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Z 재찬, 채널A 새 드라마 '체크인 한양' 주연 캐스팅…데뷔 후 첫 청춘 사극 도전!
2024-04-16

“천만덕은 총을 잘 쏘는 사냥꾼이었지, 인성이 거친 인물이 아니었어요. 늘그막에 자식을 하나 두고 산골에 사는 촌로와도 같죠. 나물을 캐러 다니는 데 힘을 줄 필요는 없잖아요. 가급적이면 옛날 우리나라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려 했어요. 속정은 깊은데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잖아요. 그저 산 때문에 먹고살면서 산의 품속에서 그 고마움을 아는 사람인 거죠. 그런 의미에서 포수처럼 보여야 하는 만식이나 상호가 대단한거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캐릭터를 만들어 냈으니까요.”
‘대호’ 속 최민식을 호랑이에 비유했다. 하지만 그는 “극과 극은 서로 닮았다는 말”로 이를 대신했다.
“의도적으로 대호의 이미지와 비슷하게 가려고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천만덕과 대호는 천적의 관계잖아요. 그 팔자가 비슷한 것이죠. 서로 상반된 관계에 있으면서도 ‘우리는 하나’라는 동질성을 느끼게 되는 거죠. 관객들에게 그런 것들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판타지적인 장면 속 대호와 천만덕의 교감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해요. 우리나라의 역사나 상징성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이 대호를 본다면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잖아요.”

“우리 영화를 어떤 관점에서 봐 달라 하면 그건 제작진이 관객들에게 강요하는 거라 생각해요. 우리 의도가 100% 온전히 전달되기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죠. 그런 마음을 가져서도 안 되고 가능한 일도 아니잖아요. 각자 생각하는 게 다르고 느끼는 감성이 다른 것이 대중 문화의 속성이죠. 단지 화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부정적인 감상이 나왔을 때 진단을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대중들의 취향을 하나로 다 규합할 수 없죠. 만든 사람들의 주관을 관객들이 공유하느냐 내치느냐 이런 현상들이 재미있죠. ‘내가 하는 이야기가 최고다’라고 생각하면 비극이 시작되고 불행의 서막이 오르는 거죠.”
전작 ‘명량’은 한국영화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주연을 맡았던 최민식의 다음 작품에 기대를 가지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배우 또한 부담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최민식 또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부담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죠. 하지만 저는 자유로운 편이죠. 관객들이 저를 믿어주고 출연작을 즐겨봐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죠. 대중들의 취향이나 움직임에 촉을 세우면 피곤해져요. 어떤 작품은 흥하고 어떤 작품은 잘 안될 수도 있는 거죠.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작품들이 가진 가장 보편적인 진리죠. 배우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작품을 만드는 재미로 살자는 주의에요. 작품이 극장에 걸리고 나서의 일들은 가급적이면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되죠. 그래야 마음도 편하고요. ‘작년에 ‘명량’으로 대박이 났으니 이번 작품도 잘 돼야지‘라는 생각은 없어요. 마치 지난해에 금메달을 땄으니까 이번에도 따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웃음)

“올 한해 1년의 절반을 산 속에서 무위도식 하면서 살았어요. 대호만이 제 머릿속을 꽉 채웠죠. 이 작품 하나를 하면서 천만덕, 대호, 그리고 지리산만을 생각하면서 살았죠. 언론시사회를 하고 개봉을 하면 몰래 극장에 가서 관객들의 반응을 보기도 해요. 두세 번 보면 제가 놓친 것도 발견하죠. 개봉을 앞두고 조금 허탈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일이 다 그렇잖아요.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잖아요. 그래도 이번에는 김대호 씨를 보고 나니 홀가분하네요.”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와 총을 들지 않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의 질긴 인연은 오는 16일 개봉하는 ‘대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조정원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