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내부자들’ 이병헌, 배우는 배우다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11-09 10:06:53
이병헌, 최근 그에게 따라붙는 여러 가지 시선들이 있다. 하지만 그는 배우였다. 그는 이번 영화 ‘내부자들’을 통해 빛나는 연기력을 또 한 번 입증해냈다.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로,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웹툰을 원안으로 만들어졌다.

극중 이병헌은 대기업 회장과 정치인에게 이용만 당하다 폐인이 된 정치 깡패로, 복수를 위해 우장훈(조승우 분) 검사와 손을 잡는 안상구 캐릭터를 연기했다.

원작 웹툰을 영화화하면서 우민호 감독은 전체적인 시스템보다 개인에 더 초점을 뒀고, 이에 각각의 캐릭터들은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이중 이병헌은 난생 처음으로 의수, 장발, 전라도 사투리 등 다양한 변신을 통해 ‘인생 캐릭터’로 손꼽을 만 한 연기를 펼쳤다.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려고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이었던 것이 몇 가지 있더라고요. 사회성 짙은 작품을 처음 출연해봤어요.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사회 고발적이고 현실과 밀착된 작품이 대세인 것 같아요. 게다가 전라도 사투리도 처음 써보는데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에요. 제가 처음 사투리 연기를 한다고 하면 재밌겠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얼마나 잘하나 보자’이런 사람도 있을테니까요. 전라도에서 왔지만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았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완전히 진한 사투리가 아니라 그 중간쯤 되는 사투리를 쓰려고 했어요. 다행히 현장에 전라도 출신 스태프분들이 몇 분 계셔서 촬영 전에 미리 앞에서 해보고, 그 분들이 지적해주면 다시 다듬고 했죠.”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은 잘생긴 인물은 아니다. 기름을 잔뜩 바른 올백 머리에 장발, 그리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강한 조명은 이병헌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모든 선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그 부분은 감독님 의도였어요. 평소엔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놔두시는 편인데, 유독 그 신은 강요하셨어요. 제 얼굴이 세 보이고 약간 퀭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그래서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살을 조금 뺐어요. 저도 다른 제 모습을 보게 돼서 좋더라고요. 배우들은 흉측하든 좋든 자신의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아요.”

원작에서 무게감 있게 그려진 안상구는 영화 속에서 묵직함뿐만 아니라 유머러스한 모습까지 추가됐다. 이런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는 이병헌의 제안으로 탄생됐으며, 이병헌은 자신을 내려놓고 영화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특히 대부분의 장면은 이병헌의 애드리브로 진행됐다.

“원래 제 역할은 코믹한 캐릭터가 아니라 무식하고 저돌적으로 나가는 캐릭터였는데 색을 입히고 싶었어요. 일단 주제가 무겁고 쉴 새 없이 이야기가 돌아가기 때문에 관객들을 쉴 수 있는 포인트를 주고 싶었거든요. 평소 개그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캐릭터 자체보다 상황 자체가 웃겼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통해 장면을 만들어 나가는 재미도 있었죠.”

이런 이병헌의 애드리브는 혼자만의 힘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이병헌을 뒷받침해준 것은 조승우와 백윤식의 연기 내공, 그리고 세 사람의 호흡이었다. 이들은 차곡차곡 합을 쌓아가며 조화로운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특히 승우와 화장실 신이 있었는데, 호흡이 정말 잘 맞았어요. 제가 애드리브를 하면 승우가 순발력 있게 잘 받아쳐요. 또 승우가 생각지도 못한 대사를 칠 때가 있는데, 그럼 저도 ‘어라?’ 하면서 애드리브를 받아치죠. 그런 장면이 많았고, 끊임이 없었던 것 같아요. 백윤식 선생님 리액션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요. 보통 리액션은 예상될 때가 있는데, 백윤식 선생님은 제가 예상한 것과 모두 다르게 하시니까 저를 바꿔야 했죠. 툭툭 내뱉는 한 마디가 힘 있고 연륜있는 분이에요.”

또한 이병헌은 충무로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중이다. 앞서 ‘지.아이.조2’,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로 할리우드에 얼굴 도장을 찍었으며, 내년 2월에는 ‘미스 컨덕트’, 내년 9월에는 ‘황야의 7인’이 연이어 개봉할 예정이다. 특히 이병헌은 가장 친한 배우로 ‘황야의 7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할리우드 배우 에단 호크와 ‘미스컨덕트’에서 호흡을 맞춘 알 파치노를 꼽았다.

“‘황야의 7인’은 5개월 가량 찍었는데 더위와 습기 때문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모두 다 같이 고생하다보니까 동지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입견도 없어지고 소통도 많이 했죠. 에단 호크 같은 경우엔 문학소년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도 그래요.(웃음) 갑자기 자기 캐릭터에 맞는 시를 읊거든요. 직접 지은거냐고 제가 물어봤는데 괜찮냐고 되묻더라고요. 그래서 ‘아니, 이해를 못했어’라고 대답했죠.(웃음) 감독님도 책에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에단호크에게 물어봐요. 책이나 영화 얘기할 때는 평론가 같죠.”

더불어 이병헌은 “알 파치노는 내 아이돌”이라며 ‘미스컨덕트’ 리허설 도중 함께 찍힌 사진을 직접 보여주며 소년 같은 눈빛을 드러냈다. 그는 할리우드 생활 중 가장 가슴 뜨거웠던 순간 역시 알 파치노와 함께 있을 때였다고 털어놨다.

“알 파치노와는 친하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안부 묻는 사이 정도 돼요. 70대 중반이신데 작품에 대한 열정과 몰입이 대단하시죠. 당시 함께 찍던 영화가 저예산 영화라 현장 리허설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알 파치노가 감독에게 부탁해서 결국 리허설을 하게 됐어요. 다들 모여서 다양한 버전으로 연기를 하게 됐는데 이런 방법으로 몇 시간동안 하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죠.”

이병헌은 70대가 되어서도 알 파치노처럼 ‘자기 일을 사랑하는 배우’, ‘열정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5년 간 배우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뭔지 잘 모르니까 연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연기라는 것은 물건을 만드는게 아니니까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짤막하게나마 보여주는 것인데, 누가 다른 사람들의 인생들을 알겠어요? 그래서 늘 새롭고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병헌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전했다. 이는 지난 3월에 태어난 아들의 영향이 적지 않을 터. 이병헌은 갓 8개월인 아들의 사진을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지정해 놓고 있었다.

“배우로서나 인간으로나 책임감 가지고 살겠습니다. 아이가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되게 다른 것 같아요. 지금도 예쁜데 주변 얘기로는 나중에 더 예쁠거라고 하더라고요.”

한편 ‘내부자들’은 오는 19일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