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는 왜 김 빠진 사이다가 됐을까 [메인기획]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11-06 18:00:13
‘그녀는 예뻤다’가 종영까지 1회만을 남겨둔 가운데, 조성희 작가의 완급 조절 실패와 실종된 기획 의도가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9월 16일 첫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극본 조성희, 연출 정대윤)은 4.8%(닐슨코리아, 전국 시청률 기준)으로 시작했지만 지난 10월 18일 13회 방송분은 18.0%로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대세 드라마로 거듭났다.

하지만 지성준(박서준 분)이 자신의 첫사랑 김혜진(황정음 분)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 로맨스가 급진전 되자 제작진의 본격적인 시간 끌기가 시작됐다. 조성희 작가는 과거 시트콤을 집필한 경험을 살려 맛깔스러운 대사와 캐릭터 설정으로 드라마 곳곳에 웃음 코드를 넣었지만, 이는 후반부로 흐를수록 오히려 극을 루즈하게 하는 요소로 전락해버렸다.

조성희 작가는 11회까지 혜진과 민하리(고준희 분)와의 우정과 이들 사이에 등장한 성준과의 삼각관계와 모스트 편집팀에서 3개월간 일하게 된 혜진, 김신혁(최시원 분), 성준의 삼각관계를 팽팽하게 유지해왔다.

하지만 11회 이후 성준이 혜진의 정체를 알게 되며 ‘그녀는 예뻤다’는 점점 산으로 가게 됐다. 그동안 김혜진의 든든한 선배이자 오빠 역할을 대신한 신혁은 혜진이 첫사랑 성준과 이뤄졌음에도 좀처럼 그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급기야 신혁은 성준이 입원한 병원 앞, 놀이공원, 혜진의 퇴근길에서 세 번의 이별을 고하며 혜진을 향한 깊은 사랑을 증명했다. 방송 초반 키다리아저씨로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신혁이 집착남으로 전락해버린 것 또한 그 이유다. 물론 성준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혜진의 모습을 본 신혁이 작가 텐으로서의 인터뷰를 결심하며 혜진에 대한 마음을 체념했지만, 두 사람의 이별 장면이 수차례 반복되며 극 전개는 더 지루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모스트 1위 탈환을 위해 미국에서 투입된 부편집장 지성준은 결국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한 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쯤 되면 서브 남주라 해도 믿을 만 하다. 시종일관 순정적인 사랑을 혜진에게 쏟아 부은 성준은 또 다시 혜진의 꿈을 위해 한발자국 물러서게 됐다. 결국 남주 성준은 15회까지 일과 사랑 모두 이뤄내지 못한 순정남으로 전락해버렸다.

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 실종이 부른 스토리 부재는 ‘그녀는 예뻤다’의 가장 큰 오점으로 남게 됐다. ‘그녀는 예뻤다’는 방송 초반 드러났던 혜진의 어머니와 하리의 어머니의 관계, 성준의 가족사, 아버지 인쇄소를 위해 모스트 편집팀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 혜진의 사연 등이 온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은채 종영까지 1회만을 남겨두었다.

이제 남겨진 건 ‘그녀는 예뻤다’의 엔딩. 조성희 작가의 손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성준과 혜진이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이 돼 다시 만나 결혼을 하게 될 것인지, ‘하이킥’의 반전 결말로 충격을 준 전적이 있는 조상희 작가의 또 다른 반전 카드가 있을지에 마지막 장면이 달려있다. 김빠진 사이다가 돼 버린 ‘그녀는 예뻤다’가 다시 톡 쏘는 사이다로 되살아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