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조선마술사’ 고아라 “도시적 외모, 사극에 신선하지 않을까”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01-06 11:32:41
[메인뉴스 이주희 기자]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청순한 외모로 천방지축 매력을 과시했던 배우 고아라가 마술 같은 사랑에 빠지는 공주로 돌아왔다.

영화 ‘조선마술사’(감독 김대승)는 조선 최고의 마술사를 둘러싼 사랑과 대결, 운명을 거스르는 두 남녀의 판타지 로맨스 사극이다.

극중 고아라는 청나라 왕자가 첩을 구하자 하루아침에 공주의 신분이 돼 청나라로 향하다가 마술사 환희(유승호 분)와 운명같은 사랑에 빠지는 의순공주 청명 역할을 맡았다.

조선시대와 판타지의 관계처럼 고아라와 사극의 이음새는 다소 낯설다. 도시적인 외모 덕분에 한복이 잘 어울릴까 싶지만 그는 때로는 청초하게, 때로는 조선의 공주로서 위엄을 뽐냈다. 이를 위해 그는 몇 달 동안 서예와 예절을 따로 배웠을 정도로 청명으로 분하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첫 사극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제가 성격과 다르게 도시적으로 생겨서 사극을 한다니까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이런 부분이 오히려 관객분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사극은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였기도 했고요. 게다가 정통 사극이라면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 판타지 로맨스 사극이라 사랑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되니까 제약이 덜했죠. 또 의순공주는 실존인물이거든요. 역사를 토대로 한 것도 재밌었어요.”

청명은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환희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갈망하기도 하고, 호위무사인 안동휘(이경영 분)의 강직한 성품 때문에 그의 진심을 오해하기도 한다.

“감정을 표현하기 너무 어려웠어요. 일단 청명이 처한 상황부터 모든 것이 극적이잖아요. 그래서 의순공주를 공부하면서 상황에 몰입했어요. 시대적 압박감과 사랑에 대한 절실함, 두 가지를 표현해야 했으니까요. 극중 눈물을 많이 흘리는데 눈물도 다 같은 눈물이 아니에요. 이런 점이 매력적이라 이 작품을 선택했는데 어려웠죠. 매 신마다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고아라와 유승호가 커플로 호흡을 맞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비주얼 커플의 만남으로도 관심을 모았지만, 아역 출신인 두 배우가 성인 연기자로서 하나의 그림을 그려나간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특히 ‘국민 남동생’ 유승호가 군 제대 후 선택한 첫 작품으로, 이 둘의 멜로 라인은 많은 팬들의 기대감을 모았다.

“저도 막내 시절부터 현장에 참여했기 때문에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것에 익숙하거든요. 승호 씨는 예의 있고 몸에 배려가 배어 있는 배우예요. 예를 들어 밥을 먹을 때도 스태프들에게 양보하기도 하거든요.(웃음) 눈치도 있고 센스도 있다보니까 현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했고 서로 끈끈해지기도 했죠. 승호 씨가 제대한 후 얼마 안돼 만났는데 금방 갔다온 느낌이었어요. 많이 의지하면서 찍었어요.”

고아라가 처음으로 촬영한 신이 동전 마술을 한 신이었을 만큼 이 영화에서 마술은 중요한 요소다. 하얀 공이 빨간 공으로 변하는 간단한 손재주부터 자일을 타고 숲으로 향하는 액션, 강을 걸어가는 것 등 스케일이 큰 마술까지 다양한 마술을 선보인다.

“물 위를 걷는 신은 CG가 아니었어요. 정확한 모습은 나중에 인스타그램에 올리겠습니다.(웃음) 밑에 유리가 있는데, 그 위로 물을 조금 채운 거예요. 그 아래 물고기도 CG가 아니라 진짜 물고기들인데, ‘큐’하면 사라지고 ‘컷’하면 나타나서 애를 많이 먹었어요.(웃음)”

“와이어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는 신에서는 번지점프하는 수준으로 정말 높이 올라갔어요. 승호 씨와 저 둘 다 고소공포증이 없어서 처음엔 시원하고 좋았는데, 나중엔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와이어에 두 명이 매달리면 한 쪽으로 쏠려서 다른 한 쪽이 아프거든요. 승호 씨가 자세를 바꿔주면서 저를 배려를 해줬어요. 참 늠름하더라고요.(웃음)”

최고의 마술은 ‘사랑’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청명과 환희도 사랑을 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청명은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냄과 동시에 처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짐을 벗고 자신 또래의 모습으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

“부모의 사랑이든 연인의 사랑이든 모든 사랑은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축인 것 같아요. 사랑을 하면서 자아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청명이의 사랑 전 후를 보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사랑을 모르던 때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들이기 때문에 수동적이지만, 환희를 사랑하고 나서는 확실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죠.”

환술이란 말이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이다. 요즘 고아라의 정신 쏙 빼놓는 마술 같은 존재는 무엇일까.

“초를 켜놓고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요. 초등학생 때 류시화 시인의 시를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는데, 그때부터 시를 좋아하게 됐고 적는 습관이 생겼어요. 캐릭터 분석할 때도 일기를 쓰면서 분석해요. 이번에도 청명이가 돼 일기를 썼고, 그런 일기들이 연기하면서 영감을 많이 줘요. 초등학생 때부터 모아온 글들이 있는데, 나중에 한 번 교류 해보고 싶기도 해요.”

‘조선마술사’는 2015년 초 촬영에 들어가 2015년 끝자락에 개봉한 작품으로, 고아라에게 이 작품은 2015년 그 자체다. 매 현장마다 “우리 영화 자랑 조금 하겠다”며 영화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것처럼 자신의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낸 그의 열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특히 새로운 모습을 위해 과감하게 도전했던 그는 가장 맡고 싶은 역할을 ‘악역’을 꼽을 정도로 그는 연기 변신에 대한 갈망이 컸다. 앞서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신디의 머리채를 잡아뜯었던 독기 정도면 악역 변신도 충분하지 않을까. 20대 대표 여배우로 우뚝 선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 본다.

“‘선덕여왕’ 미실, ‘장희빈’같은 악역이나 독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딱히 이런 장르만 하고 싶다는 것은 아니지만 못해본 것이라서 더 하고 싶더라고요. 앞으로 할 것이 더 많기 때문에 다양하게 도전해보고 싶어요. 이런 역할을 하기엔 마스크가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듣기도 하는데, 외적인 부분은 분장술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물론 연기는 계속 연마하고 있고요. 저는 2016년에도 너무 늦지 않게 재밌는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어요. 관객분들은 ‘조선마술사’와 함께 연초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조선마술사’는 극장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이주희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