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리뷰] ‘협녀, 칼의 기억’, ‘협-권력-칼’ 그리고 ‘사랑’..가슴을 뛰게 하는 ‘감정의 집약체’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8-06 13:49:23
혼돈의 시대 고려 후기, 세상을 바꾸려 했으나 한 사람의 배신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세 검객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드라마가 마침내 공개됐다.

박흥식 감독의 한국형 정통 무협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이 베일을 벗었다. ‘협녀’는 칼이 곧 권력이던 고려 말, 왕을 꿈꿨던 한 남자의 배신 그리고 18년 후 그를 겨눈 두 개의 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사람 키 보다 서너 배 높은 곳을 훌쩍 뛰어넘으며, 지붕과 지붕 사이를 소리도 내지 않고 자유로이 오가는 것은 물론, 허공섭물(虛空攝物, 내공을 이용해 손을 안대고 물건을 취하는 것) 등 무협지나 영화, 만화 등에서 접했던 모습들은 관객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무협영화는 그동안 중국의 전유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협녀’는 박흥식 감독의 손을 거쳐 한국의 정서를 담은 한국형 무협영화로 거듭났다.

‘협녀’는 배우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등 충무로에서 핫 한 스타들의 캐스팅으로 제작 단계서부터 기대를 모아왔던 작품이다. 특히 한국영화사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장르적으로도 정통무협을 표방, 기존 사극들과 차별화를 뒀다.

권력을 향한 유백(이병헌 분)의 탐욕, 월소(전도연 분)의 가슴 아픈 사랑과 이 둘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겨눈 홍이(김고은 분)의 분노와 절규는 각각의 칼끝에 담겨 액션 그 이상의 감정을 선사한다.

특히 ‘협녀’에서 손꼽을 수 있는 부분은 뛰어난 영상미다. 대나무 숲, 갈대밭, 실내 등에서 벌어지는 전투신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배경과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배우들의 흠잡을 곳 없는 액션 연기는 여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처럼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로 데뷔, ‘인어공주’, ‘사랑해, 말순씨’, ‘미안해, 고마워’, ‘천국의 아이들’ 등을 비롯해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로 폭 넓은 활동영역을 보여줬던 박흥식 감독은 ‘협녀’를 통해 사극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협녀’가 대중에게 공개될 때까지 10년이 넘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박흥식 감독이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한 도전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지, ‘협녀’가 치열한 국내외 개봉작들을 물리치고 여름 극장가 가장 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는 이제 관객들의 몫이다.

서로 뜻이 달랐던 세 검객의 운명의 결말은 오는 13일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러닝타임 121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