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아름다운 곳] 전라북도 남원 실상사 백장암--석탑 하나가 나를 서울서 남원으로 가게 하다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01-20 09:52:07
[메인뉴스 박윤미 기자] 전라북도 남원 내 실상사 백장암

석탑 하나가 뭐길래…나는 그 석탑 하나를 보러 서울서 또 남원으로 향했습니다.

그 석탑은 국가에서 칭호를 내린 석탑입니다. ‘국보 제 10호’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입니다.

지난해 연말 남원 지리산 실상사(實相寺)를 여행하며 이 사찰이 보유한 유일한 국보가 이 석탑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부속암자인 백장암(百丈庵)에 있었기에 그땐 이 국보 석탑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고작해야 차로 20분 안팎 거리였는데. 그 때 못보고 서울서 다시 내려와야 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최고의 비경제적인 여행가’인 듯 합니다.

백장암은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에서 산내로 넘어가는 고갯길에서 산길로 올라가야 합니다. 진입로 근처에 백장공원이라는 돌조각 공원이 있습니다. 변강쇠공원이지요. 익살스런 석상 모습들이 잠시 즐겁게 해줍니다.

임도(林道) 크기의 가파른 산길을 1km, 차로 5분 정도 오르면 아담한 백장암이 나옵니다. 고도가 매우 높습니다. 운전도 조심해서 올라야 하는 길입니다.

이날은 겨울휴가 중 화요일에 홀로 당일치기로 가야 했습니다. 출간할 책(정감록이 예언한 십승지마을을 찾아 떠나다) 마지막 원고 교열을 그 다음날까지 마쳐야 했기에 그 바쁜 시간을 쪼개 당일치기로 다녀와야 했습니다.

책 출간 때문에 한동안 여행 컨텐츠를 업데이트 못했는데, 제 블로그지기님께서 호통치십니다. 애독자들을 생각해서 빨리 다녀오라고 말입니다. 저는 매니저이자 이 블로그지기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합니다.(^^)

‘실상사 편’ 글도 백장암을 다녀와야 원고를 완성할 수 있었기에 이 삼층석탑을 보기 위해 많은 비용을 치르고 내려왔던 것입니다.

꼬불꼬불 가파른 산길을 오르니 백장암은 가벼운 눈으로 살짝 도색돼 있었습니다. 이곳의 빛깔은 온통 하얗거나 까맣거나 했습니다. 워낙 고지대라 간간이 눈발도 날렸습니다. 이 곳에서 혼자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 거리니 한 스님이 나와서 맞아주십니다. 재미있게 담소도 나누었습니다.

백장암삼층석탑은 고색창연하다고 해야 할까요. 참 고풍스런 빛깔을 띄었습니다. 특히 주변의 하얀 눈과는 너무나 아름다운 대비를 이뤄 이 멋도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삼층석탑은 지난 1998년 여름에 기단부에서 팔부신중(八部神衆) 조각이 발견돼 화제가 되었습니다. 보통 팔부신중은 서 있는 모습이지만 이곳에 표현된 것은 악귀를 깔고 앉아 있는 모습이라는 겁니다. 특이한거죠. 이는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것으로 신라 후기의 걸작품으로 평가됐습니다. 팔부신중은 불법을 수호하고 대중을 교화하는 신중(神衆)입니다.

이 탑은 전체 모양도 전형적인 석탑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조성된 이형석탑이라고 표현합니다. 보통 탑이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데 반해 이 탑은 거의 좁아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인데 그 나름대로 멋스럽습니다.

사각형의 지대석 위에 기단없이 몸돌받침에서 시작해 3층 지붕돌까지 3층의 탑신부가 올려져 있습니다. 탑신 마다 화려하고 섬세한 조각이 빈틈없이 장식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1층 몸돌에는 사천왕상이 있고 그 뒤에 동자승이 서 있는 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2층 몸돌에는 난간이 세밀하게 새겨져 있고 그 안에서 각종 악기를 연주하는 주악천인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삼층석탑 바로 옆에는 석등이 있습니다. 하대석과 간주석 그리고 상대석과 화사석, 지붕돌 등을 모두 갖춘 석등인데 그 높이 2.5m입니다. 장식조각이 앞에 있는 삼층석탑과 조화를 이루지요. 이 석등도 정교한 작품으로 여겨졌습니다.

백장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의 말사인 실상사에 소속된 암자입니다. 서기 828년(신라 흥덕왕 3) 홍척(洪陟)이 실상사를 창건하면서 함께 세웠으며 1468년(조선 세조 14) 실상사가 화재로 폐허가 된 이후부터 1679년(숙종 5)까지 200여년간 실상사 스님들이 이 암자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러니 서로 다른 듯 같은 사찰인 셈입니다.

현존 건물로는 광명전과 문수전·칠성각·산신각·선실 등이 있습니다.

국보 제10호 실상사 백장암삼층석탑, 보물 제40호 실상사백장암석등, 보물 제420호 백장암청동은입사향로가 대표적인 문화유산입니다.

1584년(선조 17)에 만들어진 청동은입사향로는 현재 전주시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눈발이 간간이 휘날리던 지리산 인근 백장암 일대로의 여행, 그래도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윤미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