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세상 끝의 사랑’ 한은정 “배우, 죽을 때까지 해야죠”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11-03 17:55:24
배우 한은정이 기존의 섹시함과 발랄함 대신 한 여자의 복잡하고 고독한 심리를 그렸다.

영화 ‘세상 끝의 사랑’(감독 김인식)은 자신의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은 여자 자영과 그의 딸이자 과거의 상처를 품고 살며 새 아버지에게 사랑을 느끼는 유진(공예지 분), 그리고 두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 동하(조동혁 분)의 서로 어긋한 사랑, 이로 인한 파국을 그린 파격 멜로다.

극중 한은정은 미모와 지적인 매력을 모두 갖춘 대학 강사로 딸과 단 둘이 살아가는 도중 한 남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자영 역을 맡았다.

한은정은 앞서 ‘골든 크로스’, ‘아이언맨’ 등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만났지만 영화로는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공소시효’ 이후 4년 만에 복귀했다. 게다가 요즘에 찾기 힘든 극단적이고 위험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돌아왔다.

“다소 파격적이기는 하지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레요. 이 작품은 어떤 여자의 심리를 다룬 영화예요. 자영이란 인물은 동하와 연결이 돼 있고 유진과도 연결이 돼 있는데,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심리적인 묘사가 많은 영화였기 때문에 배우로서 잘 소화해내면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 같았거든요.”

특히 한은정은 여전히 20대 같은 외모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20살 성인 딸을 가진 엄마 역할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미혼의 여배우로서 엄마, 매 맞는 아내, 새로운 남자와의 사랑을 표현하는 데 부담감은 없었을까.

“저도 처음엔 감독님께 ‘제가 공예지의 엄마라는 것이 말이 되냐’라고 물어봤었어요. 감독님께서는 엄마처럼 생기지 않은 배우를 원하셨대요. 이기적인 여자, 현대적인 여자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에 한은정을 원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극중 자영은 딸을 사랑하지만 평소에는 딸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모순된 인물처럼 보이지만 사실 현실적인 인물일지 모른다. 자영은 극한 상황이 되면 모성을 잠깐씩 드러내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보편적인 이야기처럼 평화가 찾아오면 또 다시 본인 일에 빠져드는 인물이다.

“자영이는 당연히 딸을 사랑해요. 하지만 자기 일을 더 사랑했죠. ‘워킹맘’이라 자기 일을 하다가 딸을 놓친 것 같아요. 정말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인물이었다면 또 다른 선택을 했을거예요.”

김인식 감독의 말에 따르면 주인공인 엄마 자영, 딸 유진, 새 아버지 동하 모두 다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세 인물의 죄, 그리고 눈물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각자의 삶을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결국 우는 사람은 자영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자영이가 가장 불쌍한 것 같아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죠. 유진이 같은 경우에는 태생적으로 피해자에요. 스타트 부분이 남들에 비해 부족하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사랑이 본능적이이고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자의적인 부분이 있어요. 이런 부분에서는 자영이 유진보다 더 불쌍한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 주유소라는 공간은 특별하다. 이들의 사랑은 주유소에서 시작되고 주유소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는 등 많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김인식 감독의 각별한 애정으로 메인 공간이 탄생됐다. 주유소는 황량한 도시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며,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전체적으로 표현했다.

“주유소는 뭔가 붕 떠 있는 공간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중간 지점이기 때문에 주유소를 선택한 것 같아요. 자영이나 유진의 안정되지 않은 심리를 표현하기에 잘 맞는 공간이죠. 만약 자연 속의 집이나 고급스러운 주택이었다면 안 어울렸을 거예요. 게다가 동하는 주유소에서 사는데 누추한 공간이에요. 하지만 자영은 대학교수임에도 불구하고 그 공간에 들어갈 만큼 동하를 좋아했어요. 예전 남편에게 두들겨 맞았던 것을 잊고 동하를 선택했는데 또 다시 모든 것을 잃게 되죠.”

다소 파격적인 인물을 연기한 한은정은 한계를 모르는 배우다. 또한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아는 겸손한 배우다. 어느덧 30대 후반을 맞이한 그는 배우로서 평생을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저를 필요로 하는 자리가 있다면 같이 작업하는 것에 의의를 두게 된 것 같아요. 어쨌든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건데, 생각해보면 자다가도 고맙다고 해야 할 일이죠. 이쪽 일은 꾸준히 오랫동안 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직 몇 십 년 남았다고 생각해요. 죽을 때까지 해야죠.(웃음) 예전에는 성급했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이 줄어들었고 꾸준하게 지금을 유지하면서 하고 싶어요.”

한편 ‘세상 끝의 사랑’은 오는 12일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