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리뷰] ‘오빠생각’, 잿빛 전쟁터 속 아이들이 이뤄낸 ‘초록 화음’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01-07 15:24:38
[메인뉴스 민우연 기자] 역사적 비극으로부터 출발해 따뜻한 감동을 주는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했다.

영화 ‘오빠생각’(감독 이한)은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프로,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기적을 담은 작품이다.

한상렬(임시완 분)은 전쟁으로 소중한 가족도, 지켜야 할 동료도 모두 잃고 우연히 머물게 된 부대 내에서 자원봉사자 박주미(고아성 분)와 고아들을 만난다. 그는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지만, 위험에 방치된 아이들만은 꼭 지키고 싶다는 신념으로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어 노래를 가르친다.

반면 갈고리(이희준 분)는 사람이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한 손을 잃은 뒤 팔에 갈고리를 끼우게 된 희생자지만,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돈벌이를 시켜 이득을 취한다.

극단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전시상황은 아이들마저도 서로를 증오하게 만든다. 하지만 노래를 통해 화음을 이뤄가며 화해하는 모습이 섬세하게 표현된다. 이한 감독은 순수한 마음으로 노래하며 상처를 치유해가는 아이들의 감정 변화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특히 이 영화에서 주연이나 다름없는 연기파 아역 정준원과 이레는 각각 동구와 순이 역으로 남매 호흡을 맞췄다. 이들이 열연한 전쟁고아의 아픔과 성장, 애틋한 남매애는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한국전쟁 당시 실제로 존재했던 어린이합창단은 격전의 전장과 군 병원 등지에서 위문공연을 시작해 휴전 직후에는 미국 전역, 60년대에는 일본, 동남아, 유럽까지 순회 공연을 이어갔다고 전해진다. ‘고향의 봄’, ‘나물 캐는 처녀’, 이한 감독이 직접 번안한 ‘오빠생각’ 등 영화에서 울려 퍼지는 합창곡은 30여명 아역들이 소화했다.

자칫 진부함으로 빠질 수 있는 이야기가 자연스러우면서도 진정성 있는 울림을 남긴 것은 아이들 본연의 목소리가 감정과 함께 고스란히 전달됐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리얼리티를 위해 감독은 4개월여에 걸쳐 아역들을 선발했으며, 이들은 노래를 배워가며 작품을 완성시켰다.

더불어 작품 초반에서는 처참하게 파괴된 전쟁터와 폐허가 된 빈민촌을 리얼하게 재현했으나, 아이들의 합창과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점에서는 그와 대비되는 생생한 초록 풀밭, 별빛이 반짝이는 밤 등 자연 풍광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잿빛 현실에서도 아이들이 주는 희망을 그린 이 작품은 많은 관객들을 울릴 것이다.

한편 ‘오빠생각’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민우연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