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연말 결산-방송①] 2015년 예능人 가상 골든글러브 시상식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12-21 11:19:56
[메인뉴스 최민영 기자] 2015년 한 해 동안 많은 예능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졌다. 몇 년간 꾸준히 인기를 지켜온 프로그램들은 건재함을 과시했고, ‘쿡방’ 열풍이 불면서 요리 관련 방송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또한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이 잇달아 신선한 예능프로그램들을 내놓으면서 그야말로 2015년 예능계는 ‘춘추전국시대’나 다름없었다.

그 중심에는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는 예능인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방송에 잔뼈가 굵은 연예인들부터 운동선수 출신 방송인, 아나운서, 셰프, PD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메인뉴스는 올 한 해를 빛낸 예능인 9명을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빗대어 포지션별로 구성했다. 프로야구 골든글러브가 각 포지션별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상인만큼 예능 골든글러브 또한 이와 비슷한 선정방식으로 꼽아봤다.

◆ 1루수-백종원 '프라이팬으로 날린 홈런'


수비 부담이 덜한 1루수는 주로 공격에 비중을 두는 포지션이다. 또한 야구선수 박병호나 이대호처럼 장타를 많이 때려내는 거포들이 주로 1루수를 맡는다.

올 한 해 예능에서 요리연구가 백종원은 굵직굵직한 장타를 여러 차례 뽑아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7회나 우승을 차지하면서 ‘백주부’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tvN ‘집밥 백선생’과 SBS ‘백종원의 3대 천왕’을 통해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2015년 예능 키워드 중 단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쿡방’이었고, 그 중심에는 단연 백종원이 있었다. 하지만 내년에도 ‘쿡방’의 인기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과연 올해 백종원이 기록한 장타가 2016년에도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2루수 - 전현무 '중계플레이만큼 매끄러운 진행'

2루수는 유격수와 더불어 모든 야수의 공을 잘 받아낼 수 있는 센스가 필요하다. 또한 중계 플레이의 연결고리인 만큼 빠르고 정확한 판단 능력과 민첩한 순발력이 좋은 2루수의 조건이다.

지난 2012년 아나운서 직을 내려놓고 프리랜서를 선언한 방송인 전현무는 김구라와 함께 대표적인 다작(多作) 연예인으로 꼽힌다. 올해도 MBC ‘나 혼자 산다’, JTBC ‘히든싱어4’, ‘비정상회담’,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등 여러 예능프로그램들의 진행을 맡고 있으며, 지난 10월에는 KBS2 ‘해피투게더3’에도 합류했다.

전현무의 특기는 유재석 못지않은 깔끔한 진행 능력이다. 정상급 2루수가 군더더기 없는 중계플레이를 펼치는 것처럼 전현무 또한 여러 방송에서 뛰어난 순발력을 앞세워 매끄러운 진행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어느 프로그램에 출연하든지 방송에 잘 녹아들어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진가도 발휘했다.

◆ 3루수 - 정형돈 '허슬플레이 프로 방송인'

수비할 때 가장 빠르고 날카로운 타구가 집중돼서 일명 ‘핫코너(Hot Corner)’라고도 불리는 3루수는 세밀한 수비 능력과 빠른 송구를 할 수 있는 강한 어깨가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공격에서 일발장타도 칠 수 있는 공수를 겸비해야하는 포지션이 3루수다.

방송인 정형돈은 올해 예능프로그램 다방면에 걸쳐 두각을 드러냈다. ‘무한도전’을 통해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고,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신들린 애드리브로 셰프들의 혼을 쏙 빼놨다. KBS2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는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불살랐고, MBC에브리원 ‘주간 아이돌’에서는 동네 오빠 같은 친근한 진행을 선보였다.

타자의 총알 같은 강습타구를 온 몸을 던져 막아내는 3루수처럼 정형돈은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희생적인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추석에는 몸이 좋지 않음에도 시청자와의 약속을 위해 생방송을 끝까지 마쳤다. 또한 건강 악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후 촬영장을 찾아 동료 및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사과를 하기도 했다.

부상을 당한 스포츠선수는 한동안 경기에 뛸 수 없지만 그 기간 동안 방전됐던 체력을 충전하고, 더 단단해진 멘탈로 복귀해 예전보다 훨씬 훌륭한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정형돈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유격수 - 김성주 '물 샐 틈 없는 진행 능력'

내야 수비의 중심축인 유격수는 가장 많은 타구가 오는 만큼 안정적인 수비 능력과 순발력이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이와 함께 2루수의 정확한 판단 능력, 3루수의 강한 어깨를 동시에 모두 지녀야 훌륭한 유격수가 될 수 있다.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수많은 생방송 진행 경험을 축적한 김성주는 올해 ‘복면가왕’, ‘냉장고를 부탁해’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안정적인 진행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 9월에 열린 ‘복면가왕’ 특별 생방송에서 그의 진가가 발휘됐다. 당시 1라운드 결과가 잘못 집계돼 승자가 바뀌었었고, 결국 2라운드에서 판정 번복을 하는 촌극이 발생했다. 어처구니없는 방송 사고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김성주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진행으로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공격보다 수비가 우선시되는 유격수는 팀에 꼭 필요한 존재임에도 공격이 돋보이는 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김성주도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인물이지만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예능인으로서 김성주의 가치는 돋보인다. 자신이 직접 웃기려고 애쓰지 않고, 다른 출연자들이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게 서포트해주는 역할을 100% 수행해내고 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
◆ 외야수- 신동엽, 김영철, 차태현 '순발력+재치 갖춘 팔방미인'


좋은 외야 수비를 위해서는 빠른 발과 타구 판단, 강한 어깨가 필요하다. 외야수는 내야수에 비해 플라이 볼만 잡으면 되기 때문에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야수가 범한 실책 하나는 상대팀의 장타로 연결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중요한 포지션이다.

방송인 신동엽은 KBS2 ‘불후의 명곡’,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SBS ‘TV 동물농장’, JTBC ‘마녀사냥’ 등의 프로그램들을 몇 년 동안 꾸준히 맡아오며, 스튜디오 진행의 1인자로 군림했다.

익히 많이 알려졌지만 신동엽의 순발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한 말에도 재치 있는 애드리브로 받아쳐 웃음을 자아낸다. 이는 마치 타구 소리만 듣고도 순식간에 낙구 지점을 찾아내는 발 빠른 중견수의 느낌을 전달한다.

개그맨 김영철은 지난 1999년 데뷔한 이후 16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올해 초 ‘무한도전’에서 농구해설가 현주엽에게 ‘힘을 내요 슈퍼파워’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더니 MBC ‘일밤-진짜사나이2’(이하 ‘진짜사나이2’), ‘나 혼자 산다’의 고정 자리를 꿰차며, 프로그램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김영철의 강점은 지치지 않는 ‘오버 DNA’에서 나온다. ‘진짜사나이2’ 특성 상 너무 진지하거나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는 상황에서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코믹한 표정과 수다, 개인기 등으로 웃음을 전달했다.

때로는 ‘너무 과한 것 아니냐’, ‘몇 년째 같은 개인기 식상하다’라는 지적이 있기도 하지만 혹독한 훈련을 받으면서도 전우들을 즐겁게 만들기 위한 김영철의 노력은 박수를 받을만하다.

배우 차태현은 유쾌한 성격과 밝은 이미지로, 예능인으로 분류해도 손색없는 인물이다. 그는 2년 동안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이하 ‘1박2일’)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아 망가짐도 불사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또한 KBS 예능국에서 제작한 드라마 ‘프로듀사’(극본 박지은 김지선, 연출 표민수 서수민)에서도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면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데 공을 세웠다. ‘1박2일’과 ‘프로듀사’의 활약에 힘입어 차태현은 ‘2015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도 유력한 대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
# 아쉽게 명단에 들지 못한 예능인들 '2016년 등판을 기대해'

2015년에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주가를 올렸다. 백종원과 함께 ‘쿡방’ 열풍을 주도한 ‘허셰프’ 최현석, ‘대가’ 이연복, ‘아재 개그 달인’ 오세득 등 여러 셰프들은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운동선수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격투기 선수 추성훈과 축구선수 이동국도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 또한 재치 있는 입담을 앞세워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하고 있다.

또한 개그맨들이 예능 대세로 떠올랐다. 장동민은 올해 삼풍백화점 피해자 막말 논란으로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에서 자진 사퇴하는 등 부침도 있었지만 tvN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갓동민’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여성 예능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거침없는 입담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는 이후 ‘마이 리틀 텔레비전’, ‘무한도전’ 등에도 출연해 털털한 성격과 감쪽같은 분장 센스를 과시하며, 뜨거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 한 해 수많은 스타들을 발굴한 예능계가 오는 2016년에는 또 어떤 숨겨진 재목을 발굴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민영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