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제', 진정한 시상식 ‘위엄’..‘대종상’과 대조적(종합)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11-27 10:48:51
‘청룡영화제’가 영화 시상식의 위엄을 드러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는 '제 36회 청룡영화제'가 열렸다. 이날 최우수작품상의 영광은 ‘암살’(감독 최동훈)이 안았다.

영화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이야기다. 이 작품은 1270만 2073명의 관객을 동원해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7위를 기록했다.

이날 무대에 올라 상을 받은 최동훈 감독은 “버스도 안 다니는 시골에서 태어나 이런 상을 받다니 출세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이 영화는 힘들었던 일제 강점기 속에서도 용기 있고 명예롭게 살았던 분들에게 감동 받아 만든 작품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은 아직 강한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암살’을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마무리했다. 배우 이정재는 “‘암살’을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신 1200만 명 넘는 관객 분들, 사랑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암살’은 일제 강점기 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수천 벌의 의복을 제작한 공로로 의상상을 받기도 했다. 그밖에도 ‘사도’(감독 이준익)는 촬영조명상과 음악상, ‘뷰티 인사이드’(감독 백종열)는 편집상,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은 미술상, ‘소수의견’(감독 김성재)은 각본상, ‘출사’(감독 유재현)는 단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신인감독상은 ‘거인’의 김태용 감독이 영광을 차지했다.

이처럼 ‘청룡영화상’은 흥행영화부터 독립영화까지 빠짐없이, 다양한 영화에 골고루 상을 수여해 더욱 뜻 깊었다. 17년째 MC를 맡고 있는 배우 김혜수는 “청룡, 상 정말 잘 주죠?”라며 자부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20일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시나리오상, 기획상, 첨단기술특별상, 편집상, 녹음상까지 모두 ‘국제시장’에게 ‘몰아주기’ 식으로 수여한 ‘제 52회 대종상 영화제’와는 대조적이다.

또한 남녀 주연상 후보 배우 9명의 전원 불참으로 반쪽짜리 행사가 됐던 ‘대종상 영화제’와 달리 ‘청룡영화제’에는 임신 7개월을 맞이한 배우 전지현, 다른 스케줄로 인해 불참한 배우 전도연과 정재영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남우주연상 부문에는 배우 송강호(‘사도’), 유아인(‘사도’), 이정재(‘암살’), 정재영(‘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황정민(‘베테랑’)이 후보로 오른 가운데, 유아인이 수상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유아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상이 제 것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송강호 선배님과 좋은 자리에 함께 서 있기도 하지만, ‘사도’ 뿐만 아니라 ‘베테랑’으로도 많은 관객 분들의 사랑을 받아 이 자리에 섰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행복하고 기쁜 것보다 항상 부끄럽고 민망한 순간이 더 많다. 매 순간 거울을 보며 부끄러워하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성장하는 인간, 배우가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시상자로 나선 배우 송강호와 포옹한 뒤 무대에서 내려갔다.

여우주연상 부문 후보에는 김혜수(‘차이나타운’), 이정현(‘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전도연(‘무뢰한’), 전지현(‘암살’), 한효주(‘뷰티 인사이드’)가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수상의 영예는 노 개런티로 열연한 배우 이정현에게 돌아갔다.

이정현은 “영화 ‘꽃잎’ 이후로 (‘청룡영화제’에) 20년 만에 왔는데, 쟁쟁한 선배님들도 계시고 너무 작은 영화라 수상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영광을 감독, 스태프 등에게 돌리며 “이를 기회로 다양한 영화들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 한국 영화가 더욱 발전하면 좋겠다. 정말 너무나 감사하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다소 아쉬운 점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촉박하게 진행되면서 배우들의 소감을 재촉했던 것. 하지만 바쁜 분위기 속에서도 배우들은 서로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했다. 또한 흥행 작품부터 작품성에 비해 성적이 아쉬웠던 작품들까지 공정하게 시상한 점은 영화 팬들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그야말로 '완벽한' 시상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