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도리화가’ 수지에게 류승룡-송새벽은? “백조”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11-24 14:38:38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가수 겸 배우 배수지가 영화 ‘도리화가’(감독 이종필)를 통해 금기를 깨고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으로 변신했다. ‘도리화가’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과 그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수지는 ‘건축학개론’ 이후 3년 만에 ‘도리화가’를 통해 스크린에 컴백한다.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던 그가 ‘도리화가’에서는 어떤 이미지를 남길지 개봉 전부터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게다가 판소리를 익혀야 했던 부담감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수지는 이 작품을 선택했다.

“‘도리화가’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울컥한 감정이 있었어요. 이 작품을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죠. 캐릭터도 정말 매력적이고, 애틋한 스토리도 마음에 박혔어요.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컸어요. 막상 ‘도리화가’를 하기로 마음먹고 나니 걱정이 됐었죠. 판소리 자체도 잘 모르는데다 접할 기회도 적었고, 역할도 조선 최초의 여류 소리꾼이기에 완벽하게 잘해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그가 ‘도리화가’를 선택한 이후 소위 말해 ‘주사위는 던져진 셈’이다. 작품에 참여한 이상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하는 것이 배우의 몫이다.

“판소리를 배우면서 발성 자체도 다르고, 소리에 힘 자체도 달라 체력소모가 많았어요. 하지만 ‘도리화가’는 진채선의 성장 스토리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했고, 명창님들처럼 절대 못하기에 미숙한 부분부터 성장해나가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배운 대로 열심히 했지만, 초반에는 정말 못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장면이 나온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순서대로 촬영해줘서 시간이 거듭될수록 느는 게 보였어요.”

판소리는 단순하게 소리를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게다가 영화이기 때문에 감정표현은 필수적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자칫 모두를 놓쳐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기에 이번 작업은 배수지에게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판소리를 배우면서 힘들었던 점은 너무 신경 쓸 것이 많았어요. 게다가 악보가 있는 게 아니라 선생님을 따라하는 게 전부였죠. 배울 때마다 키가 달라지니까 스스로 마음속으로 멜로디 라인을 그려가면서 연습했어요. 연습할 때는 주구장창 녹음을 했죠. 수업을 할 때마다 녹음을 했는데, 초반에 녹음해 놓은 걸 들어보면 정말 심각하더라고요. 그래도 뒤로 갈수록 ‘늘고 있구나’라는 게 느껴졌어요. 촬영장에서도 원래 연습하던 방식대로 계속 듣고 익혀놨어요. 그래야 연기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감독님도 음보다는 감정에 쓰자고 해서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의 연습 기간을 가졌다. 하지만 이 기간 내에 판소리를 완벽하게 익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관객들의 질타도 어느 정도 예상이 될 법 하다.

“‘도리화가’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잘 해야겠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던 작품이에요. 도전 의식이 많이 생겼었죠. 나중에 돌아올 반응이 두려웠다면 하지 않았겠죠. 감독님, 선배님들이 옆에서 잘 이끌어주고 도와줬어요. 편하게 연기 할 수 있도록 의견도 물어봐주고요. 감독님과 선배님들을 못 만났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에요. 정말 감사하죠.”

배수지는 극 중 스승으로 나오는 류승룡과 송새벽을 백조에 비유했다. 실제 배우 선배이기도 한 두 스승은 배수지에게 강한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류승룡, 송새벽 선배님은 백조 같아요. 그동안 작품으로만 봤기 때문에 원래 연기를 잘하는 줄 알았고 완벽할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두 분 다 누구보다 노력하고 대본이 저보다 더 빼곡하게 쓰여 있어 너덜너덜할 정도였어요. 오히려 제가 많이 반성 했죠. 연기에 임하는 자세나 노력들을 보면서 ‘그냥 되는 게 아니구나’라고 느꼈죠. 한번은 승룡 선배님한테 ‘제가 너무 반성하게 되네요’라고 했더니 ‘맛집 리스트야’라며 편하게 받아주셨어요.”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좋은 작품과 감독, 그리고 훌륭한 선배들은 배수지에게 많은 가르침을 줬다. 거기에 ‘도리화가’의 아름다운 배경은 지친 몸과 마음에 힐링을 선물했다.

“좋은 감독님과 훌륭한 선배들 덕분에 기본자세부터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스태프들과도 호흡이 잘 맞아서 분위기도 굉장히 좋았거든요. 이렇게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죠. 이번 촬영은 특이하게 계속 지방으로 갔어요. 항상 복잡한 곳에서 있다가 조용하고 공기도 좋고 사람도 없는 곳에서 촬영을 하니 마치 휴가를 왔나 싶을 정도였죠. 그런 곳에서 촬영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면 마음이 편했어요. 합천 황매산에서 촬영을 가장 오래 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잠시 촬영도 잊고 사진을 찍었는데, 눈으로 봤던 예쁜 장면이 담기지 않아 짜증이 나기도 했어요. 마치 꿈에 봤던 장면처럼 느껴졌어요. 정말 쉬는 느낌이었어요.”

배수지는 인터뷰 말미 ‘도리화가’를 통해 깊은 가르침을 줬던 류승룡, 송새벽 등 두 스승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가마 신에서 상대역을 해주겠다고 현장까지 와 줬던 승룡 선배님, 판소리 연습할 때 북을 계속 쳐 줬던 새벽 오빠, 남매같이 대해주며 웃음을 안겨줬던 동휘, 재홍 오빠 등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아요. 미숙한 점이 많은 제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사소한 것들도 신경써줬거든요.”

걸그룹 미쓰에이 수지가 아닌, ‘건축학개론’의 ‘국민 첫사랑’ 서연도 아닌, 조선 최초 여류소리꾼 진채선으로 분한 배수지의 모습은 오는 25일 개봉하는 ‘도리화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