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리뷰] ‘스티브 잡스’, 무대 뒤에서 펼쳐지는 ‘광기의 예술’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01-22 11:47:06
[메인뉴스 이주희 기자]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애플,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이다. 스티브 잡스에게는 세상을 바꿨던 3번의 무대가 있었고, 영화 ‘스티브 잡스’는 그 무대가 시작되기 전 40분에 주목했다.

영화 ‘스티브 잡스’(감독 대니 보일)는 천재 스티브 잡스의 열정과 광기, 그리고 세상을 바꾼 3번의 혁신적 프레젠테이션 무대 뒤 펼쳐지는 숨 막히는 열기를 펼쳐낸 작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티브 잡스는 무대 위에서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펼치는 모습이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스티브 잡스의 예술은 더없이 완벽했고 대중들은 이에 열광했다. 그것은 그의 혁신적인 생각과 천재적인 열정과 광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몇 천 명이 넘는 청중들 앞에서 그는 단순한 화자(話者)가 아닌 예술가였다.

하지만 그 뒤에서 그는 누구보다 치열했으며 지독했고, 남들에게 상처도 주고, 약간의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그가 동료에게 하는 말(사실 명령에 더 가까운)은 딱 두 가지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 컴퓨터가 ‘Hello’란 말을 해야 한다는 것과 그렇기 위해 이것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소신 있는 인물이고, 나쁘게 말하면 제멋대로이며 고집불통인 사람이다.

애플의 동업자이자 동료 스티브 워즈니악(세스 로건 분)은 또 다른 동료들의 실직을 걱정하며 프리젠테이션 도중에 그들의 이름을 언급해달라는 작은 부탁을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단칼에 거절한다. 이외에도 그는 전 애플 CEO 앞에서는 싸움닭 같은 모습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런 타협 없는 완벽주의로 인해 그는 주변 인물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는다.

더불어 자신의 딸 리사를 낳은 전 여자친구가 친자 검사 결과를 가져오자 그는 "미국 남성 28%가 아빠일 가능성이 있다"는 모진 말을 공개적으로 늘어놓아 딸과 친모를 망신시킨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엔지니어도 프로그래머도 아닌 스티브잡스에게만 천재라는 칭호가 붙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스티브잡스는 “뮤지션은 악기를 연주하고 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렇게 스티브 잡스가 무대에 오르기 전 40분 동안 컴퓨터는 ‘Hello’란 말을 하고, 셔츠의 포켓에서 디스켓을 꺼내는 것을 연출하고, 딸과의 일을 해결하는 등 많은 일이 벌어진다.

이런 긴장감 넘치는 장면은 빠른 메트로놈 효과음으로 인해 더욱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며, 마치 액션 장면을 보는 듯한 긴박감과 쾌감을 안겨준다. 특히 스티브 잡스 역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는 엄청난 양의 대사를 쏟아냄과 동시에 관객들의 집중력을 높여 스티브 잡스의 맹렬한 추진력을 표현한다.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스크린 안에서 흐르는 시간과 이 모습을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동일한 시간이 흐른다는 것이다. 3번의 무대를 3막으로 구성하고 각각의 막을 약 40분으로 나눠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은 대니 보일 감독의 과감한 선택이었다. 이런 혁신적인 기법은 혁신적인 인물이었던 스티브잡스와 맞닿아 있다.

또한 독불장군인 스티브 잡스를 휘어잡은 조안나 호프만 역의 케이트 윈슬렛은 최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했으며,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마치 살아돌아온 것 마냥 그를 그린 마이클 패스벤더의 싱크로율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스티브 잡스는 전 세계인의 삶을 바꿔놓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 영화를 통해 스티브 잡스의 인생이 바뀌었던 순간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스티브 잡스’는 지난 21일 개봉했다.

이주희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