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도리화가’ 송새벽 “관객들과 한 판 놀아보고 싶었다”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11-24 14:42:47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종필 감독의 영화 ‘도리화가’의 시나리오를 처음으로 접한 배우 송새벽의 소감이다.

‘도리화가’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배수지 분)과 그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도리화가’는 연극적인 느낌이 굉장히 많아서 좋았죠. 극 중 관객들 앞에서 한 판 놀고 소리를 하고 북을 치며 노는 부분에서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이 작품에서 한 번 같이 놀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북을 치고 소리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관객들이 보기에도 신날 것 같고, 저 역시도 그랬으니까요.”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전문적인 소리꾼이 아닌 이상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저 연습과 노력으로 어색한 공백을 채울 뿐이다. 송새벽은 부단한 연습과 노력으로 놀랄 만큼 그 공백을 깔끔하게 채웠다.

“처음에 캐스팅 제의를 받고 감독님에게 많이 힘들 것 같다 했더니, ‘그렇게 따지면 국립국악원에 계시는 분들을 캐스팅해서 촬영해야 한다’고 답하시더라고요. 듣고 보니 그럴 것 같아서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했죠. 처음에는 관객들이 보면 바로 들통날 것 같아서 부담감이 엄청 많았죠. 연습만이 살 길이었죠. 사람들이 안 보이는데서 많이 연습했죠. 북이랑 채랑 같이 호흡해야 하니까 몸에 익을 때까지 연습했죠.”

송새벽은 극 중 동리정사의 소리선생 김세종 역을 맡았다. 김세종은 동편제를 대표하는 조선 최고의 명창이다. 그는 채선에게서 소리꾼을 가능성을 보고 신재효와 함께 채선을 진심으로 위하며 그들의 곁을 지킨다.

“김세종 선생님의 인간적인 부분에 중점을 뒀어요. 어찌 보면 연기자와 흡사한 느낌도 들었고, 그 점이 가장 흥미로웠죠.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에 굉장한 창작이죠. 검열이라는 단어보다 훨씬 센 법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에 대한 도전과 어떻게든 진채선을 소리꾼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신재효, 김세종 선생님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말로는 진채선을 내려보내자고 하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가르치고 도와주고 싶었을 거에요. 그런 장면들이 매력적이었죠. 촬영 당시 김세종 선생님의 영혼이 촬영장에 와서 ‘우리 이야기 잘하고 있나’라고 보지 않았을까 라는 느낌도 들어요. 실존 인물은 사람들이 명확하게 알고 있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송새벽이 ‘도리화가’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소리와 북의 매력일 것이다. 그는 소리와 북에 대한 설명을 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도리화가’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소리와 북이죠. ‘소리가 이런 매력이 있구나’라는 걸 정말 많이 느꼈어요. ‘사랑가’, ‘적벽가’ 등의 가사를 보면 굉장히 구슬프고 입에 담지도 못할 정도로 야한 부분도 있고 슬프기도 하는 등 ‘다 표현했구나’라는 느낌이 확 왔어요. 따지고 절제하는 게 아니라 뜻을 알고 보면 다 들어 있어요. 그런 느낌들이 시원시원하고 좋았죠. 또 북은 굉장히 단조로운데 배우면 배울수록 마치 사람과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통이 사람의 몸통 같고 ‘따다닥’이 입 같아요. ‘퉁두두둥 딱따닥’ 뿐이지만, 소리와 같이 어우러졌을 때 굉장히 매력 있어요. 질리지 않아 너무 좋았어요. 이걸 산에서 혼자 연주한다 생각만 해도 ‘와~’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죠”

‘도리화가’가 진채선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는 만큼 송새벽 또한 20대 때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스무 살 때 연극 하던 때가 생각나죠. 볼펜을 물고 대사 연습을 하거나 배에 힘을 주고 ‘아야어여’하고 복식호흡도 하고, 노천극장 앞에서 소리를 질렀던 적도 있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됐구나..’라고 슬프기도 하죠. 대학 시절이나 극단 초년생 시절에 선배들한테 혼나면서 배웠던 그 때가 많이 생각났죠.”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그는 또한 극 중 제자로 나왔던 수지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지를 보고 굉장히 놀랐어요. 이 친구가 하는 음악과 작품도 봤었고 가수 쪽에서는 스타잖아요. 같이 ‘도리화가’를 한다 했을 때 이 친구가 과연 진채선 역할에 어울릴까 라는 생각도 했었죠. 하지만 처음 연습 때부터 수지를 보고 ‘이미 나왔구나’라고 느꼈죠. 천진난만한 구석이 많고 제가 생각한 이상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긍정적이고 특유의 발랄함이 있어 그런 부분들이 어린 진채선과 굉장히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게다가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았어요. 저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수지 이외에도 다른 배우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과시했다. 연습실에서나 촬영장에서 그는 동료 배우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그들의 발걸음을 붙잡기 일쑤였다.

“촬영이나 연습이 끝나면 헤어지기 싫어서 그냥 보내지 않았어요. 밥을 먹는다거나 그러면서 붙잡을 정도로 너무 좋은 사람들이에요. 연기는 말할 것도 없죠. ‘도리화가’를 통해서 저한테 좋은 친구들이 생겼어요. 감사한 일이죠.”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던 만큼 관객들에게도 자신이 ‘도리화가’를 보고 느꼈던 감정을 공유했으면 하는 송새벽이었다.

“제가 놀이판을 보면서 흥을 느꼈던 만큼, 관객들도 그런 감정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영화를 보면서 마치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끝으로 그는 얼마 남지 않은 2015년 가족과 함께 보내고픈 작은 소망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얼마 후면 아기가 태어나고 맞이하는 첫 크리스마스인데 짧게라도 함께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촬영 기간이 겹치면 어쩔 수 없는데, 밥 한 끼라도 같이 먹고 사진이라도 찍어두면 좋을 것 같아요. 나중에 아이가 컸을 때 느낌이 다르잖아요. 곧 촬영이 있는데 밥 한 끼라도 먹을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가족을 사랑하며 동료들을 아끼며 소리와 북의 매력에 푹 빠진 송새벽의 모습은 오는 25일 개봉하는 ‘도리화가’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