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딘딘은 딘딘스럽다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9-21 14:12:01
▲사진=D.O엔터테인먼트
▲사진=D.O엔터테인먼트
힙합계에서 독특한 캐릭터와 반전 래핑 실력으로 예능과 가요계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영역을 만든 래퍼 딘딘이 오랜 준비 끝에 싱글 앨범 ‘들이부어’를 발매했다.

딘딘은 지난 2013년 방송했던 Mnet 예능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2에서 우승자보다 더 큰 임팩트를 남긴 인물이다. 당시 딘딘은 철없는 캐릭터에서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힙합계에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고, 이현도 사단에 입성했다.

그 이후 많은 예능과 다른 가수들의 피처링, 그리고 싱글 앨범 ‘노 리미츠(No Limits)’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그동안 마치 세상에 처음 던져진 소년처럼 음악적 정체성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

타이틀곡 ‘들이부어’는 재기발랄한 가사와 저돌적인 래핑,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더해진 클럽힙합튠이다. 딘딘이 선배 문명진의 피처링을 도와주러 부산에 내려갔다가 우연히 샴페인을 마시게 된 후 만들게 된 이 곡은 딘딘의 에너지가 그대로 담겼다.

“‘쇼미더머니2’가 끝나고 일 년 정도 있다가 ‘노 리미츠’를 발표했어요. 신호탄으로 ‘한계가 없다’라고 던졌는데, 그 다음 번에는 음악적으로 정체성에 혼란이 왔죠. 예능 쪽으로는 캐릭터가 잡혔는데, 음악적으로는 방향이 잡히지 않았거든요. 많은 분들이 ‘쇼미더머니’에서 보여준 음악이 저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방송에서는 라운드마다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방송에서 던져준 주제에 맞춰 따라간 것뿐이었어요. 현실에 나오니까 주제를 던져주지 않더라고요.”

현재 트렌디한 힙합을 한다는 래퍼는 많다. 이들 사이에서 딘딘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멘토 이현도의 조언으로 ‘딘딘스러움’을 찾아냈다.

“멋있는 분들은 많아요. 빈지노, 박재범, 로꼬 이런 래퍼들이 하는 것을 하고 싶기도 했는데, 저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그들을 음악적으로 리스펙트할 뿐이에요. 그동안 작업했던 것들을 현도 형에게 들려드렸는데 ‘괜찮은 음악이지만 이건 네가 아냐. 너한테 맞는 옷을 찾아야 한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었어요. 제가 술을 좋아하거든요. 이게 진짜 제 모습이에요.”

▲사진=D.O엔터테인먼트
▲사진=D.O엔터테인먼트
방송에서 솔직함이란 매력이 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길을 찾기 힘든 함정이 될 수도 있다. 딘딘이 예능을 통해 얻게 된 철없는 막내 동생 같은 이미지를 음악에서도 그대로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대중들이 제게 느끼는 감정들이 있잖아요. 그것을 바꾸고 싶진 않아요. 안 좋은 부분들이 분명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인 것 같아요. 저는 거짓말은 안 하니까요. 한결같이 철이 없어요. 제가 유식한 척 한다고 해서 바뀔 이미지도 아니기도 하고요. 만약 거짓말을 해서 이미지가 좋아진다 해도 실제 저를 아는 사람들이 있을 건데, 방송에서나 밖에서나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마녀사냥’, ‘라디오 스타’에서는 솔직하게 말해야 방송이 재밌어지기 때문에 숨기지 않고 말을 해요. 효도하는 모습,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니까 그런 모습을 방송에서 볼 수는 없죠.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방송을 찍게 되면 그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솔직함으로 상처를 받을 때도 있다. 그는 솔직한 사람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이 힘들 때는 솔직해지지 못하는 여린 감성의 소유자였다.

“솔직해서 항상 피해를 보는 편이죠. 제가 사실 생각보다 많이 여린 편인데, 힘든 것을 표현하는 걸 싫어해요. 이건 아빠에게 배운 것 같아요. 누군가가 힘들어하면 그 사람 때문에 또 힘든 사람이 발생하죠. 우울한 이미지도 싫기 때문에 혼자 술 먹고 자는 걸로 풀어요.”

▲사진=D.O엔터테인먼트
▲사진=D.O엔터테인먼트
이번 앨범에는 ‘들이부어’ 외에도 총 3곡이 수록돼 있다. ‘국민 음주가무송’을 지향하는 ‘들이부어’를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추천하는 곡이냐는 질문에 딘딘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서 다른 곡들을 준비했다”며 ‘메이크 러브’, ‘그 밤’ 등 수록곡을 소개했다. 특히 ‘그 밤’은 따뜻한 비트 위에 읊조리는 랩을 통해 부모님을 향한 그의 순수하고 솔직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이 노랠 듣고 있다면 꼭 좀 알아주세요’

“‘그 밤’은 애착이 가는 노래예요. 부모님 연세가 많으신데 제가 표현을 잘 못해요. 어느날 자려고 누웠는데 부모님이 기침을 하시더라고요. 괜히 센치해질 때 있잖아요. 그 기침소리가 울컥하면서 ‘오늘이 그 밤이구나’이런 생각을 하면서 쓴 곡이에요. 노래 만들면서도 녹음하면서도 많이 울었던 곡이라 라이브로는 못할 것 같아요. 지금도 눈물 나네요. 부모님께서는 격하게 반응하지는 않으셨는데, 저도 생색내는 것 같기도 하고 제 마음이 왜곡될까봐 많은 말은 안 했어요.”

정체성 찾기에 성공하고 제대로 된 한걸음을 내딛게 된 딘딘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어떤 것일까. 진짜 딘딘의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일 것이다.

“힙합은 라이프 스타일이에요. 힙합을 한 틀에 가둬놓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모든 장르, 살아가는 모든 방식이 힙합이 될 수 있어요. 좋은 건 다 힙합이죠.”

“저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자이언티의 음악은 누가 들어도 자이언티잖아요. 그렇게 독보적으로 캐릭터를 잡기가 힘들거든요. 더군다나 랩으로서는 더 힘들죠. ‘들이부어’는 딱 딘딘 노래예요. 피처링이나 OST는 상황에 맞게 하겠지만, 제 앨범으로는 딘딘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한편 딘딘은 매주 토요일 오후 방송하는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와 오는 10월 방송하는 KBS2 예능프로그램 '1대 100’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