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서부전선’ 여진구, 데뷔 10년 차..그리고 19세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9-21 14:16:29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내 심장을 쏴라’ 등에서 대선배들과 투톱 주연 자리를 놓고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던 여진구가 이번에는 설경구와 함께 추석의 극장가를 장악할 예정이다.

영화 ‘서부전선’(감독 천성일)은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 쫄병 남복(설경구 분)과 탱크를 사수하라는 미션을 받은 북한군 쫄병 영광(여진구 분)이 만나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휴먼 드라마다.

극중 여진구는 소년병 역할을 소화해냈다. 이처럼 아역배우에서 성인배우로서 커가고 있는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다양한 작품이 담겨져 있다. 그는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연기 방법을 배우며 차곡차곡 성장 중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롭게 시도한 게 많아요. 보통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인물의 감정에 대해 차곡차곡 정리를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연기를 하게 됐어요. 전작들과 다르게 밝은 느낌의 캐릭터였기 때문에 계산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맞부딪치면서 그때 드는 감정이나 표정들을 그대로 드러냈죠. 그러다보니 은근히 걱정이 많이 됐어요. 과하지 않을까 걱정했고 헷갈리는 것도 많았어요. 영화를 보고 났더니 다행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시름 놓게 됐습니다.”

여진구가 맡은 영광 캐릭터는 탱크병이지만 겨우 책으로 탱크를 배웠으며, 수류탄을 본인에게 던지는 허당기와 백치미를 자랑하는 순박한 소년이다. 가끔 바보 같아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처음 영광이 캐릭터를 시나리오에서 봤을 때 전쟁 속에 홀로 남겨진 군대 갓 들어온 순수한 시골 청년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긴박한 상황인데 어리다보니까 몸이 안 따라주거든요.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은 영광이의 어리버리한 모습이었어요. 이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해봤는데 저도 그런 모습을 갖고 있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저와 동일시됐기 때문에 영광의 감정선이나 행동들이 와닿았어요.”

잔인한 전쟁과 휴머니즘의 아이러니를 연결시켜준 것은 순박한 영광과 남복이었다. ‘어떤 쪽이 승리하더라도 전쟁에서 해피엔딩은 없다’는 천성일 감독의 말처럼 전쟁 그 자체는 비극이다. 하지만 전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여러 부류가 있다. 그중 남복과 영광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나가는 사람이 분명 있기 마련이다. 즉 ‘서부전선’에서는 당위성 없는 이 싸움을 하는 이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우리가 다루고 싶었던 것은 집에 돌아가고 싶은 감정이었어요. 이것이 가장 사람다운 감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영광이는 전쟁 영웅도 아니고, 군인에 어울리지 않은 인물이에요. 하지만 사실 그 당시 가장 흔했을 병사들의 마음가짐이었을지 몰라요. 따뜻함과 휴머니즘을 통해 전쟁이란 상처를 감싸 안고 싶었습니다.”

영광은 전쟁터에서 탱크 조종법을 책으로 배운다. 여진구 역시 아역배우 시절부터 연기를 통해 직접 경험보다 많은 간접 경험을 쌓았을 터. 먼저 연기로 접하는 것들, 가령 연애, 만취 연기 등은 이를 실감나게 연기했던 여진구에게 어떤 밑거름이 됐을까.

“대본에 나와 있는 것이 실제 제가 느끼는 감정은 아니지만 그 감정이 생각보다 되게 커요. 공감이 되면 이해도 되더라고요. 게다가 옛날에는 이런 말이 부끄럽기도 했는데, 설레는 연기를 하면 그 감정을 실제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직접 경험까지 더해지면 더 좋겠죠.”

여진구는 독보적인 10대 배우다. 10대 배우가 주연을 차지하는 것은 한국 영화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극히 드문 케이스지만, 여진구는 그만의 무게감으로 주연의 자리를 꿰찼다. 게다가 그는 2005년 드라마 ‘새드무비’로 데뷔한 이래 어느새 데뷔 10년차가 됐으며, 그리고 이제 곧 성인이 된다. 이제 3개월가량 남은 여진구의 스무살은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더 많이 성장할 그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20대 배우로서 제 모습은 상상이 잘 안돼요. 폭삭 늙어있지만 않으면 될 것 같아요.(웃음) 작년 초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 십대가 끝나가니까 아쉬워요. 그래서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같은 하이틴물도 찍어봤고요.”

“앞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들도 많아지고 표현하고 싶은 것들도 많아질 텐데, 실수 없이 제가 봐도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런데 사실 이건 제 욕심이고요. 이것을 목표로 달려 나가려고 해요. 대신 대중들이 보기에는 다양한 작품을 하지만 모두 다 공감할 수 있게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러 가지 빛과 색을 띠는 배우 말이에요.”

한편 '서부전선'은 두 쫄병의 미션완수 무사귀환 스토리를 담아낸 휴먼드라마로, 오는 24일 개봉할 예정이다.

/사진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