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열정같은’ 박보영 “여성스럽게 느껴지는 그날을 기다리며”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11-24 14:46:08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직장상사'. 단어만 들어도 절로 몸이 움츠러든다. 작은 실수에 대역죄인이 되는 것도 일순간이다. 배우 박보영은 사회생활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공감코미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감독 정기훈)을 통해 사회초년생 도라희로 분했다.

도라희. 캐릭터 이름만 들어도 그가 보통의 신입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두의 기대처럼 그가 움직이기만 하면 사고가 터진다. 그가 따뜻한 말보다는 거친 욕과 고함이 일상인 상사 하재관(정재영 분) 부장을 만나 펼쳐지는 에피소드는 '웃픈' 현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그동안 자신의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원했던 박보영은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를 통해 그간의 갈증을 해소했다. 동안 외모 탓도 있지만, 그는 마음을 급하게 먹고 있지 않았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제 시간은 느리게 가는 것 같았어요. '내 시간은 천천히 가는구나'라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했어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중간에 쉬는 기간도 있었기에 그런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어요. 제 이미지를 밝게 보는 분들이 많아서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다양한 시도를 해봤어요. 또래 연기는 그 중에서 해보고 싶다는 정도였죠.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신이 나서 재미있게 촬영한 작품이에요. 그래도 아직 관객들의 반응도 못 본데다, 캐릭터에 어울린다는 말이 나와야 안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박보영에게 여성스러움보다는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느끼는 것이 대중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박보영 또한 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봐주는 날을 기다리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은 사람들이 보고 판단을 하잖아요. 제가 마음의 준비가 됐더라도 보는 사람이 준비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였어요. 소녀 캐릭터만 하다가 이번에 사회초년생 캐릭터를 한 것처럼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고등학생 때 스물일곱의 저를 생각했을 때 뭔가 대단하고 어른이 돼 있을 것 같았는데, 별반 다를 게 없더라고요. 당시에 서른 살 언니들을 어른으로 봤었는데,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요. 서른을 어른으로 보기에는 너무 빠른 것 같아요. 서른 다섯으로 미뤄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저도 조금 더 오래 도전해도 될 것 같아요."

유독 이번 작품에는 '열정'이라는 말이 돋보인다. 박보영에게 있어서도 '열정'이라는 단어를 적용할 만한 것이 있을까.

"'열정'이라는 단어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요즘 또래나 사회적으로는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열정에 대한 의미가 각자 다른데, 저에게 열정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요즘에는 스스로 열정이 있는 게 아니라 '너는 열정이 있으니까 이렇게 해야 돼'라고 강요하고 인지삼아 이야기를 하잖아요. 저에게 열정을 물어보면 열과 성을 다 할 수 있는 연기죠. 하지만 '열정'이라는 단어를 다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는 사회 초년생이지만, 박보영은 어느덧 데뷔 10년차 배우다.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충무로의 후배들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마음은 어떨까.

"우리 영화에 비유하면 제가 아마 한선우(배성우 분) 선배 정도의 위치라 생각해요. 신인 시절에 주변에서 저를 보며 왜 그렇게 답답해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 분위기와 환경 때문에 연기를 못 하고 있을 때 선배들이 괜찮다고 편을 들어 주면 감동을 받고 마음이 녹으면서 할 수 있던 여건이 만들어지곤 했어요. 그때마다 나도 언젠가는 '저 선배처럼 해야지'라는 마음을 먹었어요. '경성학교' 때 처음 연기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박보영에게 올 한해는 가장 바쁜 나날이었다.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음탕한 처녀 귀신에 빙의한 소심녀 나봉선 역으로 사랑을 받았으며,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로 올 한해를 마무리 할 계획이다.

"그동안 제가 한 해에 생각한 작품 수가 꿈이고 욕심이었다는 걸 느꼈어요. 느끼는 바도 있고 얻는 게 많은 한 해였어요. 드라마의 파급효과를 새삼 알았었요. 이전까지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과속스캔들', '늑대소년'을 먼저 이야기했었는데, 이제는 '박보영이다!'라고 친근하게 대해주는 것이 신기했어요. 관객들이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의 라희를 보면서 '언젠가 저렇게 되는 날이 오겠지'라며 친구와 수다를 떨며 기분전환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사회초년생 수습기자 도라희로 분한 박보영의 '극한 사회생활 체험기'는 오는 25일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