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암살’ 이정재 “‘다름’ 담았지만, 보여주려 애쓰지 않아”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7-20 13:14:41
지난 2012년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에서 뽀빠이와 예니콜로 분해 1,300만에 가까운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던 이정재와 전지현은 한 통신사 광고에서 ‘잘생겼다’를 연신 외치더니 마침내 3년 후인 올해 ‘암살’로 관객들에게 돌아왔다. 물론 ‘암살’의 총 지휘를 맡은 것도 최동훈 감독이다.

그동안 ‘잘생김’을 무기로 사람 좋은 모습들을 주로 선보였던 배우 이정재는 ‘암살’에서는 두 얼굴의 임시정부대원 염석진으로 분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경무국 대장인 염석진은 친일파 암살 작전을 위해 안옥윤(전지현 분), 속사포(조진웅 분), 황덕삼(최덕문 분)을 불러 모으게 된다. 두 얼굴의 임시정부대원 염석진은 관객들에게 또 다른 반전을 선사하게 된다. 친일파 강인국(이경영 분)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어느 정도 분담하는 것도 염석진의 몫 중 하나다.

“염석진이라는 캐릭터를 저에게 맡겨 주신 최동훈 감독님께 감사하죠. 어떤 배우에게 맡길까 많이 고민했겠죠. 한 영화에서 다양한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는 그리 많지 않거든요. 염석진은 20대 모습부터 60대까지 나오는 부분도 있고 감정도 복잡해서 연기자 입장에서는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캐릭터죠.”

이정재는 캐릭터의 불안정하고 이중적인 심리를 드러내기 위해 두 달 간 체중을 15킬로그램 가량 감량한 것은 물론이며, 촬영 전 48시간 동안 깨어있는 상태로 준비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했다. 체력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많은 부담이 오는 작업이었다.

“촬영 도중에는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려 해요. 다음 컷도 찍어야 하잖아요. ‘암살’에는 인물들이 많이 나오기에 촬영 중간에 집에서 쉬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한 2주 정도 되는데, 그 기간이 제일 힘들어요. 촬영장에서는 염석진만 생각하면 되는데, 집에서는 먹을 것에 대한 유혹들이 많거든요. 게다가 약속이 있어서 나가서도 물하고 샐러드만 먹고 있어야 했어요. 촬영장에서도 다들 양꼬치에 맥주를 먹는데, 저는 그러지 못했죠. 노인 캐릭터가 진짜같이 보여야 했기에 전체적으로 살을 빼야 했어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그래도 회식 자리에는 항상 껴줬어요.”(웃음)

이정재는 ‘암살’을 이제까지와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거기에 치중해 캐릭터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작품 속에서 염석진이라는 인물을 그려갈 뿐이었다.

“염석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어떤 감정이 생기기 전에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해야 했어요. 그러기 전에 이 사람의 생각을 펼쳐야 하는 과정이 있어요. 생각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하죠. 영화에 직접적으로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이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대사에 힘이 실리게 되죠. 때문에 감독님하고 계속 공유를 하는 거죠. ‘이 대사를 할 때 이 생각이 맞느냐’라는 대화를 끊임없이 하죠. 모니터 앞에서도, 촬영이 끝나고도, 촬영 들어가기 전에도 말이죠. 아마 감독님을 제일 많이 괴롭힌 사람 중 하나였을걸요.”

“염석진이라는 인물은 영화상에서 워낙 볼 수 없었던 인물이기에, 많이 다르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에게 이런 면도 있어요.’라고 하지는 않았어요. 오로지 염석진이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어떤 심정이었고, 그 안에 담고 있는 근본적인 생각들은 무엇이었을까 고민했었죠.”

이정재에게 ‘암살’은 많은 고민과 고충들을 안겨줬다. 캐릭터의 감정을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으며 의문을 가져야 했다. 어려운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그는 최동훈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면서 ‘암살’의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최동훈 감독님과 ‘도둑들’ 촬영을 하면서 많이 친해졌고 끝나고 나서도 자주 만났어요. 영화 이야기도 많이 하고 개인사도 나누면서 감독님이 좀 더 나를 많이 관찰한 것 같아요. 그 사이에 ‘신세계’, ‘관상’, ‘빅매치’ 등 다른 영화들이 개봉 했었고 그 순간들을 기억하고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제 모습들을 염석진 안에 보여주려 했던 것 같아요. 제 입장에서는 애정 깊게 관찰해주니까 고맙죠.”

“‘암살’은 많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죠. 모든 작품이 생각을 할 수 있는 질문들이 많으면 더 좋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암살’의 경우에는 생각할 수 있는 분야와 생각의 가짓수, 폭 등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영화를 본 다음에 본인한테도 질문이 많을 것 같아요. 내가 얻은 답과 다른 사람의 답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작품이죠. 게다가 1930년도 독립투사들의 이야기가 포인트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런 내용의 스토리를 접했을 때 울컥하고 피가 솟구치는 감정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최동훈 감독님이 아주 쿨 하게 치고 넘어가는 세련된 연출로 보여주죠. 작품 속 대사들도 오랜 여운이 남을 것 같아요. 나중에도 진하게 남을 것 같아요.”

이처럼 이정재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작품으로, 오는 7월 2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