화 시키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과 법조계의 비리와 불공정함을 개연성 있게 보여주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석양의 붉은 노을처럼 단색의 아름다움도 멋지지만, 여러 가지 색깔이 다채롭게 조화를 이루는 자연이 보다 아름답듯, 다수의견이라는 단색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소수의견이 존중돼 다양한 생각이 반영될 때 이 세상이 더욱 아름답고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2013년에 제작된 이 작품이 2년이나 걸려 2015년에 개봉되고, 개봉관이 적어 관람하기 힘든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돕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