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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6

영화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정우 분)의 시신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는 대한민국 대표 산악인 엄홍길 대장(황정민 분)과 원정대의 실화를 그린 휴먼 감동 스토리다.
‘히말라야’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산악영화로, ‘천만 배우’ 황정민부터 ‘응답하라 1994’의 정우 등 대한민국의 대표 영화인들이 뭉쳐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개봉 전부터 ‘천만 영화’로 점쳐졌던 이 작품은 사실 제작에 들어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2년 상반기부터 준비했으나 공식적으로 제작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 그것은 최초의 산악영화라는 부담감과 낯설다는 편견이 강하게 작용했을 터. 이석훈 감독도 처음엔 이 도전이 쉽지 않았다.
“산악영화는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투자금도 많이 들어요. 그런데 그런 것에 비하면 관객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은 소재죠. 적어도 관객이 500만 명은 들어야 하는데 저도 자신이 없더라고요. 게다가 영화가 잘 되는걸 떠나서 히말라야에서 영화를 찍을 자신이 없었고요. 저보다 체력이나 정신력이 더 뛰어난 감독이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는데 막상 만나니까 그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또 한 편으로는 ‘제이케이필름과 황정민이라는 대한민국 최고들이 내게 일을 제안했는데 내가 왜 거절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도 했죠. 사실 수많은 감독들이 일을 못하고 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좋은 기회를 마다한다는 것은 배가 부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산악영화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고,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하게 됐습니다.”
이번 작품에는 윤제균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배우 황정민, 라미란 등 영화 ‘댄싱퀸’ 팀이 완벽하게 참여했다. 감독과 배우, 그리고 스태프들의 의리와 서로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경우가 흔한 케이스는 아니에요. 사실 ‘댄싱퀸’ 찍기 전까지 저는 실패한 감독이었어요. 진지하게 재능이 없으니까 그만둬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도 했었죠. 운이 좋게 ‘댄싱퀸’으로 성공을 맛보고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는데, 영화의 성공과 달리 함께 했던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잖아요. 하지만 다시 내게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한 것은 그분들도 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뜻이까요. 윤제균 감독님은 본인이 직접 찍을 수도 있었는데, 저한테 맡겼다는게 고마웠고 약간의 감동이 있었어요. 남들이 봤을 때 누구나 하고 싶을만한 상황이었고, 안 할 명분이 없었죠.”
“믿음이 가는 배우와 하고 싶어요. 기본적으로 역할을 잘 할 것 같은 분과 함께 하는데, 같이 해본 분은 믿음이 있으니까 다시 하게 되더라고요. 전에 황정민 선배도 장난스럽게 ‘다음에도 또 같이 할거지?’라고 물어보셨고 저도 당연히 한다고 대답한 적이 있어요. 역할이 어울린다면 굳이 다른 사람이랑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해준다고 할 때 얘기죠.(웃음) 예를 들어 ‘해적’ 때 중요한 악당인 소마(이경영 분) 역할을 부탁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선배가 ‘국제시장’ 스케줄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어요.”

“실화다 보니까 예의를 지켜야 했고, 희화화할 수는 없었죠. 대신 이 이야기를 관객들이 흥미진진하게 따라올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실제로는 엄홍길 대장이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데려오면서 다른 대원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돌무덤을 만들어주고 내려오셨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결말을 내면 허무할 것 같더라고요. 주인공 혼자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아내 캐릭터를 통해 엄홍길 대장의 고민이 밖으로 드러날 수 있게 각색했어요. 원래는 비중이 적은 캐릭터였죠.”
이 영화의 바탕이 되는 다큐멘터리에서 박무택 대원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다. 해발 8천m에서 1년 동안 얼어버린 그는 동상에 걸려 까매진 얼굴을 하고 나무토막처럼 굳어 있었다. 이 모습을 영화에 그려내기 위해 이석훈 감독은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시신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단순히 시신이 아니라 엄홍길 대장과 박무택 대원이 다시 만나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져야 했죠. 사물을 발견하는 느낌이 들면 안됐어요. 그리고 그 시신을 보고 관객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감동을 느낄까 아니면 혐오감을 느낄까 생각해 봤어요. 그래서 정우 씨 모습에 가까운 더미(인체 모형)를 제작했어요. 아무래도 1년 동안 히말라야에 있던 시신이라 얼음처럼 굳어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배우가 죽은 척 하고 있어도 느낌이 다를 것 같았거든요.”

“황정민 선배는 그전부터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웃음) 마지막 촬영 전날 밤에 황정민 선배 방에서 함께 술을 한 잔 했었어요. 선배가 ‘내일 울면 어떡하지?’라고 하셨는데 다음날 명랑하게 나타나셨더라고요. 슬레이트까지 직접 치면서 장난끼 있는 모습을 보이더니 정작 마지막엔 눈물을 흘리셨어요. 저도 네팔 마지막 촬영 때 울컥했었어요. 그래서 완전히 촬영이 다 끝나면 난생 처음으로 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너무 그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눈물이 나진 않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처음으로 촬영이 다 끝나고 왜 눈물을 흘리는지 이해하게 됐어요. 그동안은 그런 감정을 못 느꼈거든요. 왜냐면 감독은 촬영이 끝났다고 해도 끝난게 아니잖아요. 편집도 해야 하고 해야 할 것이 산더미니까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멤버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섭섭하기도 하고 언제 다시 또 이런 순간이 올까 싶어서 울컥했어요.”
‘히말라야’,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댄싱퀸’ 등 그동안 이석훈 감독이 해온 작품은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진정성, 인간미, 그리고 해학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매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이석훈 감독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히말라야 정상이 아닌 사람을 보고 히말라야를 등반했던 이 영화의 실화처럼 이석훈 감독의 최종 목표도 ‘사람’이었다.
“늘 진심으로 영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얄팍한 생각을 한다면 어떤 영화든 하기 힘들죠. 관객들에 사랑을 받고 싶고 의미 있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사람이 잔인하게 나오는 공포 스릴러는 관심이 없어요. 지금처럼 가족들이 함께 즐겁게 볼 수 있고 훈훈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어요.”
“아직 시나리오를 쓰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전쟁영화를 해보고 싶어서 구상하고 있어요. 그 영화도 휴머니즘이 담긴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아직 차기작이 정해지진 않았고 장기프로젝트로 ‘해적2’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적’제작사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배우는 1편 이어서 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재 시나리오가 나온 상황이 아니라 배우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에요. 작업이 완료되면 배우들에게 프러포즈할 생각입니다.”
한편 ‘히말라야’는 전국 극장가에 절찬 상영중이다.
/사진 김현우 기자
이주희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