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남과 여’ 공유 “판타지 충족보단 사실에 가깝고 싶어요”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02-19 11:55:30
진보연 기자 ent@ 배우 공유가 정통 멜로 영화 ‘남과 여’를 통해 뜨겁고도 무거운 사랑에 대해 말한다.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는 눈 덮인 핀란드에서 만나, 뜨거운 끌림에 빠져드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극 중 공유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아내(이미소 분), 우울증을 겪고 있는 딸과 함께 핀란드에서 근무 중인 건축가로 우연히 만난 상민(전도연 분)에게 끌리는 기홍 역을 맡았다.

‘멜로의 여왕’으로 불리는 전도연과 ‘로맨스’를 대표하는 공유가, 덤덤하다 못해 조금은 건조하기까지 한 이윤기 감독의 작품에서 만나 정통 멜로를 연기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정통 멜로 영화에 도전하는 공유는 마냥 달콤하거나 말랑말랑하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의 캐릭터에서 이제 더는 큰 흥미가 느껴지지 않아요. 나이가 들수록 지나친 판타지라던가 단순히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한 소모는 지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차피 제가 연기하는 것들은 허구고 가짜지만, 그래도 조금은 사실에 더 가까운 것을 하고 싶어요. 마냥 달콤하거나 말랑말랑하지 않은 것들이요. 저는 조금 더 고민하고 싶고 깊게 생각하고 싶어요”

사실 ‘남과 여’가 영화로 제작되고 개봉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오랫동안 주인을 기다렸던 시나리오였고 최종적으로 공유의 손에 들어왔다. 멜로 장르의 시나리오가 매우 드문 만큼 그는 멜로를 기다려왔다고 말한다.

“20대 때는 표현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나에 대한 기대가 생겼고, 그게 멜로였어요. 기다려왔던 장르의 작품인 데다가 전도연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하겠다고 했어요. (저에게) 전도연 선배님의 존재는 굉장히 컸고, 같이 연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영화 ‘멋진 하루’도 재밌게 봤고 ‘무뢰한’에서도 좋았어요. 선배님은 멜로를 떠나서 굉장히 큰 배우고, 연기자로서 정말 좋아요. 제가 선배님에게 영감을 받기만 했다면 별 의미가 없었을 텐데 서로에게 시너지가 잘 전달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남과 여’의 이야기는 편안하지 않다. 극 중 두 주인공 상민과 기홍은 부적절한 관계 속에서 감정을 이어간다. 공유는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는 않지만, 이들의 감정을 이해가 된다고 말한다.

“저는 연애와 사랑에 있어서 판타지가 크게 없는 건조한 편임에도, (아직 미혼이지만) 실제 생활에서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대리만족 같은 건 느꼈어요. 불륜에 대한 대리만족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요. 기홍은 상민에게 애정을 표현하면서 주저하는 법이 없고 과감해요. 하지만 자신의 와이프를 만났을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을 거예요. (이들의 관계는) 누가 봐도 위험하고 통념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누군가로 인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한 감정을 처음 느끼면 그게 과연 컨트롤이 될까요? 본인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디로 향해 가는지조차 모를 거라고 생각해요”

쉽지 않은 소재, 충분히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주변의 만류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우려들보다 ‘내가 재밌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도 생각해야 하는 건 맞지만, 예전보다는 그 부분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는 그는 다만 자신의 연기가 진실하게 느껴지길 바란다고 했다.

“저는 무비 콜라주를 좋아해요. 영화관에 영화 보러도 자주 가고요. 그런데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영화를 많은 횟수로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하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그 영화가 다수의 사랑을 받긴 어려울 수 있지만, 그 작품을 사랑하는 소수에게는 (볼 기회가 적은 게) 많이 아쉬운 부분이거든요. 멜로 영화를 찍은 것도 비슷한 이유예요. 제가 주제넘게 ‘멜로 영화를 살리겠어’라는 대의를 가지고 한 건 아니고 관객 입장에서 아쉬움이 있었어요. 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자체로 기뻐요. 많은 분들이 반가워 하며 찾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남과 여’는 2013년 ‘용의자’ 이후 첫 작품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준 것에 대한 선물이라도 주는 것처럼 그는 ‘남과 여’ 이후 영화 ‘부산행’과 ‘밀정’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요즘 주변 남자 배우분들이 너무 소처럼 일하셔서 저도 작품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저는 원래 호흡이 느린 편이었어요. 한 작품을 끝내고 나서 새로운 걸 받아들일 준비가 돼야 다음 작품을 하는 호흡이었거든요. 그런데 작년에는 쉴 새 없이 일했던 것 같아요. ‘남과 여’ 촬영 직전에 ‘부산행’ 출연이 결정되고, ‘부산행’ 촬영이 끝나니 예상치도 못했던 ‘밀정’ 제의가 들어왔거든요. 제 지인들은 ‘너무 오래 노는 거 아니냐’고 했지만 사실 ‘용의자’ 끝나고는 늘 영화 현장에 있었어요. 세 작품이 서로 너무 다른 장르인데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궁금하네요”

한편 공유는 영화 ‘남과 여’에 이어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과 김지운 감독의 ‘밀정’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메인뉴스 진보연 기자]