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천우희, ‘인기’와 ‘기대’라는 호랑이 등에 탄 여배우의 소감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7-08 15:41:30
그야말로 '기호지세(騎虎之勢,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氣勢)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 내릴 수 없는 것처럼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形勢)를 이르는 말)'다. 지난 해 영화 '우아한 거짓말', '한공주', '카트' 등으로 충무로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천우희는 올해도 곧 개봉을 앞둔 '손님'을 비롯해 '해어화' 등으로 여세를 몰아갈 계획이다. 천우희를 향해 한번 일어난 관심은 좀처럼 사그라들줄 모르고 있다. 대중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을 재정비하고 맡은 캐릭터에 열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천우희는 '손님'에서 마을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무당 노릇을 강요 받는 젊은 과부 미숙으로 분해 떠돌이 악사 우룡 역의 류승룡과 멜로 라인을 구축한다. 제법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기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진한' 멜로가 아닌, 전 연령층이 봐도 무관할 정도의 '순수'한 멜로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류승룡 선배님과 멜로 연기에 있어서 '과연 우룡과 미숙의 '케미'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라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죠. 나이 차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관객들에게 보여 졌을 때 느낌이 중요하잖아요. 만약 직접적인 애정 신이 있었다면 느낌은 또 달랐을 것 같아요. 멜로는 적정 수위였던 것 같아요. 선배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셨을까요?"(웃음)

개봉을 앞두고 만난 천우희는 '손님'에서 봤던 통통했던 젊은 과부의 모습이 아닌,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미숙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무당 연기를 하지만, 그 직업을 재연하는 것이 아닌데다가 상황적인 부분에서 미숙의 표현에는 한정적인 부분이 많았어요. 이 캐릭터의 과거사가 어땠는지도 스스로 만들어야 했거든요. 때문에 의기소침한 모습이나 주눅이 들어있는 미숙의 행동으로 하나라도 보여질 수 있게 연기를 했어요. 무당이라는 자체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접하지만,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해요."

실제로 천우희는 젊은 과부이자 무당인 미숙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5킬로그램 가까이 늘리기도 했다.

"시나리오 상의 미숙의 나이가 제 나이보다 많았기에 여러가지 고민을 했어요. 살을 빼면 미숙의 피폐함을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한공주' 때 함께 했던 촬영 팀 쪽에서 반대로 살을 찌워보는 게 어떻냐는 의견을 주셨어요. 엄마였던 후덕한 느낌이 보일 것 같아 그렇게 했었죠. 살 찌우는 노하우요? 잘 먹으면 되죠. 다른 때 같았으면 촬영 전에 먹는 걸 자제했을 텐데 이번에는 촬영을 하면서도, 밤에도 잘 먹으면서 했죠."

독일의 도시 하멜른(Hameln)에서 내려오는 전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프로,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가상공간인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한 산골 마을로 옮겨온 영화 '손님'은 소재의 신선함과 더불어 배우 이성민, 류승룡 등 내로라 하는 연기자들의 출연으로도 기대를 모아왔다. 선배들과 작품을 함께 한 천우희에게도 좋은 기회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성민, 류승룡 선배님은 에너지와 노련미가 정말 대단하셔요. 인간적인 면에서도 정말 좋았어요. 두 선배가 각자 다른 면으로 섬세하셔요. 선배님과 주고받는 교감이 좋았죠. 두 분 다 연기할 때 의외성을 가지고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그러면서도 저랑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연기하시고 의견도 많이 내줬어요. 혼자 여자인 것도 한 몫을 했겠죠?"

'손님'을 통해 천우희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한 줄을 남겼다. 대중의 '인기'와 '기대'를 계기로 그는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다잡는 기회로 삼았다.

"지난해 많은 상을 받고 좋은 평가를 받아서 정말 감사하죠. 하지만 그만큼 부담도 있죠. 호감이었던 사람이 조금만 실수를 하면 그때는 배신감이나 실망감으로 변할 수도 있거든요. 한참 동안은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남을 의식한다거나 스스로 주체적인 것들이 없어지는 제 자신을 볼 수 있었어요. 심지어는 일상생활에서도 그러더라고요. 선택에 있어서도 갇히는 것들이 많았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연기에 진심을 담아 충실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는 이런 마음가짐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목표에요."

'손님'의 무당 역에 이어 '곡성'과 '해어화'에서는 천우희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무한 긍정'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삶을 지향하는 천우희가 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