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인터뷰] 연분홍, 할아버지와 보름달 그리고 소원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09-24 02:11:45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둥글게 차오른 보름달만큼이나 마음이 풍성해지는 추석. 추석은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며, 또한 팔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연중 으뜸 명절이기도 하다.

민족 대 명절을 맞아 스타들이 그동안 팬들이 보내준 사랑에 감사하기 위해 한복을 곱게 차려 입었다. 바쁜 스케줄 탓에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인지라, 마음 만으로나마 잠시 고향을 느끼며 위안을 삼으려 한다.

연예계 전 방위에서 불철주야 뛰고 있는 스타들의 근황과 그들이 들려주는 명절 이야기, 단어만 들어도 절로 뭉클해지는 '고향'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편집자 주]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나 스무 살 꽃띠. 키 백육십칠 삼십사 이십사 삼십사 몸매 오뚝한 코 짙은 쌍꺼풀. 남들은 내게 정말 예쁘다 부러워하고 있지만, 난 예쁜 게 싫어 못생기게 만들어주세요’

지난 8월 트로트 계에 당찬 ‘꽃띠’ 신인이 등장했다. 남들이 부러워 할 만 한 신체조건을 가지고도 정작 노래 가사는 ‘못생기게 만들어주세요’란다. 부모님 모두 국악을 전공한데다 본인 또한 ‘국악소녀’였던 그가 어떤 사연으로 20대의 어린 나이에 트로트 계에 입문했는지, 데뷔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명절은 어떤 느낌인지 물었다.

“어렸을 때부터 트로트를 좋아 했었어요. 부모님께서도 그러셨기에 트로트를 가까이 하고 있었죠. 본격적으로 트로트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2년 전이죠. 양로원으로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해금 연주를 했어요. 어느 날 ‘어르신들이 어떻게 하면 내 무대에 더 집중하게 할 수 있을까, 재미있을까’ 고민하다 ‘트로트를 많이 알고 있으니 몇 곡 불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해봤더니 반응이 되게 좋았어요. 해금 연주할 때보다 더 좋아해주셔서 뿌듯하고 기뻤죠. 이렇게 어르신들과 함께 흥겹게 어우러질 수 있는 무대라면 행복하겠다고 느꼈어요.”

▲사진=김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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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이 트로트 계에 입문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KBS ‘전국노래자랑’이다. 그는 지난 5월 ‘전국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을 수상, 정의송 작곡가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일사천리였다. 그는 트로트 가수로 무대에 서기까지 3개월이라는 그야말로 ‘초고속 데뷔’를 했다. 이는 그만큼 그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모든 공을 ‘운’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사’로 돌렸다.

“무대에 서기까지 준비하는 기간 내내 설렜어?? 원하던 일을 제가 직접 하고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어요. 한참 바쁘게 녹음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다 부모님을 뵈러 대구를 다녀왔는데, 몇 개월 만에 제가 있던 자리에 돌아가니까 녹음을 하고 준비를 했던 게 마치 꿈을 꾸다 깬 것 같았어요. 그래서 결국 금방 다시 올라와서 하던 일을 마저 했었죠. 힘들었던 건 없었어요. 제가 힘들었다고 하면 정말 배부른 소리죠.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처음에 걱정하셨던 부모님도 이제는 누구보다 좋아해주셔요. 제 비공식 1호 팬이죠.”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연분홍은 데뷔 후 처음으로 명절을 맞이한다. 이번 추석이 이제까지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터. 인터뷰를 위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그는 자신이 여성스러워짐을 느끼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와 더불어 명절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졌다.

“한복이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되게 좋아해요. 평소에 털털한 편이라 여성스러운 면이 부족하다 느끼거든요. 한복을 입었을 때는 괜히 행동도 조심스럽게 하게 되고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저희 집에서는 아직도 명절에 한복을 입거든요. 명절은 항상 즐겁죠. 음식을 만들 때도 지루하고 힘든 게 싫어서 요리 프로그램 흉내를 내기도 하면서 일부러 분위기를 띄우는 편이에요. 어른들도 웃으면서 좋아하셔요. 명절 음식이요? 동그랑땡 담당은 항상 제 몫이죠. 적당량을 떼어내 알맞은 두께로 예쁘게 만드는 게 중요하죠. 만들다가 자꾸 집어먹어서 혼나기도 하죠.(웃음)”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명절 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그 처음과 시작을 알리는 기억은 바로 ‘귀성길’이다. 전 국민이 이동하기에 전국의 도로는 몸살을 앓는 시기이기도 하다. 연분홍 또한 대구에서 서울, 서울에서 대구까지 머나먼 귀성길에 올라야 한다.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기에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흥’이 많은 연분홍네 가족은 머나먼 귀성길을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제까지는 대구에서 서울에 있는 친가 댁에 가서 명절을 보내고 다시 대구 외가댁으로 이동했거든요. 항상 이동거리가 머니까 CD를 챙겨요. CD 담당이 이동하기 전에 신청곡 리스트를 받아요. 부모님과 저희가 좋아하는 노래 100곡 정도를 담아 틀어놓고 놀면서 가요. 그래서 제가 트로트를 좋아해요. 아버지 차에 최신 트로트가 200곡정도 있어요. 두세 번 들으면 도착하곤 해요. 아무리 흥겨워도 꼭 안전운전 하셔야 해요.”

추석 하면 보름달도 빼놓을 수 없다. 연분홍에게 있어 보름달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와도 같은 존재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줬던 것도 아마 할아버지가 보름달을 통해 들어줬으리라 여겨진다.

“항상 보름달을 보면서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소원을 빌어요. 가족들과 내 사람들 모두의 건강을 빌죠. 저번 까지는 가수가 되게 해 달라 빌었었죠. 얼마 전 지방에 내려가면서 달을 보면서 가수가 되게 해 줘서 감사하다 했어요. 올해에는 제가 생각한 일들이 아무 탈 없이 이뤄지게 해 달라 빌어야겠어요. 물론 급하게 마음먹지 않을 테니까 천천히 이뤄지도록 해 달라고 해야겠네요.”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얼마 남지 않은 2015년, 연분홍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해로 남을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주위 사람들과 무한 애정을 주는 팬들, 그리고 자신에게 인사를 남겼다.

“주변에서 ‘초심을 잃지 말아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이지만, 들을수록 생각이 많아져요. 깊게 생각해 봤는데, 초심을 잃지 않으면 가수로서 제가 세운 목표까지 가는 데 있어서 탄탄한 뼈대가 될 거라 생각해요. 오래오래 노래하는 것이 목표기에, 초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많은 분들이 당연히 알아 줄 거라 믿어요. 그래서 가까운, 혹은 먼 미래의 연분홍이 이 글을 보면서 행복한 지금 순간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잠들기 전에 누워서 상상만 했던 일을 연분홍이라는 가수가 돼 지금 하고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아직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많으니 앞으로 더 기대해주세요. 명절을 맞이해 여러분 앞에 한복 입은 모습과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뜻 깊은 시간이었어요. 추석에도 연분홍의 노래와 함께 즐겁게 보내면서, 저 분홍이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다들 건강하세요.”

연분홍은 풍성한 한가위만큼이나 가족과 팬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냈다. 트로트 계에 당찬 출사표를 던진 그가 장윤정, 홍진영의 뒤를 이어 트로트 계를 장악할 그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