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열정같은’ 정재영 “하재관 부장, ‘해와 바람’ 동화책 읽어봤으면..”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11-24 14:49:10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그동안 인류의 역사에 있어 '열정'이란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의미로 쓰여왔다. 또한 재능과 노력을 커버하는 방법으로 열정을 손꼽아왔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열정'은 과거의 그것과는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최근 어려운 취업현실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을 이르는 '열정페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무급 또는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말로, 오늘날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인턴'이라는 허울을 쓰고 오늘도 자신의 직장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정재영은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감독 정기훈)를 통해 '열정'을 외쳐대며 이 시대의 젊음에게 노동력을 착취하는 시한폭탄 상사 하재관 역을 맡았다. 하재관은 따뜻한 말보다는 고함과 거친 욕 한마디로 사회초년생 도라희(박보영 분)의 멘탈을 탈탈 털어놓는다.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정재영에게 있어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남다른 기쁨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유쾌하기 보다는 촬영을 하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많이 했어요. 그동안의 캐릭터들은 완벽해야하고 골치 아팠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정 반대의 캐릭터였어요. 캐릭터 설정 자체가 저랑 잘 어울렸죠. 목소리도 큰 데다 후줄근한 스타일도 그렇고. 호통은 시나리오에도 있었고 영화적으로 과장 된 부분도 있죠. 그런 부분을 극대화하다보니 '이렇게 살면 정말 편하게 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자주 호통을 치는 건 절대 아닙니다."(웃음)

작품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하재관은 선과 악이 불분명한 캐릭터다. 부하직원들의 멘탈을 극한까지 몰고 가면서도 자기 식구를 챙기려는 의리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의 미덕은 다큐 처럼 '기자 생활은 이렇게 한다'고 해서 뭔가 보여주려는 것은 아니에요. 기자는 단지 특정 직업군을 빗대서 말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봤죠. 저도 어떤 때는 누군가에게는 악하거나 착한 사람이듯, 우리 영화도 하재관이라는 인물의 악함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죠. 공감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넘어가는 거고, 편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은 편하게 보게끔 하는 거죠. '진짜 열정은 필요없다'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재관과 도라희로 대변되는 각자의 열정이 다를 뿐이죠. 어떤 분이 그러던데 고대 석판에도 요즘 애들의 모습을 한탄하는 기성세대의 이야기가 있다 하더라고요. 하재관의 모습을 희화화 해서 '그래도 희망은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거죠."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정재영에게도 도라희 같은 신입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준 선배로 안성기를 손꼽았다.

"단역 시절에 안성기 선배님을 처음 봤는데, 후배들에게 정말 다정다감하고 현장에서 스태프들에게도 겸손한 모습이셨죠. 선배님과 하재관 부장하고는 정 반대죠. 아무튼 그런 부분들이 후배들을 편안하게 해준 거죠. 그들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 감명 깊었죠. 그 모습이 너무 좋아 '나도 선배가 된다면 노력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러려고 하죠. 요즘에는 선후배를 떠나 같이 호흡하려고 애를 써요. 같이 호흡을 잘하려면 서로 어려운 것이 없어야 하고 주눅 들어서도 안 되잖아요. 최대한 연기할 때만큼은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해요. 제 노력과 달리 요즘에는 점점 후배들이 저랑 놀아주지 않죠. 사용하는 언어도 많이 다르고요."(웃음)

유머러스하게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정재영을 보고 있노라면, 최소한 자기 자신과의 약속은 지켜나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하재관 부장에게 '해와 바람'이라는 동화책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어요. 날씨를 덥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옷을 벗게 하는 게 진리지, 억지로 벗게 하는 건 의미가 없잖아요. 지금도 곳곳에 하재관 부장같은 사람들이 있는데, 나중에 다 '그때 좀 더 잘해 줄 걸'이라고 후회할거에요. 저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런 점을 느꼈다. 하재관 부장! 시대가 바뀌었어. 정신차려!"

▲사진=김현우기자
▲사진=김현우기자
이처럼 세상의 모든 하재관들에게 전하는 정재영의 메시지는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취직만 하면 인생 풀릴 줄 알았던 수습기자 도라희가 '열정'을 외쳐대는 시한폭탄 상사 하재관(정재영 분)을 만나 겪게 되는 극한 분투를 그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