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연말 결산-영화①] ‘2015 영화계’ 강타한 장르 넷, ‘흥행코드는 무엇?’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12-21 11:13:34
[메인뉴스 민우연 기자] 2015년 영화계는 풍성했다. 21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한국 영화 개봉 편수는 248편, 외국 영화 개봉 편수는 905편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한국은 1억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국가로 전 세계에서 매출액 점유율 51.0%,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한국에서 흥행하는 영화는 곧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수많은 올해 영화들 가운데서도 국내에서 유행한 장르를 네 가지 꼽아 해당하는 작품들을 살펴봤다.

# 액션도 참신해야 산다

깨고 때리고 부수기만 하는 액션은 이제 진부하다. 올해 상반기에는 신선함으로 무장한 외화 두 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감독 조지 밀러)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감독 매튜 본)가 입소문을 타며 흥행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핵전쟁으로 멸망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얼마 남지 않은 물과 기름을 차지한 독재자 임모탄(휴 키스 번 분)에 맞서는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 분)와 맥스(톰 하디 분)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광활한 사막에서 실제 150여대의 차량을 동원한 ‘아날로그 액션’은 이전의 액션 영화와 차원이 다른 거대한 스케일이었다. 숨 쉴 틈도 없이 휘몰아치는 추격전이 빚어내는 극도의 스릴감과 생생한 파괴감은 몰입도와 긴장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퓨리오사와 맥스를 비롯한 도망자들은 유일한 희망이었던 ‘어머니들의 초록 땅’마저 이미 황폐화됐음을 깨닫고 좌절하지만, 시타델(임모탄의 지배처)로 귀환해 가부장적이고 비윤리적인 세계를 해체하고 바꾼다. 이 영화는 대사를 최소화하고 리얼 액션(CG가 거의 없는)이 지닌 힘을 도구로 활용해 스토리를 전개한다. 때문에 단순한 서사로 보일 수 있지만 수많은 상징들로 풍부한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특히 캐릭터들을 남녀 또는 구원자와 구원 받는 자로 양분화하지 않고 동등한 인간으로 역할 부여한 점 등은 신선한 충격을 전하며 활발한 페미니즘 담론을 이끌어냈다. 뱃속 아기를 인질로 이용하는 여성, 맥스로부터 총을 넘겨받은 퓨리오사, 부발리니 할머니들의 활약은 이전의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액션 신에서 등장하는 기타맨의 강렬한 음악은 관객들을 압도하며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킨다.

‘킹스맨’은 스타일과 매너를 갖춘 엘리트 스파이를 양성하는 국제 비밀정보기구 킹스맨 조직과 세상을 지배하려는 발렌타인 그룹의 전쟁을 그린 스파이 액션 영화다. 대중적인 영화라기보다는 마이너에 가까운 B급 블랙 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612만 관객을 동원해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이하 ‘청불’) 외화 1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개봉한 청불 외화 가운데 300만 관객을 넘어선 기록이 없어 더욱 이례적이다. MBC ‘무한도전’,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tvN ‘SNL 코리아’ 등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패러디할 정도로 유행하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쓰인 독특한 연출 기법은 전례 없는 스파이 영화를 탄생시켰다. 살해 당한 사람이 종잇장처럼 쪼개지거나, 머리가 날아가는 모습이 펑펑 터지는 불꽃놀이처럼 표현된 만화적 연출은 새로운 충격을 안겼다.

사이비 종교 집회에서 해리(콜린 퍼스 분)가 벌이는 액션 신에서는 강렬한 비트의 록이 깔리고, 클라이맥스인 일명 폭죽놀이 장면에서는 클래식 ‘위풍당당 행진곡’이 깔린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신나는 배경음악은 해당 장면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보이지만, 폭력적인 액션 신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연출한 B급 감성이 통쾌함을 선사했다.

또한 이 작품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에그시(테론 에거튼 분)가 킹스맨 요원이 되는 판타지로 남자 버전의 ‘신데렐라’다. 그 과정에서 선보인 콜린 퍼스와 테론 에거튼의 수트 핏은 비주얼적인 요소까지 충족시키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 옛 것이 대세라고 전해라

지난해에는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담은 ‘명량’(감독 김한민)이 대흥행했다. 올해에도 역시 옛 시대를 조명한 국내영화들이 많이 개봉한 가운데, 특히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암살’(감독 최동훈)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제시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부터 현재까지,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덕수(황정민 분)를 주축으로 우리들의 부모님 이야기를 담아 전 세대 관객들의 공감을 아우르며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1426만 1429명의 관객 수로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2위에 안착했을 뿐만 아니라,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10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암살’은 1933년 일제강점기 시대에 친일파 암살 작전을 위해 뭉친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7위를 기록했으며 ‘청룡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전까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둔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아픈 상처를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풀어내 광복절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뜻 깊은 기록을 세웠다.

이밖에도 ‘쎄시봉’, ‘조선명탐정’, ‘극비수사’, ‘강남1970’, ‘사도’ 등이 개봉하며 조선시대부터 1970년대까지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개봉했다.

# 어른들을 위한 동화

‘재개봉’이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정착됐다.

올해 상반기 재개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시작으로 개봉 30주년을 맞이한 ‘백 투더 퓨처’ 시리즈, 이외에도 ‘공동경비구역 JSA’, ‘피아니스트’, ‘아마데우스’ 등이 박스오피스에 걸렸다.

특히 10주년 기념으로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감독 미셸 공드리)은 누적관객수 약 22만 명(경신 중)을 넘어서는 이례적인 기록으로, 개봉 당시의 기록(16만 8691명)을 돌파한 최초의 영화가 됐다.

재개봉 영화의 흥행은 이미 검증된 작품성에 대한 기대감, 전 세대를 아울러 공감하게 하는 고전 명작을 큰 스크린에서 다시 감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문화충족 욕구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예술영화관에서는 왕가위·이와이 슌지·장 피에르 주네 감독 등의 기획전을 열었으며, 다양한 국가·배우가 주제로 기획되기도 했다.

이처럼 재개봉 영화는 영화계 쪽에서도, 극장을 찾은 관객 측에서도 실패확률이 적은 장르로 자리 잡아, 앞으로도 다양한 옛 영화가 다시 돌아올 전망이다.

오는 2016년에도 이 장르의 영화들이 강세를 보일지, 아니면 새로운 판도로 뒤바뀔 것인지 궁금하다. 내년에도 다양한 영화가 극장가를 찾기 바란다.



민우연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