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Z 재찬, 채널A 새 드라마 '체크인 한양' 주연 캐스팅…데뷔 후 첫 청춘 사극 도전!
2024-04-16

영화 ‘서부전선’(감독 천성일)은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 쫄병 남복(설경구 분)과 탱크를 사수하라는 미션을 받은 북한군 쫄병 영광(여진구 분)이 만나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휴먼 드라마로, 극중 설경구는 일급 비밀문서를 전달해야 하는 미션을 맡은 남한군 남복 역을 맡았다.
앞서 설경구는 영화 ‘공공의 적’에서 강력반 꼴통 형사, ‘오아시스’에서는 낮은 지능을 가진 사회 낙오자, ‘실미도’에서는 북파부대 공작원, ‘역도산’에서는 프로레슬러, ‘해운대’에서 재난에 맞서는 남자, ‘타워’에서는 소방관, ‘나의 독재자’에서 본인을 김일성이라 생각하는 무명 연극배우 등 매번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힘을 빼고 어리바리함을 연기했다. 다양한 연기를 해왔던 설경구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온 것.
‘서부전선’은 인고의 세월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다. 시나리오 초고는 약 7년 전에 완성됐었고, 결말과 주연배우도 바뀌며 충무로를 떠돌았다. 설경구 역시 처음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거절했지만 운명처럼 돌고 돌아서 결국 설경구의 품으로 들어왔다.
“이번 영화는 캐릭터 욕심이 났던 것은 아니었어요. 제가 그동안 전쟁 영화는 안 해봤는데, ‘서부전선’이 그렇다고 전통 전쟁 영화는 아니거든요. 기존의 전쟁이 배경이 됐던 영화와 색깔이 다른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저도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했었지만 몇 년 지난 다음에 우연히 故 이은주 씨 기일 때 감독님을 만나면서 다시 시작하게 됐죠. 이전에 제가 못한다고 했으면서도 이 작품이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조금 사연이 많았던 시나리오에요.”

“이 영화는 두 사람의 합이 중요하지 개인이 중요한 영화는 아니에요. 함께해서 시너지가 발생했죠. 일단 두 캐릭터가 기본적으로 대립하기도 하지만, 영화 장치적으로도 캐릭터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둘 다 똑똑하거나 둘 다 어리버리하면 부딪쳤을 것이고, 관객들도 지치게 될지 몰라요. 진구는 생긴 것부터 똘망똘망하고 저는 어리숙해요. 캐릭터 대비에서 오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또한 이 영화는 전쟁 영웅이 아닌 쫄병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자의 미션을 수행하고 집으로 귀환하기 위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지만 총을 해체하는 방법도 모를 정도로 전쟁에 무지한 인물이다. 특히 설경구는 실제 나이 49세에 쫄병 역할을 하며 친근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당시엔 저도 이 영화를 하게 될지 확정되지 않았고, 진구 역시 스케줄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광의 역할을 여진구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생각하면 영광이와 진구의 나이가 비슷해요. 학생이고 군대에 대해 전혀 모르죠. 20대 배우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어요. 20대는 군대에 대한 고민도 했을 것이고 정보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17세 소년에게 군대란 먼 미래이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지 못하죠. 그런 친구에게 군복을 입히고 전쟁터에 던져놨을 때 어떻게 될지 궁금했어요. 우리 영화에 나오는 군인은 군인이라기보다 군복 입은 민간인이거든요. 다행히 스케줄 조정이 되면서 진구가 참여하게 됐죠.”

“웃고 있지만 사실 그 웃음을 씹으면 되게 씁쓸해요. 서로 살려고 하는 행동들이 웃긴 게 되거든요. 남복과 영광은 서로가 처음엔 장애물이에요. 자기 것을 취득한 다음에 헤어지는 것인데, 진구 손에 들어간 비문을 다시 돌려받기 위해 둘이 부딪치죠. 진구를 치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웃음이에요.”
어느덧 우리 영화계는 천만 시대가 됐다. 천만 영화가 기적이라고 생각되던 과거와 달리 한 해에도 여러 편의 천만 영화가 나온다. ‘실미도’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천만 영화를 탄생시킨 ‘원조 천만 배우’ 설경구가 생각하는 ‘천만’, 그리고 ‘흥행’이란 어떤 의미일까.
“흥행은 중요하죠. 영화가 잘 안된다면 영화 시장을 위축시키는데 일조하게 되는 거니까요. 잘되는 것이 싫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흥행 하고 싶다고 해서 흥행되는 것도 아니죠. ‘천만 영화’는 부러워요. 저도 해봤지만, 엄청난 숫자잖아요. ‘베테랑’의 경우는 현대판 ‘공공의 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공공의 적’이 투박했다면 ‘베테랑’은 군더더기 없는 영화예요. 오락영화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영화도 오락영화니까 잘 돼야죠.(웃음) 오락영화의 한계는 많이 있지만 하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영화치고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직 촬영에 들어가진 않았고 몸을 만들고 있는 중이에요. 몸무게를 재보진 않았지만 10킬로 정도 감량한 것 같아요. 배우는 소모되는 직업이에요. 손에 쥔 카드가 없기 때문에 안 해 본 영화를 하려고 하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새로운 캐릭터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고마운 일이에요. 소모하다보면 꺼낼 카드가 없는데, 새로운 카드를 얻게 되는 거거든요. 이런 역은 하면 지치지만 고맙고, 두렵지만 호기심이 생기죠.”
한편 설경구는 영화 ‘루시드 드림’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살인자의 기억법’ 촬영 준비에 한창이다.
/사진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