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내부자들’, ‘낭만’적인 배우 조승우의 ‘소신’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11-20 13:28:54
‘낭만’을 꿈꾸고 ‘소신’을 밀고 나가는 배우 조승우가 3년 만에 스크린관에 복귀했다.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로,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웹툰을 원안으로 만들어졌다.

극중 조승우는 배경이나 족보 하나 없지만 근성으로 똘똘 뭉친 열혈 검사로, 대선을 앞두고 비자금 조사의 저격수가 되며 출세의 기회를 잡지만 비자금 파일을 가로챈 정치 깡패 안상구(이병헌 분)에 의해 좌절하는 우장훈 캐릭터를 맡았다.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 작품을 조승우는 3번이나 거절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설득으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고, 결과는 조승우의 인생작으로 부를 만한 작품이 또 하나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한 번 결정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모토대로 촬영에 임했으며 “지금까지 찍었던 어떤 작품보다 가장 재미있게 찍었던 영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검사 역할도 어려웠고 자신이 없어서 거절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러브콜을 많이 보내셨고 병헌이 형과 같이 하고 싶기도 해서 하게 됐죠. 게다가 그동안은 제가 주관적으로 작품을 선택해왔는데 이번 작품은 제가 안 한다고 소문이 났는지 주변에서 왜 안 하냐고 난리를 치더라고요.(웃음)”

‘내부자들’에는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남자 배우는 모두 모였다고 할 정도로 많은 배우들이 참여했다. 현장에서 우민호 감독은 터를 만들어놓았고 배우들은 그 안에서 제대로 된 판을 벌였다. 좋은 배우들은 한 데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켰다.

“계산해서 연기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분위기를 받으려고 했어요. 솔직히 제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타짜’ 때와 마찬가지였던 것 같네요. ‘타짜’ 예고편 나왔을 때도 ‘조승우 존재감 떨어진다’는 말이 있었고, 저도 느꼈었죠. 촬영 현장을 곱씹어 보면 감독님은 배우들이 놀 수 있게 만들어 줬고, 저는 좋은 배우들의 에너지를 받아서 되돌려 줬던 것밖에 없어요. 살짝 묻어가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조승우는 함께 호흡을 맞춘 이병헌의 이야기가 나오자 아이처럼 신나하며 적극적으로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둘 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나중에는 ‘야자타임’을 할 정도로 친해졌다. 조승우가 그토록 이병헌과 연기를 해보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로터리 TV 돌릴 때부터 나왔던 배우잖아요.(웃음) 어릴 적에 엄마, 누나와 드라마를 같이 보면서 ‘왜 저렇게 까맣니, 웃는거 봐라, 매력 있다, 귀엽다’이러면서 좋아했었어요. 필모그래피를 봐도 종잡을 수가 없어요. 항상 멋만 부리는 배우가 아니더라고요. 이전에는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잘 생긴 사람, 톱스타를 넘어선 슈퍼스타에 비즈니스적인 면도 많이 신경 쓸 것 같았는데, 막상 만나보니 영화 하나밖에 모르는 순수한 바보예요. 제게 항상 ‘너 그거 봤냐?’라며 영화에 대해 물어봐요.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형은 미국에서 보고 온 영화거든요. 한국에서는 개봉도 안 한건데.(웃음) 오로지 그 사람의 재미는 영화예요. ‘거기서 카메라 워킹 봤냐?’, ‘그 사람 연기 봤냐?’라고 묻는데, 가끔 얘기하면 갑갑해할 때가 있죠.(웃음)”

“어제도 형 집에 가서 맥주 한 잔 했는데, 평소엔 형수님이 밥 차려주시면 밥도 먹고, 병헌이형 와인도 마시고, 음악도 듣다가 그 다음에는 지겹도록 영화 얘기만 해요.(웃음) 아기가 초저녁이면 자니까 그때부터는 살금살금 걸어 다녀야 해요.”

조승우는 우리에게 드라마나 영화로도 익숙한 얼굴이지만 사실 그는 뮤지컬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배우다. 이번 영화는 ‘복숭아 나무’ 이후 3년 만에 복귀한 작품이지만, 뮤지컬은 한 해도 쉬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 과거 영화배우보다 뮤지컬배우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하다고 말하기도 했던 그는 중학생 시절부터 꿈이었던 뮤지컬배우로서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다.

“뮤지컬배우로서의 정체성은 요즘 더 느껴요. 사실 무대가 더 좋아요. 2달 동안 연습하고 정해진 시간 안에 체계적으로 돌아가거든요. 오랫동안 공연하면 항상 똑같은 것, 지겹지 않냐고 물어보시기도 하는데 매번 같은 적이 없어요. 게다가 요새는 예전에 제가 초연했던 ‘헤드윅’, ‘지킬 앤 하이드’ 등이 10주년 기념으로 줄줄이 있어서 다시 하게 됐어요. 그 사이에 찍은 영화가 ‘내부자들’이에요.”

그는 지난 10일부터 뮤지컬 ‘베르테르’에서 베르테르 역할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13년 만에 똑같은 배역을 맡아 무대에 서게 돼 감회가 새로울 터. 13년 전 베르테르와 현재의 베르테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처음에는 옛날 감성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때는 23살이었는데, 지금은 36살이에요. 그런데 그때의 감성을 찾으려고 하니까 당연히 찾을 수 없었죠. 당시엔 누군가를 미치도록 짝사랑하고 있을 때였거든요. 지금은 그런게 없으니까 어떻게 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게다가 원래 제목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인데, 이번에는 제목에 ‘젊은’이라는 수식어가 빠졌어요.(웃음) 그냥 베르테르인데, 그래서 저도 그냥 해보자 싶었죠. 지금이 아니면 베르테르 역할을 못할 것 같았고, 다음에 20주년에 또 하게 된다면 알베르토 역할을 하고 싶어요.”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배우로서 작품을 선택할 때,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날 때 등 조승우가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기준은 ‘낭만’이었다. ‘낭만’을 찾는 그의 순수함과 열정은 그가 갖고 있는 ‘소신’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오그라들지 모르겠지만 저는 낭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직도 연극 ‘클로져’의 첫 장면처럼 길거리에서 찌릿하고 감정이 통하는 만남을 기대해요. 예전에 길거리에서 만난 일반인 분을 쫓아가서 연락처를 달라고 한 적도 있거든요. 그런 것처럼 뮤지컬이든 영화든 상업적인 측면으로도 따져야 하는데 저는 그런 걸 잘 몰라요. 대신 10년 20년 후에 봐도 촌스럽지 않도록 트렌드가 반영되지 않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한편 ‘내부자들은’ 지난 19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