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마을’ 문근영 “다작하고 싶지만 취향 독특해”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12-14 17:23:18
[메인뉴스 이주희 기자] 배우 문근영에게 우리가 거는 기대는 많다. 그의 연기력을 언급하기엔 말하기도 입 아프고, 이제는 그가 선택한 작품이라면 믿고 봐도 된다는 강한 확신까지 준다.

지난 3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 이하 ‘마을’)은 평화로운 마을에 암매장된 시체가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로, 극중 문근영은 21년 전 발생한 교통사고를 통해 가족을 잃고 캐나다에서 자랐으나 운명처럼 아치아라로 와 언니 김혜진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소윤 역을 맡았다.

‘마을’은 시청률 빼고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평을 받으며 웰메이드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 시청률 측면에서는 첫 회 시청률 6.9%, 최고 시청률이었던 마지막 회 7.6%(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다소 아쉬운 수준이었지만, 낮은 시청률은 장르 드라마의 숙명(?)일 수밖에 없었다.

시청률과 상관없이 시청자들, 그리고 배우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게다가 지상파에서 러브라인이 없었던 점과 끝까지 범인을 알 수 없게 만든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연기 구멍 없었던 명품배우들까지 한국형 스릴러를 기다려왔던 시청자들의 욕구를 부족함 없이 채웠다.

“지상파에서 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었죠. 제가 원래 장르물을 좋아하기도 했었고 장르물을 공중파에서 만든다는 것과 멜로가 없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어요. 작가님과 감독님도 새로운 시도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그 시도에 동참하고 싶었기도 했고요. 평소엔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고 마음을 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연기나 뭔가 습득할 때는 대담하게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일반적인 추리물은 중간에 범인이 예상되기도 하고 뒷이야기가 뻔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마을’은 마지막 회까지 범인을 알아차리기 어려웠고 끝까지 긴장감을 가져갔다. 마지막 회까지 추리하는 맛이 있었던 ‘마을’은 출연자들 역시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시청자들과 함께 추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은 범인 찾는 것을 게임하듯 맞추기도 했으며, 범인을 맞췄다는 문근영은 “예능에 출연한다면 ‘크라임씬’은 꼭 나가고 싶다”며 추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추기도 했다.

“배우들이 모이면 다들 범인이 누군지 궁금해 하면서 자신이 범인이었으면 좋겠다 하더라고요.(웃음) 배우들끼리 누가 범인인지 맞추는 내기도 했어요. 저는 범인은 맞췄는데 그 중간 과정들은 많이 헤맸어요. 처음 내기했던 것은 혜진의 친엄마가 누구냐는 것이었는데, 나는 정임이라 했고, 온주완 오빠는 지숙이라고 했거든요. 거기서 제가 지고 주완 오빠에게 돈을 좀 잃었죠.(웃음) 저는 전부터 혜진이를 죽인 범인은 친엄마일 것이라고 추리를 했었고, 이제 친엄마가 누군지 알았으니까 그렇다면 범인은 지숙이라고 추리를 한거죠.”

극중 문근영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파헤치고 여러 조각들을 모으며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주는 내레이터 역할을 했다.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나 가해자가 아닌 그 주변인물로, 다른 사람들이 벌리는 사건들을 보고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듣는 역할인 것. 즉 문근영이 따로 취했던 행동은 없었으며, 이런 역할은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와 달리 부각되지 않으며 다소 심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발 물러나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보통 내공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에 제가 하겠다고 하니까 저보고 독특한 애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사건 중심이기 때문에 당연히 제 캐릭터는 부각되지 않아요. 처음부터 이런 것은 생각하고 있었고, 저는 김혜진과 관련된 이야기들 중 단편 조각들만 하나씩 듣는데, 이 조각들을 제가 끼워 맞춰야 했어요. 그래서 감정을 어디까지 표현해야 하나 고민을 했죠. 제 말에 가치관이 들어 갈까봐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해야 했어요. 제가 강렬하게 이야기하면 주장이 되는 것이고, 낮게 말하면 유한 설득이 되기도 하니까요. 보는 사람들도 그 감정밖에 못 볼 테니까 밸런스 유지를 해야 했죠. 복잡한 퍼즐 속에 하나의 축이 필요한데 그게 소윤이었던 것이에요.”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강원도의 한 작은 마을 아치아라다. 이 곳에서는 최근 발생한 연쇄살인의 범인이 살고 있으며, 30년 이상 성폭행이 벌어지기도 했다. 성폭행 결과 주민들은 핏줄로 얽히고설켜 한 집 건너 한 집 사람이 형제자매가 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 외에도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이 드라마가 막장 대신 명품드라마 소리를 들은 것은 탄탄한 구성과 이를 이끌고 가는 명품 배우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다들 쉬쉬하려는 이야기를 수면위에 내놓고 이야기하니까 불편했을 수도 있어요. 작가님이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는 작은 불의를 눈감아 버리면 큰 불의까지 눈 감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거였어요. 바꿔 말하면 작은 불의를 눈감지 말라는 뜻이죠. 우리 드라마가 막장으로 끝나지 않은 것은 보통 막장 드라마는 말도 안 되는 소재만 가지고 끝나는데, 저희는 끝까지 집요하게 파헤쳤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끝이 이렇게 되고 있고, 상처를 받고 살고 있다는 것을 낱낱이 보여주기 때문에 막장스럽지 않게 끝난 것 같아요.”

미스터리했던 이 드라마는 마지막 회에서마저도 모든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박우재(육성재 분)가 눈썰미 있게 알아본 운동화, 그리고 서창권(정성모 분)에 의해 죽은 것으로 그려졌던 노회장이 살아있는 것 등 이미 끝난 것 같던 사건들이 다시 시작된 것. 피해자는 죽었지만 가해자는 여전히 잘 먹고 잘사는 모습을 마지막에 한 번 더 보여주며 불편한 진실을 또 한 번 드러냈다. 이 사실에 대해 의아해하는 시청자들도 있지만 덕분에 시즌2를 기대하게 되는 것도 사실.

“여지를 남겨놨어요. 시즌2를 준비 중인 것은 아닌데, 완전히 다 마무리 지어버리면 장르물 특성상 한 번에 끝난다는 게 아쉽잖아요.(웃음)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기다리는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만약 시즌2가 나와도 내용상 저는 캐나다에 갔기 때문에 참여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카메오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배우에게 시청률과 분량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문근영이 선택한 작품을 보면 ‘자신만의 길을 가련다’는 느낌이 강하다. ‘마을’은 온 동네 사람들이 주인공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모든 배역들이 비중을 나눠 가졌으며, 문근영은 앞서 영화 ‘사도’에서도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좋은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선택한 바 있다. 자신의 배역에 욕심이 없다기보다는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반영된 선택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그동안 문근영을 자주 볼 수 없었지만 이 다음에 문근영이 선택할 작품 역시 제대로 된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또 다른 좋은 작품에서 빠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쉬지 않고 일하고 싶어요. 그런데 자꾸 이상한 것만 찾으니까 작품을 많이 할 수가 없더라고요.(웃음) 다작을 하고 싶은데 고르는 취향이 다작을 할 수 있는 취향이 아니에요. 대중들이 좋아하고 편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전형성을 띠고 있는 작품인데, 제가 선택하는 것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이슈가 되거나 흥행적인 면을 생각하면, 팬들의 갈증을 제가 많이 채우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마음에 덜 와 닿는 작품을 했을 때는 후회만 남더라고요. 저는 연기가 재밌어서 하는 것인데 처음부터 재미있지 않은 캐릭터를 하다보니까 그 결과가 잘됐건 못됐건 간에 에너지만 쓴 느낌이랄까. 이왕 하는 것 재밌는 것을 해야겠다 싶어요.”

“다음에 할 작품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가슴 절절한 장르도 해보고 싶기도 해요. 그런 것을 해봐야 할 시점이기도 하고요. 끈적한 멜로가 됐든 가족 이야기가 됐든 하고 싶어요.”

한편 문근영이 출연했던 ‘마을’은 지난 3일 종영했다.


이주희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