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검은 사제들’의 체포죄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11-09 18:26:23
우리는 오감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이러한 감각들을 이용해 발전시킨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과학에 의해 입증되지 않는 사실들을 믿는 것에 대해서는 미개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과학으로 입증할 수 없고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세계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세계보다 작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과학으로 입증되지 않는 악령에 대해서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영화 ‘검은 사제들’은 악령이 붙은 소녀에게서 악령을 몰아내는 구마 의식이라는 색다른 내용으로 전개되는 미스터리 드라마입니다.

작품 속에서 김 신부(김윤석 분)가 부마자(마귀가 붙거나 귀신이 들린 사람)인 소녀 영신(박소담 분)에게 붙은 악령을 몰아내기 위해서, 영신의 팔과 다리를 침대에 묶습니다. 이처럼 영신을 침대에 묶는 행위가 체포죄에 해당하는지와 종교적 의식의 일종으로 이뤄진 행위는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체포죄는 사람을 체포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체포죄는 사람의 신체활동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와 달리,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사람이나 보조하는 사람이 그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체포하는 경우는 불법체포죄가 성립하고 형이 가중됩니다.

체포죄의 객체인 사람은 모든 사람을 의미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신체활동의 자유가 없을지라도 곧 활동이 기대되는 잠재적 자유를 가진 사람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면 잠을 자고 있는 사람, 정신병자는 체포죄의 객체인 사람에 포함되나 출산 직후의 영아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체포는 사람의 신체에 대해서 직접적, 현실적인 구속을 가해 그 신체활동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손과 발을 포박하거나 경찰관을 사칭해서 연행하는 경우, 권총을 겨누어서 그 장소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경우 등이 체포에 해당합니다.

김 신부가 부마자 영신에게서 악령을 몰아내기 위해서 영신의 팔과 다리를 묶은 것은 영신의 잠재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체포죄에 해당할 것입니다. 최부제(강동원 분)도 영신의 팔과 다리를 묶는 김 신부를 옆에서 도왔으므로 체포죄 또는 체포죄의 방조가 성립할 것입니다.

김 신부와 최부제의 행위가 구마(사람에 붙은 악령을 쫓아내는 행위)를 위한 종교적인 행위였다고 할지라도 체포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수혈이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에 맞지 않는다는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해 자신의 딸을 사망하게 한 경우나 목사가 몸에 붙은 귀신을 몰아내는 치료를 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때려 사망하게 한 경우에도 종교적인 이유로 범죄 성립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영화 ‘검은 사제들’은 지금까지 한국 영화가 잘 다루지 않았던 구마 의식을 다룬 점에서 색다른 신선함이 있습니다. 특정 종교의 구마 의식이 영화 전반에 흐르지만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공포와 스릴을 선사합니다.

영화 속의 구마 의식을 보면서 우리들의 머리와 가슴 속의 악령에 대한 구마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옛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지식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편견, 시기, 아집 등의 악령을 키우면서 살아갑니다.

종교적 구마 의식은 종교인들이 부마자에게 행하지만, 지식과 경험을 통해 자신이 키운 우리 사고와 마음에 살고 있는 편견, 시기, 아집 등의 악령에 대한 구마는 부마자 자신의 노력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는 끊임없는 성찰과 반성, 대화 등을 통해서 편견 등의 악령을 구마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