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최지우 “여배우에게 혹독한 시간, 나는 단단해졌다”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02-12 10:59:25
[메인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 ‘여배우들’이후 7년 만에 스크린관에 복귀한 배우 최지우가 한층 더 사랑스러워진 매력으로 돌아왔다.

영화 ‘좋아해줘’(감독 박현진)는 나이도 성별도 다른 세 커플이 SNS를 통해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을 담은 로맨스영화로, 극중 최지우는 죽어라 번 돈을 사기 당하고 세 줬던 집에 얹혀사는 어리바리한 스튜어디스인 함주란 역을 맡았다.

다양한 연애 과정과 감정을 그려낸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 속에서 최지우와 김주혁(정성찬 역) 커플은 처음 만나는 두 남녀가 어쩔 수 없이 집을 공유하며 유쾌 발랄한 로코 커플을 그려냈다.

“시사회를 통해 처음 다른 팀(유아인-이미연, 강하늘-이솜) 모습까지 봤어요. 두 커플에 대한 것은 시나리오만 봤기 때문에 전혀 감이 안 왔는데, 각 커플만의 매력이 달라서 좋은 것 같아요. 저희 커플은 웃음을 담당했죠. 사실 제 부분에 있어서는 손발 오그라들기도 하고, 너무 민망해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장면도 있어요.”

최지우가 가장 민망해 했던 신은 막춤 신으로, 최지우가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구나 보여주는 장면이다.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열심히 춤을 추지만 특유의 뻣뻣함은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고, 이어 탬버린이 목에 낀 채 찰랑찰랑 소리를 내며 병원에 입성하는 장면은 박장대소를 하게 만든다.

“막춤신은 그게 최선을 다 한 거예요. 원래 제 춤 솜씨예요.(웃음) 탬버린이 목에 낀 채 병원에 가는 신은 재밌게 촬영을 했어요. 영화에서는 소리가 크게 나지만 실제로 소리는 안 났어요. 대신 목에서 잘 안 빠져서 계속 하고 있어야 했죠. 계속 불빛이 반짝거려야 하니까 스태프들이 건전지 바꿔줬어요. 탬버린을 빼려면 이마도 긁히고 화장도 다 지워지거든요. 머리 뒤통수를 눌러서 겨우 뺄 수 있었죠.”

최지우가 맡은 함주란은 남자들의 로망인 스튜어디스란 직업을 가졌으며, 노처녀란 말에 빈정 상해서 ‘싱글’이라고 고쳐 부르는 등 야무져 보이지만 알고 보면 하는 일마다 속고 당하는 허당끼 넘치는 캐릭터다. 평소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예상할 수 있는 실제 최지우가 스튜어디스가 돼 똑같은 일을 겪는다면 이런 사랑스러운 모습일 것만 같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제가 주란이 만큼 허당끼 있고 귀가 얇진 않는 것 같아요. 실제와 비슷할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웃음) 그동안 작품 안에서 변화 주려고 노력했어요. ‘에어시티’, ‘스타의 연인’, ‘수상한 가정부’, 그리고 일본이나 중국에서 찍은 드라마 등 노력했죠. 이런 변화도 재밌었고, 배우라면 다양한 캐릭터에 욕심 나는게 당연한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겨울연가’나 ‘천국의 계단’이더라고요.”

최지우, 김주혁 모두 오랫동안 연예계 생활을 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얼굴을 보게 됐다. 심지어 옴니버스 영화라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만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 하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심으로 부족한 시간을 채웠다.

“짧은 시간 동안 호흡이 잘 맞은 걸 보면 주혁 오빠가 대단한 것 같아요. 영화에 찍힌 장면도 재밌지만 촬영하면서는 웃을 수 있는 일이 더 많았거든요. 촬영하면서 정말 오빠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진짜 성찬이가 돼서 연기를 해주니까 따라갈 수밖에 없었죠. 거의 첫 신부터 주저앉아서 울어야 되는 신을 찍어야 했는데, 감정 잡기 쉽게 도와줬어요. 사실 자기 에너지 소모해가며 상대배우에게 일일이 맞춰주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극중 함주란은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상한 여자로 보이기 위해 등산을 하고, 전시회를 가고 그 사진을 SNS에 올리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남자에게 끌리게 된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배가 고프다는 말 한마디에 안쓰러워 고기를 구워주고, 중요한 약속에 어울릴 만한 신발을 미리 고쳐주는 이런 다정한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끌림이 아니었을까.

“주란에게 성찬이는 남자사람친구였어요. 구두를 준 순간부터 감정이 변화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저는 훨씬 전부터 사랑이 시작됐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알게 모르게 계속 쌓인 것 같아요. 설레고 장점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너무 편해서 민낯도 보이게 되는 사람이 있죠. 실제로 예전에는 설레는 쪽이 더 좋았다면, 지금 선택 하라면 편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어요.”

편안한 사람이 더 편해진 만큼 최지우의 얼굴에서도 편안함이 느껴진다. 20대부터 연기를 시작해 어느덧 20년 간 이 자리에 서 있는 그는 여전히 멋있는 배우다. 그리고 청춘들이 모르는 연륜에 대해 알고 있는 그의 앞으로의 모습은 더욱 멋져질 것만 같다.

"20대 때부터 일을 했지만 그때는 미래가 불안했고 연기를 즐겨서 하기보다 치열하게 했던 것 같아요. 칭찬만 들어야 할 것 같았고 청춘의 소중함을 몰랐죠. 여배우에게는 유독 시간의 흐름이 혹독하고 날카로워요. 분명히 스무 살 때 최지우가 훨씬 예쁘고 풋풋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의 모습에서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을 거예요. 그게 저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여배우에게는 건강한 멘탈, 자존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언제까지나 풋풋한 역할을 하고 싶지만 ‘두 번째 스무살’때처럼 대학생 아들을 둔 엄마 역할도 할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 마음이 동글동글해졌고 단단해졌죠. 청춘들이 모르는 연륜이 있기 때문에 공평한 것 같아요.”

“사실 목표 지점은 모르겠어요.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10년 후, 20년 후에는 목표 지점에 와 있지 않을까요. 10년 전에 지금 제 모습을 몰랐던 것처럼 10년 후에 제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하면 재밌고 궁금해요.”

한편 ‘좋아해줘’는 최지우-김주혁 커플 이외에도 유아인-이미연, 강하늘-이솜 커플의 로맨스를 볼 수 있으며, 오는 17일 개봉할 예정이다.


이주희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