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로봇, 소리’ 이희준 “내 신 거의 모든 장면에 ‘엄마’가 등장해”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01-19 16:51:46
[메인뉴스 조정원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
“성민 형의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적대자)입니다.”


배우 이희준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는 엉성하면서 순박한 인물부터 살벌한 악역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폭 넓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로봇, 소리’를 통해서는 시시각각 해관(이성민 분)과 소리의 숨통을 조여 오는 국가정보안보국 소속 요원으로 분했다.

이희준이 ‘로봇, 소리’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신진호는 딸을 찾아 전국을 헤매는 해관과 소리를 뒤쫓으며 극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신진호는 차가운 인상과 날카로운 말투에 다혈질 성격으로, 일을 제외한 다른 것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으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신진호가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에는 ‘엄마’가 등장한다. 이는 국정원 요원 이상의 ‘그 무엇’을 만들고 싶었던 이희준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결과다.

“연기를 할 때 중점을 두는 것은 보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고 마치 내 옆에 있을 법한 사람으로 그리는 것이에요. 그런 면에서 신진호는 단순한 국정원 요원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죠. 감독님에게 엄마랑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하는 장면을 넣자고 제안했어요. 한참 날이 선 채로 지시를 하다가 갑자기 ‘예, 엄마’라고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여 관객들이 실소를 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면서 극 몰입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죠. 분량에 있어서는 해관과 소리와 딸이라는 메인 스토리를 해칠 수 없으니, 신진호는 갈등만 제공하는 정수를 빼고 다 줄었죠. 작품을 위해서는 당연한 선택이죠. 감독님의 판단을 존중하고 사랑합니다.”

사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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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이희준은 완벽하게 일관된 캐릭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인물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는 일명 ‘사람 냄새’나는 캐릭터에 더 끌린다고 밝혔다.

“연기를 할 때 흥미롭게 끌리는 부분은 하려고 하는데 잘 안되고 계속 실수를 하게 되는 인물이에요. 인간 이희준 자체가 그렇기도 하고 그런 인물에 늘 공감 가죠. 그런 인물을 늘 하고 싶어 하죠.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이 인간이라 생각해요. 허구 속 인물 중에는 완벽한 인간이 많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거든요. 연기를 할 때 그런 부분에 중점을 많이 두고 싶어요.”

자신의 연기에 대해 이희준은 “타고난 재능은 전혀 없는 것 같다”며 역할을 맡게 되면 항상 그 역할에 대한 취재를 한다고 답했다.

“뒤늦게 연기를 시작했고 늘 느끼지만, 저는 연기에 타고난 재능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새롭게 역할을 맡게 되면 취재를 해요. ‘해무’를 하면서 제 나이 또래의 선원을 만나 행복한 순간이나 꿈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자신의 삶을 반추해봤어요. 이런 것들이 연기에 반영되면 좋지만, 안 된다 해도 취재 자체를 행복하게 느끼죠. 만약 제가 배우를 하지 않았으면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까요? 이번에도 국정원 직원을 취재하면서 ‘이 사람도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그냥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랄까. 그래서 감독님께도 ‘엄마’라는 요소를 넣자고 제안했죠. 이 사람도 누구의 아들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죠.”

사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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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 또한 한 아버지의 아들이다. 젊은 시절, 연극이 좋아 아버지와 의견대립을 했던 그는 급기야 집을 뛰쳐나오기도 했다. 아직 아버지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도 이제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그 시절 저희 아버지도 내 자식이 너무 고생하고 상처받을까봐 그렇게 말렸던 것 같아요. 저 또한 앞으로 제가 겪게 될 상처를 모르기에 그렇게 반항했나 봐요.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후회도 없고, 걱정했던 것보다 운이 너무나 좋았어요.”

사진=김현우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
인터뷰 말미 그는 ‘로봇, 소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로봇, 소리’는 포스터만 봐도 어떤 것이 장점인지 알 수 있어요. 고철덩어리와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내는 이성민 선배와 로봇이 나오죠. 성민 형님이 계속 소리를 데리고 진심을 다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한 생명체로 느껴졌죠. 그게 바로 연기의 아름다운 순간이죠. 우리나라 영화 사정 상 그 로봇을 가지고 세련되게 구현해 낼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성과가 아닌가 싶어요.”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나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로봇, 소리’는 오는 27일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조정원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