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기획] 전봉진-더원-솔지-황치열, 조력자에서 무대 위로 “제 노래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11-25 14:42:01
"제 노래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지난 달 MBC '일밤-복면가왕'에 '드렁작은타이거'로 출연해 1라운드에서 가수 배기성을 꺾고 2라운드에서 그룹 비투비의 메인 보컬 이창섭을 누른 후 3라운드까지 올라 뮤지와 가왕결정전을 놓고 대결했지만 아쉽게 탈락했던 전봉진의 말이다.

전봉진은 '복면가왕' 출연 이후 지난 19일 더원과 함께 듀엣곡 '사랑을 몰랐어'로 데뷔 했다. 그를 두고 가수 김창렬은 '재야의 고수'라고 칭했다. '재야의 고수'라는 칭호를 얻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그가 40이 된 나이에야 데뷔한 까닭은 무엇일까.

전봉진은 가수가 되기 위해 노래를 시작했지만 계속 데뷔가 미뤄지면서 가수의 꿈을 접게 됐다. 이후 함께 가수를 준비하던 휘성의 추천으로 보컬 트레이너 일을 시작했고, 휘성, 거미, 빅뱅, 틴탑, 엑소, 샤이니 등을 트레이닝하며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유명한 보컬 트레이너가 됐다.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꿈꾸던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뒤켠에 남아야 했던 그는 '복면가왕'을 통해 "가르치던 동료가 가수가 돼 무대에 서는 걸 보고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소원을 풀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전봉진처럼 다른 가수들의 보컬 트레이너로 살아오다 기회를 얻어 대중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게 된 숨어 있던 '재야의 고수'들은 또 있다.

전봉진의 데뷔곡을 함께한 더원, 최근 '핫핑크(Hot pink)'로 컴백한 걸그룹 EXID 솔지,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해 제 2의 인생을 살게 됐다는 황치열 등이 전봉진과 비슷한 행보를 걸어 온 보컬 트레이너 출신 가수들이다.

이들은 모두 가수의 꿈을 가지고 노래를 시작했지만 가수의 꿈이 좌절된 후 포기하지 않고 가수라는 직업군 곁에 남아 보컬 트레이너라는 직업으로 노래를 계속 해 왔다. 그들이 늦게라도 빛을 볼 수 있었던 건 가창력을 보여줄 수 있는 소재의 프로그램들이 생기면서다.

# 더원

더원은 주로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하다 소녀시대 태연의 보컬 선생님으로 주목을 받고, 지난 2012년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9월의 가수' 자리까지 올라 그 실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이후 그는 케이블채널 MBC MUSIC '슈퍼아이돌'에서 심사위원을 맡아 보컬 트레이너 출신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엔 중국 시장으로 진출해 중국 전역을 돌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류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 솔지

EXID의 솔지는 코러스 보컬과 가이드 보컬로 활동하다 약 10년 전 듀오 2NB로 데뷔했지만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이후 EXID 멤버들의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다 EXID의 멤버 3명이 탈퇴해 다시 가수가 될 기회를 얻어 데뷔를 하게 됐다.

하지만 가창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그는 이후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초대 가왕자리 까지 올라 가창력을 인정받고 최근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트레이너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가창력을 전수하기도 했다.

#황치열

황치열은 남자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다 케이블채널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해 주목을 받으면서, 이후 KBS2 '불후의 명곡'까지 출연하며 가수로서의 삶을 살게 됐다.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무명시절 전 재산이 3만원이었다. 그래서 보컬 트레이너를 시작했다.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빌미를 찾았던 것 같다"며 보컬 트레이너를 시작해야 했던 계기와 직업을 잠시 바꿨지만 음악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사람들은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했던 그들을 두고 '어떤 가수의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같은 꿈을 꾸고 있는 누군가의 스승이 아닌 조력자일 뿐이다.

"제 노래를 부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던 전봉진의 말처럼 누군가의 조력자로 무대 뒤켠에 남아 같은 꿈을 꾸고, 같은 무대를 꿈꾸던 그들이 대중들에게 더 많은 목소리를 들려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