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협녀’ 김고은, 충무로 20대 여배우의 ‘뚝심’ 있는 행보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8-13 17:51:47
배우 김고은. 그는 2012년 영화 ‘은교’를 통해 세상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신인 배우, 그것도 20대 여배우로서는 파격적인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이후 ‘몬스터’(2014), ‘차이나 타운’(2014) 등 작품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자신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진 그가 2015년 박흥식 감독의 ‘협녀, 칼의 기억’을 통해 여름 극장가로 돌아왔다.

‘협녀, 칼의 기억’은 배우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작품이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를 시작으로 ‘지.아이.조’ 시리즈,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이병헌과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이후 ‘칸의 여왕’의 행보를 걷고 있는 전도연과 함께 호흡을 맞춘 것만으로도 김고은은 이미 배우 인생에 있어서도 큰 행운을 잡은 것이 확실하다.

김고은은 극 중 부모의 원수를 갚아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아이 홍이 역을 맡았다. 홍이는 말을 떼기도 전에 부모를 잃고 스무 살이 되면 부모의 원수를 갚겠다는 일념 하나로 월소(전도연 분)의 밑에서 검술을 익힌 인물이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고은은 여느 20대 소녀와 다를 것 없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어둡고 센 역할을 맡아왔기에, 실제 모습과는 다소 이질감을 풍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협녀, 칼의 기억’에서도 복수를 향한 일념으로 검술을 익혀 온 사연 많은 홍이로 분했다.

“저는 홍이의 성장을 그리고 싶었어요. 사람이 나이 들어가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라 생각해요. 그저 나이가 들수록 느껴보는 감정이 많아지는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울타리 안에서 훈련을 하고 동생하고 대련을 하면서, 해바라기를 넘는 것이 목표였던 아이가 감정의 데미지를 입어가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협녀, 칼의 기억’은 사극이라는 장르에 액션이 더해진 작품이다. 특히 홍이는 감정의 중심을 잡고 관객들을 이끌어가야 했기에, 김고은에게 결코 만만치 않은 캐릭터였다.

“기본적으로 몸도 연기를 해야 한다 생각해요. 인물을 표현할 때도 걸음걸이, 몸짓, 표정 등으로 보여줄 수 있잖아요. ‘협녀, 칼의 기억’이라는 작품을 처음 하게 됐을 때 몸 쓰는 것에 자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97회차 촬영에서 제가 80회차를 찍은데다가 전부 와이어를 착용 했거든요. 1년 동안은 몸이 아프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마치 온 몸을 두들겨 맞은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면서 촬영했거든요. 다행히 고소공포증이 없어서 촬영하기에 더 수월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에게 무협이라는 장르는 익숙한 것이었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많은 작품들을 접한 그였기에, 오히려 친숙하기까지 했다.

“오히려 이번에 ‘협녀, 칼의 기억’ 홍보를 하면서 무협 장르가 생소하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어요. 하지만 우리 영화는 무협이라는 장르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드라마죠. 무협은 드라마를 풍성하게 해주는 하나의 장치라고 기대하고 봐줬으면 좋겠어요.”

첫 시작이 ‘은교’였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아직 신인이었던 그에게 거칠 것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그에게 슬럼프를 묻곤 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알다시피 제가 워낙 강하게 커서 슬럼프에 데미지가 없어요. ‘은교’가 첫 시작이었던 건 정말 감사한 부분이에요.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 그때부터 생긴 저만의 습관이 ‘깊게 생각하지 말자’였어요. 하나만 넘기면 스르륵 지나가는 게 항상 있는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영화 자체가 힘든 게 아니듯, 매 현장마다 종류만 다르지 힘든 부분은 있어요. 스스로가 데미지를 입지 않고 연기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처음부터 쉽지 않게 갔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슬럼프가 오기 보다는 체력이 떨어져서 힘들지 다른 건 없어요.”

김고은의 일상은 평범했다.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서 노래를 부르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등 지극히 평범한 것들에서 촬영으로 쌓인 여독을 풀곤 했다. 그저 여느 20대 여자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작품이 끝나면 감정들을 얼른 털어버리는 그의 성격도 한 몫 했다.

“원동력이요? 그냥 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요. 체력이 떨어져서 쉬어야지 하다가도 시나리오를 보고는 마음에 들어 생각 없이 한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선택을 하면 후회하지 않는 편이에요. 지치면 안 되기 때문에 쉬는 거죠. 제가 어떻게 타이밍을 알겠어요. 몸이 가는 대로, 생각이 이끄는 대로 하는 거죠. 항상 처음을 생각하려 노력하는 것 같아요. 배우를 왜 하려고 했는지에 대해 늘 생각했고, 그게 전부였던 것 같아요. 특별히 달라진 건 없어요.”

주변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먼저 하는 김고은. 그의 이러한 모습이 연기에 비춰지기에 충무로의 사랑을 받는 듯하다. 이병헌, 전도연 등 대 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김고은의 모습은 현재 상영 중인 ‘협녀, 칼의 기억’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