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연말 결산-영화③] 인생작 VS 인생작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5-12-21 11:14:13
[메인뉴스 이주희 기자] 어떤 배우를 생각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배우는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작품은 극소수다. 심지어 배우 자체는 유명하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 없을 수도 있는 법. 그렇기 때문에 대표작 하나만 가지고 있다면 성공한 배우로 볼 수 있다.

2015년 올 한 해는 누군가의 인생 작품, 그리고 인생 캐릭터라는 의미를 부여해도 좋을 만큼 배우들의 인생에 큰 의미를 줬던 ‘인생작’들이 탄생했다.

게다가 과거 이미 인생작들이 있는 배우로서 하나의 인생작을 추가한 배우들과 그 작품에 대해 정리했다. 앞서 최고의 위치에 올라가봤던 배우들이 다시 한 번 인생작을 경신하고 최고 위치를 탈환했던 화려한 순간들을 살펴보자.

# 황정민 ‘너는 내운명’(2005) VS ‘국제시장’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황정민은 순박한 시골 노총각 역할을 맡아 전도연과 철창을 사이에 두고 애절한 연기를 펼쳤다. 당시 OST인 ‘You're My Sunshine’과 함께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제 26회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그는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은 것밖에 없다”는 시상식 이래 가장 인상에 남는 수상소감을 남겼고, 이후 이 소감은 ‘황정민의 숟가락 소감’이라 불리며 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가슴 뜨거운 로맨스 이후 많은 작품을 통해 국민 배우로 거듭났던 황정민은 영화 ‘국제시장’에서는 근현대사의 우리네 아버지를 그렸다.

‘국제시장’은 2015년 첫 천만 영화이자 역대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누적 관객수 1426만 1427명으로 ‘제 36회 청룡영화제’에서는 최다관객상을, 제 52회 대종상에서는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등을 비롯해 10관왕을 차지했다.

이후 여름에 개봉한 ‘베테랑’으로 쌍천만 배우가 됐으며, 지난 16일에는 또 한 번의 천만 관객을 예상케 하는 영화 ‘히말라야’가 개봉했다. 출연한 모든 작품이 천만영화가 될 것 같다는 무서운 믿음을 가지게 하는 배우가 황정민이다.

# 유아인 ‘완득이’(2011) VS ‘베테랑’, ‘사도’

영화 ‘완득이’에서 유아인은 담임선생님(김윤석 분)에게 ‘얌마 도완득’으로 불리는 소심한 반항아 역을 맡았었다. 이후 JTBC 드라마 ‘밀회’등에서 영글지 않은 소년, 위험한 청춘을 대변하던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특유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청춘스타에서 최고의 배우로 거듭났다.

2015년은 ‘유아인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출연한 영화 2편과 1편의 드라마는 모두 사랑 받았으며, 흥행과 연기력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베테랑’은 누적관객수 1341만 3991명으로 역대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으며, 청룡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사도’는 600만을 조금 넘겼지만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인정받았다.

유아인은 올 여름 ‘베테랑’에서 광기어린 재벌3세 역을 맡아 ‘어이가 없네’라는 유행어와 함께 제대로 된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내 많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줬고, 한 달 후에는 ‘사도’를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갈망하는 아들의 모습으로 등장해 또 한 번의 충격을 줬다.

유아인은 연기에 미쳐있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법한 배우로서, 가장 나쁜 인물부터 가장 불쌍한 사람까지, 더불어 현대극과 사극,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배우란 무엇인지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 강동원 ‘늑대의 유혹’(2004) VS ‘검은 사제들’

영화 ‘늑대의 유혹’은 개봉 당시 강동원의 실제 모습이 아닌 스크린 속의 모습만으로도 소녀 팬들을 오열하게 했고, 강동원이 나올 때마다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는 사태로 원성을 샀을 정도로 강동원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이었다. 특히 영화 속 ‘우산 신’은 최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패러디될 정도로 길이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11년 만에 ‘검은 사제들’을 통해 인생작을 경신한 강동원은 이번에는 신비로운 이미지와 함께 소녀들의 사제복 판타지를 채워주며 캐스팅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동원에서 시작해서 강동원으로 끝나는 작품이 아닌 작품성으로 관객들을 만족시켰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장르인 오컬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장르를 넘어서 작품성만으로 인정받았으며 그 결과 11월 비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누적관객수 540만명을 넘기며 개봉한지 40일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상영관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 이병헌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VS ‘내부자들’

사실 이병헌의 대표작을 고르기는 어렵다. 영화로는 ‘광해, 왕이 된 남자’, ‘공동경비구역 JSA’, ‘달콤한 인생’,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등이 있으며, 드라마로는 ‘아이리스’, ‘올인’, 그리고 헐리우드 영화 ‘지.아이.조’등이 대표작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작품 중에 또 한 번 인생작을 만들었다는 것은 배우로서 놀라운 능력이자 다른 배우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일이다.

게다가 ‘내부자들’개봉 전까지만 해도 이병헌에게 따라붙었던 다소 냉정했던 여론을 연기력만으로 뒤집어엎기도 했다. 배우는 연기력으로 말한다고 이병헌은 ‘내부자들’을 통해 빛나는 연기력을 또 한 번 입증해냈다.

또한 이병헌은 이 작품을 통해 난생 처음으로 의수, 장발, 전라도 사투리 등 다양한 변신을 선보이며 ‘인생 캐릭터’로 손꼽을 만 한 캐릭터를 만나기도 했다.

# 조승우 ‘타짜’(2006) VS '내부자들'

‘내부자들’이 대작이었던 것만큼 ‘내부자들’에서 이병헌과 함께 출연했던 조승우도 인생작을 만났다. 조승우는 과거 ‘타짜’에서 고니라는 캐릭터를 맡아 김혜수, 백윤식 등과 호흡을 맞추며 존재감을 뽐낸 바 있다. 누적관객수 568만 5642명을 기록한 ‘타짜’는 역대 청불 영화 4위에 기록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어 ‘내부자들’은 ‘아저씨’를 제치고 역대 청불 영화 흥행 1위(영화진흥위원회, 공식 기록 기준)에 올랐다. 처음 이 작품을 제안 받았을 때 조승우는 거절했지만 주변의 말을 듣고 수락했고, 그 결과는 조승우의 인생작이 또 하나 탄생한 것.

특히 ‘내부자들’은 비성수기인 11월, 청불 영화라는 핸디캡을 가지고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그 결과 감독판까지 개봉하게 됐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50분이라는 파격적인 분량과 함께 이병헌, 조승우의 캐릭터 설명이 더 추가될 예정이다.

# 전지현 ‘엽기적인 그녀’(2001) VS ‘암살’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엉뚱 발랄한 여대생으로 분한 전지현은 애인을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관객들까지 매료시키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전지현은 영화 쪽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나 결혼 이후에는 다양한 작품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특히 ‘암살’을 통해 스크린관까지 사로잡으며 최고 여배우로서 확실히 입지를 다졌다.

‘암살’은 올해 ‘국제시장’, ‘베테랑’과 함께 천만 영화에 등극했으며, 청룡영화제에서는 최우수작품상을, 대종상에서는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특히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존재감을 입증해냈으며, 독립운동가의 삶을 덤덤히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 이정현 ‘꽃잎’(1996) VS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1996년 17세의 이정현은 작은 몸에서 피어나는 광기를 뿜어내며 말 그대로 혜성 같이 충무로에 나타났다.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꽃잎’에서 이정현은 미쳐버릴 수밖에 없었던 소녀를 연기하며 그 해 청룡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받기도 했다.

그 이후로 이정현은 대한민국 대표 가수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의 연기는 잊혀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그는 또 한 번 광기를 뿜어냈다. 20년 만에 청룡영화제에 다시 선 그는 년 만에 청룡에 와서 재미있게 즐기다 가려고 했는데 상까지 주셔서 감사하다. 이것을 계기로 다양성 영화들이 사랑받아서 한국 영화들이 더욱 발전되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0년 만에 또 한 번 꽃을 피운 이정현은 시들지 않는 꽃이었다.


이 배우들의 공통점은 없다. 즉 대체 불가한 배우들이라는 것이다. 성공한 이 영화들에 다른 배우가 출연했다면 이 배우들의 느낌을 절대 낼 수 없었을 것. 또 한 번 인생작을 경신할 배우들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이주희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